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했던 그날

by Asset엄마

2년 전 회사 연말 파티 날이었다.

나랑 연말 파티랑은 크게 상관이 없지만, 그날 따라 왠지 기분이 너무 좋았다. 누구랑 대화를 해도, 이메일을 주고받아도 그저 좋게만 느껴졌다. 겨울비가 추적주적 내리는 날이었지만, 빗 속을 걸어가며 점심 먹으러 나가는 길도 즐거웠다. 이렇게 감사와 기쁨이 충만할 수도 있구나 싶었다.

연말파티에서 동료들과 평상시처럼 유쾌하게 사진도 찍고, 농담도 하며 파티를 즐겼다. 우리 회사 연말 파티의 하이라이트는 경품 추첨인데, 20년 가까이 회사를 다녔어도 핸드크림 한번 당첨된 적이 없었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기대를 내려놓았다.


행운권 번호를 부르는데, 내 옆 앉은 친한 동료가, "어... 어! 나잖아!" 하면서 3등 상품을 받아서 왔다.

그리고 2등 당첨 번호를 불렀다. 내 눈을 의심했다.

"나라고? " 정말 나였다.


2등이라 그런지, 사회자가 당첨 소감을 말해보라고 하였다.

"제가 회사를 20년 가까이 다녔는데 정말 한 번도 당첨된 적이 없었어요. 저도 이 상황이 믿을 수가 없네요."

그리고, 나에게 1등 행운권을 추첨하라고 하였다. 내가 뽑은 번호는 새로 입사한 예쁜 사원이었다. 그녀도 믿기지 않은 얼굴로 너무 행복해하였다.


행사가 끝나고 많은 사람들의 축하를 받았지만, 더 놀란 것은 너무 많은 사람들이 나에게 덕분에 행운권 당첨이 되었다고 인사를 하는 것이었다. 나는 일일이 다 기억하지 못했는데, 그날 행사에 자발적으로 내가 행운권을 직원들에게 나눠주는 일을 맡았는데, 번호를 고르기 어렵다는 직원들에게 대신 골라주었다. 내가 골라준 번호들이 하나같이 크던 작던 당첨이 되었다고 한다. 한동안 나에게 많은 분들이 악수 한번 하자, 점심 같이 먹자라고 제안하셨었다.



감사와 기쁨이 넘치는 마음이 그날 나를 통해서 동료들에게 행운이 전해진 거 같아서 정말 뿌듯했다. 모든 것은 마음에서 우러나온다는 말이 현실로 보였던 날이다. 물론 매일이 그날 같았으면 좋겠지만, 그저 평범한 날들이 이어지고 있다. 그렇지만, 내 마음을 기쁨과 감사로 채운다면 그 자체로 행복한 하루를 보낼 수 있을지 않을까?


고타마 싯다르타 <법구경>의 일부분을 읽고 떠오르는 마음을 적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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