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화 감정을 밀어내지 않고 함께 걸어가는 연습
불안은 예고 없이 찾아오지 않는다.
작은 실수, 지나친 생각,
아무도 모르는 침묵 속에서
서서히 마음을 짙게 물들인다.
처음엔 피하려 했다.
일을 쏟아붓거나,
갑자기 정리를 하거나,
괜찮은 척 바쁘게 움직였다.
하지만 불안은 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그 아래로 더 조용히 내려앉았다.
그래서 요즘은
불안을 없애려 하지 않는다.
대신, 그 옆에 조용히 앉아보려 한다.
아침에 눈을 뜨면 창문을 연다.
바람이 들어오고, 공기가 바뀌는 그 짧은 순간에
몸이 먼저 이완된다.
커피를 내리는 시간도 달라졌다.
물 끓는 소리,
향이 퍼지는 순간을 천천히 바라본다.
내가 살아 있는 일상의 감각이
불안이라는 이름의 기류를 조금 눌러준다.
불안이 클 때는 가만히 걷는다.
익숙한 길을 걷고,
생각은 멀리 둔 채
발끝의 리듬에 집중한다.
어느 날은 혼자 드라이브를 나간다.
창문 너머로 풍경이 지나가는 속도에 맞춰
마음이 조금씩 정돈된다.
그렇게 나를 돌보는 방식을
하나씩 늘려가고 있다.
감정은 없애야 할 무언가가 아니라,
함께 살아가야 할 존재라는 걸
조금씩 배우는 중이다.
불안을 조절하는 법은 아직 잘 모르겠다.
하지만 그 불안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옆에 두는 연습은 계속하고 있다.
그것만으로도
나는 오늘,
나를 밀어내지 않았다.
오늘의 여백
요즘 당신을 무겁게 감싸고 있는 감정은 무엇인가요?
그 감정을 없애려고 하지 말고,
이곳에 조용히 내려놓아 주세요.
함께 걸어갈 수 있는 마음이면 충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