brunch

매거진 교사es SAY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창업하는 선생님 May 05. 2023

학교 부적응 우리 아이 어떻게 대해야 할까?

#호밀밭의 파수꾼 #어린이날

고등학생인 내 아이가 3번의 퇴학을 맞이하고,
서울 근처 명문 기숙학교에 또 보내뒀더니… 
또다시 퇴학을 당했단 사실을 알게 되면 어떻게 하실 건가요? 
심지어 퇴학당한 이유가 국어 한 과목을 제외한 모든 과목에 형편없는 점수를 받았다는 이유라면? 
퇴학당하고 조용히 안전히 집에 들어오면 다행인데… 
퇴학당한 사실을 잠시 숨기고
모텔에 방을 잡고 3일 동안 서울 밤거리 홍대에서 클럽, 술집에 가고, 
줄담배를 피며 어른인 채하며 술을 마시고 놀며 향락을 즐긴다면? 
여러분은 어떨 거 같나요? 


그런 아이를 주인공으로 하는 책이 있습니다. 바로, '호밀밭의 파수꾼'입니다. ‘호밀밭의 파수꾼’은 성적 나쁘고 친구와 교사와도 사이가 원만하지 않아 펜시 기숙고등학교에서 쫓겨난 주인공 홀든 콜필드(Holden Caulfield)가 그저 뉴욕을 방황하며 겪은 3일간의 이야기를 담은 고전 소설로. 저속한 언어, 노골적 음주와 흡연 묘사, 원나잇 스탠드와 매춘, 염세주의적 말로 가득 찬 소설이지만 출간 당시 폭풍적인 인기를 맞이하며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 목록에 30주 동안 올랐으며, 2005년 타임이 선정한 1923년 이후 최고의 영어 소설 100선 목록에 포함되었습니다. 또, 우리나라에선 YES24 독자가 사랑한 고전문학 베스트 TOP 100에서 12위를 기록했습니다.  






오늘이 마침 어린이날이기도 해서 모든 청소년과 반항아를 대변하는 이 책을 배경으로 '학교 부적응' 아이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우리 학교 부적응 아이



인간이 이 세상에서 가장 통렬하게 저항감을 느끼는 것은 ‘자기 자신’에게 도달하는 길을 걸으려 하는 데 있다.

-헤르만 헤세-



'호밀밭의 파수꾼'주인공 홀던처럼 퇴학 4번을 당하고, 술담배를 하는 그런 아이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홀던처럼 친구와 교사와 사이가 원만치 않은 아이가 있었습니다. 그 아이는 선천적, 후천적 영향으로 충동적 행동을 보이는 특수 아동이었습니다. 수업시간에 괴성과 물건 집어던지기 - 갑작스러운 돌발행동 - 수업시간에 반에 안 들어오기 - 폭발 등등 돌방행동으로 담임 선생님의 속을 많이 썩이는 친구였습니다. 선생님의 '저 아이는 도움이 필요한 친구'라는 교육덕에 교우관계는 최악의 상황까지 가지 않았지만 그래도 썩 좋은 편은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선생님의 입소문으로만 들었던 아이를 처음 제대로 목격했던 것은 어느 날 점심시간 이후 수업시간이었습니다. 점심시간으로 들뜬 아이를 이제야 붙잡고 한창 수업 중 학생이 말하길, 누군가가 운동장을 자전거를 타고 있다는 겁니다. 저는 깜짝 놀라 창밖을 보니 유명한 그 아이가 수업시간 또 교실을 탈출해 어디서 가져왔는지 모를 자전거를 타고 운동장을 질주하고 있었습니다. 교실 밖을 벗어나 홀로 운동장을 움직이는 그 아이의 모습은 너무나도 즐거워 보였고 너무나도 행복해 보였습니다.



