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지 않아도 괜찮은 밤

20화 무너지는 순간, 나를 놓지 않기 위해

by 유진오

밤은 유난히 정직하다.

낮에는 밀어둔 감정들이

불 꺼진 방 안에서 조용히 고개를 든다.


적막이 깊어질수록

마음은 더 많은 소리를 낸다.

하루를 살아냈다는 안도와

뭔가 놓쳐버린 것 같은 아쉬움,

사소한 말 한마디가 남긴 찜찜함,

그리고 설명할 수 없는 울컥함까지.


그 밤, 나도 모르게 울컥 올라왔다.

이유는 명확하지 않았다.

그저 그날의 무게가

어둠 속에서 쌓이고 있었을 뿐이다.


눈을 질끈 감고

숨을 길게 내쉰다.

그리고 천천히 들이쉰다.

속으로 반복한다.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그 말은 위로가 아니라,

나를 놓지 않기 위한 작은 붙잡음이다.


정신과 전문의 박혜연은 말했다.

“우울은 감정이 아닌 상태다.

그 상태를 지나가는 자신을 비난하지 말고,

구름처럼 바라보라.”


나는 그 문장을 떠올리며

지금의 이 마음도

그저 스쳐 지나가는 구름일 수 있다고 되뇌인다.


지금 느끼는 이 감정이

나의 전부는 아니라고,

이 감정 안에도 내가 있다고.


조명을 켜지 않고,

뜨거운 물 한 잔을 따라 마신다.

책상 위 초를 켜고

조용히 앉아본다.


그 어떤 일도 해결되지 않았지만

그저 이렇게,

무너지지 않으려는 나를

조용히 바라봐주는 밤.


이 고요한 시간을 통해

나는 내 안에 여전히

살아 있으려는 마음이 있다는 걸 안다.




오늘의 여백

오늘 밤, 당신을 붙든 감정은 무엇이었나요?

눈을 감고 반복했던 말이 있다면,

이곳에 조용히 내려놓아 주세요.

그 마음이 지나간 자리엔,

조금 더 단단한 당신이 남아 있을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