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 있다는 증거

19화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하루는 나를 지나간다

by 유진오

주말이었다.

아이는 남편에게 맡겼고,

나는 침대에 누운 채 하루를 보냈다.


무언가 해야 한다는 생각은 있었지만,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눈을 감았다 떴다,

다시 감고는 그대로 잠이 쏟아졌다.


이불 속이 유일한 안식처 같았다.


가끔 핸드폰을 들여다보고,

물 한 모금 마시고,

다시 눕고.

그게 전부였다.


그런데도 저녁이 되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은 하루,

어딘가 부끄러운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그 하루를 버텨냈다는 것만으로도

나는 내 마음을 다 써버린 것 같았다.


무기력은 게으름이 아니었다.

그건 지친 몸과 마음이

조용히 항의하는 방식이었다.


정신과 의사 나심 탈레브(Nassim Nicholas Taleb)는 말했다.

“회복탄력성은 강함의 전유물이 아니다.

부서지면서도 다시 돌아올 수 있는 이들에게

진짜 힘이 생긴다.”

그 말이 나를 위로했다.


오늘을 무사히 지나왔다는 것만으로도,

나는 충분히 살아낸 거라고.


저녁이 되어 아이의 웃음소리가 들렸다.

나는 그 소리에

조금씩 이불 밖으로 나왔다.

뜨거운 물로 얼굴을 씻고,

말을 꺼내진 않았지만,

내가 다시 나를 꺼내는 순간이었다.


가끔은 아무 일도 하지 않은 날이,

가장 치열하게 나를 회복한 날이기도 하다.


나는 오늘,

살아 있었다.

그것이면 충분한 날이 있다.




오늘의 여백

당신이 이불 속에서 하루를 견뎠던 적이 있다면,

그 하루의 감정을 이곳에 남겨주세요.

살아냈다는 말이, 가장 조용한 칭찬이 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