저희 학교 특수 아동이 그러듯 어른 아이 할 것이 모두 타고난 기질, 충동이 내재합니다. DNA가 다르고, 신체의 결손 유무, 가정환경이 다르기에 특출 난 기질이 다르고. 또, 어떤 아이들은 사소한 자극조차 생명의 위협 같이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특히, 원래부터 전두엽 발달이 덜 되어 충동조절이 잘 안 되고, 자기 중심성이 강한 초등학교 저학년 아동들은 더더욱 그 충동을 제어하기 힘듭니다. 더불어 아기들은 말로써 자신의 불편함을 표현하지 않습니다. 울음과 몸으로 표현하죠.








전해지지 않는 아이의 진심



이 넓은 세상에 혼자인 것처럼
아무도 내 맘을 보려 하지 않고 

<나의 아저씨 OST> - 어른 



작중 홀던은 끊임없이 또래 친구, 어른들과 소통하고 연결되고자 합니다. 하지만, 여동생 피비를 제외하고 그 누구 하나 제대로 이야기하지 못하고 피상적인 이야기만 나눕니다. 마치 서로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외국인처럼 소리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홀던의 외로움과 외침은 사람들에겐 전달되질 않습니다



홀던에게는 영어에 재능이 있었습니다. 이것은 이전 학교의 영어 선생님이 인정한 바입니다. 하지만, 홀던이 자신의 재능을 발하고 자신의 영혼의 울림에 따라 말할 때 다가온 것은 주변 아이들의 탈선!! 탈선!!이라는 집단린치와도 같은 집단 외침이었습니다. 어른들에게도 또래 친구들 사이에서도 홀던 본연의 모습은 인정받긴 커녕 철저하게 소외됩니다. 세계는 홀던에게 맞지 않는 옷을 강제로 입히려 하고 규범을 강조합니다. 하지만, 이 답답함은 언어로서 소통되지 못했습니다. 언어로써 소통되지 못한 외침은 행동으로 표현됩니다. 작중 홀던의 4번의 퇴학, 학교 부적응, 낙제점, 방황은 소외감의 표현이자 압제로부터 영혼의 죽음을 막기 위한 도망이었습니다.



어쩌면 특수 아동의 괴성, 폭력, 자유의 탈주는 사실 홀던처럼 아이가 어른들에게 도와달라는 외침일지도 모릅니다. 내면에서 솟구치는 이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감정들, 그러나 전달되지 않는 나의 감정과 의사. 이 답답함과 소외감을 해소하고 어떻게든 도움을 청하기 위해 하나의 방편으로 돌발 행동을 해왔던 것일지도 모릅니다. 말로써는 소통이 되질 않고, 어떤 경우엔 신체적 결손으로 말도 제대로 못 하기도 하고요. 아이는 어쩌면 이 20평 남짓 교실 속에 28명의 아이들과 머물기엔 너무나도 좁았고, 그들과 연결되지 않았기 때문에 더더욱 답답했을지도 모릅니다. 









아이가 찾던 건 한심한 쾌락이 아니라 '나'



예언자는 술이나 도락을 즐기는 자 중에서 나온다.
-헤르만 헤세-



사회와 학교가 제시하는 표준화된 가치의 거부는 곧 홀던의 정체성 혼란으로 나타납니다. 홀던은 뉴욕 거리를 방황했고 술집과 클럽을 향유했지만, 즐긴 것은 아닙니다. 홀던이 바랬던 것은 술 - 여자 - 마약과 같은 단순화된 쾌락이 아니었습니다. 홀던이 추구하던 것은 소통과 연결, 정체성, 자신만의 비전이었습니다. 짧다면 짧은 방황 끝 홀던은 결국 자신의 정체성을 세우고 비전을 찾게 됩니다. 사회가 부여한 보편적 역할에 따라 움직이는 꼭두각시 인형은 평생을 걸쳐도 얻질 못할 것은 홀던은 고등학생 나이에 찾게 됩니다.



