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지한 관계로부터 자발적 브레이크 타임을 가진 지 일 년쯤 지난 어느 날
한 사람과 오랜 만남을 가진 친구와 4월의 따듯한 햇살을 받으며 커피 한잔 마시고 있었다.
내 주변에는 7년, 8년, 10년씩 장기간 연애하는 친구들이 있다. 그중에는 기나긴 시간의 인증처럼 결혼을 한 친구, 앞으로 결혼을 할 친구 그리고 함께한 긴 시간이 무색해질 것만 같은 친구도 있었다.
오랜 기간 연애를 해 본 경험이 없는 나는 종종 친구들에게 "그렇게 오래 연애하면 어떤 느낌이야?"라고 묻고는 한다. 각자 다 다른 대답을 하지만 결론으로 가게 되면 긍정적 의미인지 부정적 의미인지 알 수 없는 '가족 같다'라는 이야기로 마무리가 된다.
가족 같다는 건 어떤 느낌일까. 적잖은 연애를 하며 살아왔지만 그런 느낌은 느껴 본 적이 없다. 그런 감정을 느낄 만큼의 기간이지 못해서 일까. 쉽게 맘을 내어주지 않는 성격으로 인한 걸까. 알 수 없지만 가족 같다는 말이 대략 무슨 의미인지는 알 것 같았다.
86년생인 친구와 나는 가끔 서로에게 "우리 몇 살이지?"를 묻곤 한다. 어느 순간부터 나이를 세지 않았기 때문이다. 작년 4월에는 한국 나이 36살이었다. 34살 당시 만났던 인연과 마무리를 하고 관계에 대한 회의감이 밀려왔고 일과 사람 관계로 지쳐있었다. 관계에서의 휴식은 내가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을 수 있지만 그러고 싶었다. 그렇게 여가시간에 수영, 러닝, 헬스만을 주구장창 번갈아 하며 나에게 초점을 맞춰 살았고 러브 라이프와는 상관없는 크고 작은 이벤트들을 맞으며 일 년여간 관계에서의 자유로움을 만끽했다. 중간중간 누군가와 인연을 이어나갈 여지가 없었던 건 아니지만 굳이 진지한 관계로 발전시키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기도 했고 단순히 누군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어설프게 관계를 시작하고 싶지도 않았다.
그렇게 친구와 커피를 마시던 그날, 요즘 연애는 어떠한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어린 나이의 순수함이 많이 사라져 버린 서른 중반의 나는 어디서 내 사람을 만날 수 있을까. 확실히 나이가 들수록 다양하게 사람을 만나게 될 확률은 이 전보다 줄어드는 느낌이다.
어떤 사람을 만나고 싶은지 친구가 물어온다. 어떤 사람이라.. 멋모르던 어린 시절 세워뒀던 기준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걸 배워왔다. 또 내가 세운 기준대로 만나지는 것도 아니며 나는 그런 퀄러티의 사람인가 하는 반문을 하게 된다.
"성숙한 사람. 그리고 친구같이 편한 사람. 그러면 좋을 것 같아."
이전보다 뭔가 두루뭉술해진 것 같은 이상형이지만 지난시절보다 더 확신이 드는 답을 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