피비 : 오빠 뭘 좋아하는 건지 한 가지만 말해봐.
(중략)
홀던 : 나는 늘 넓은 호밀밭에서 꼬마들이 재미있게 놀고 있는 모습을 상상하곤 했어. 어린애들만 수천 명이 있을 뿐 주위에 어른이라고는 나밖에 없는 거야. 그리고 난 아득한 절벽 옆에 서 있어. 내가 할 일은 아이들이 절벽으로 떨어질 것 같으면, 재빨리 붙잡아주는 거야. (중략) 온종일 그 일만 하는 거야. 말하자면 호밀밭의 파수꾼이 되고 싶다고나 할까. 바보 같은 얘기라는 건 알고 있어. 하지만 내가 되고 싶은 건 그거야. 바보 같겠지만 말이야.”


The catcher in the rye 호밀밭의 파수꾼 - 반항과 방황 끝에 홀던이 찾은 <정체성은 바로 나와 같이 소외받는 아이들을 안전하게 지켜주는 사람>입니다. 그러나 홀던이 겪은 어른들처럼 규격화된 안전과 성공이라는 명목 아래 일정한 선로 위에 아이들을 묶어두는 것이 아닙니다. 그저 자유롭게 아이들을 풀어주되 돌이킬 수 없는 실수만을 안 하도록 보호해 주는 어른이 바로 홀던의 정체성입니다. 자신의 결핍을 해소하고 정체성이 확립된 책의 말미 홀던은 어느 순간보다도 평온해 보입니다. 



아이를 안전하게 지켜주되 자유롭게 풀어주는 아버지







엄마 선생님, 그저 저를 놓아주세요.



신은 인간에게 선물을 줄 때 시련이라는 포장지에 싸서 준다.
선물이 클수록 더 큰 포장지에 싸여 있다.


‘콜필드’ 홀던에게 F를 준 작중 기성세대를 대표하는 노선생님은 홀던에게 말합니다. “펜시(명문 사립 고등학교)를 떠나는 데 있어서 불안 같은 것이 없느냐?” (중략) “장래에 대해서 전혀 걱정되지 않는다는 말인가?”

하지만 홀던은 이런 노선생에게 항변하듯 외칩니다. “저, 선생님. 제걱정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정말입니다. 저는 괜찮을 거예요. 이건 한순간일 뿐입니다. 모든 사람들이 여러 시기들을 거치지 않습니까?”



노선생 - 기성세대의 불안 - 저 아이의 방황이 영원하거나, 너무 먼 길을 돌아와 때가 늦지 않을 까라는 걱정은 이해가 됩니다. 그러나 홀던처럼 우리가 비행으로 여겨는 행동들이 아이들에겐 자신의 인생 경로를 찾는데 꼭 겪어야 할 성장의 한 과정이고, 이 사이에 겪는 정체성 혼란, 불안감, 우울함, 외로움은 성장통일지도 모릅니다. 결국 홀던은 이 고통의 순간을 거쳤기에 어른들에게 소외받지 않도록 누구보다 치열하게 아이들을 보호하고 지켜나갈 것입니다. 



만약, 부모님과 선생님이 아이들을 마치 갓 태어난 아기와 같이 무력한 존재로 여기고, 안전한 공간 속에 꼭꼭 숨겨두기만 한다면 아이는 성장하지 못할 것입니다. 역경을 마주하도록 허락하고 지지하지 않는다면 아이는 안전하겠지만 그 영혼은 잃게 될 겁니다.


과잉보호하지 않고 위험하지만 여행길로 아이를 보내기






글을 마치며 


우리가 아이들에게 줘야 할 것은 ‘강압적 질서’가 아닙니다. 홀던의 꿈, 홀던이 어른께 받고 싶었던 대우처럼. 



진정한 소통 


자유롭게 풀어주데
돌이킬 수 없는 실수를 하기 전 붙잡아 주는 관심

아이와 학생의 자아실현을 향해 떠나는 
모험을 지지하는 태도


이런 것들이 아이들에게 필요합니다. 




같이 읽으면 좋을 글 : 호밀밭의 파수꾼 리뷰 


https://brunch.co.kr/@steiner7188/73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