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자에게 물어봐도 알 수 없는 것
좋아요! 그러면 사용자에게 물어봅시다
조직이 중요한 의사결정을 할 때, 사용자를 반영하는 문화를 가지고 있다면 이 조직에서 만든 제품이나 서비스는 사용자에게 오래 사랑받고 사업적으로 성공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하지만 의사 결정이 필요한 '모든' 단계에서 사용자의 의견을 물어보는 것은 적절하지 않습니다.
물어봐도 되는 것
= 사용자가 답 할 수 있는 것
= 행동, 생각, 감정
사용자에게 물어봐도 되는 질문은 <사용자가 답할 수 있는 질문> 입니다. 사용자가 답할 수 있는 질문이란, 깊은 고민을 하지 않아도 그 자리에서 바로 이야기할 수 있는 행동, 생각, 감정에 대한 것 입니다. 우리가 사용자에게 물어보는 목적은, 있는 그대로의 경험, 느꼈던 그대로의 감정, 떠올랐던 그대로의 생각을 수집하기 위함입니다.
이를 잘 파악하기 위한 질문 요령이 있습니다.
1. 구체적인 경험을 물어봅니다.
지금 여러분께 "평소 주말에 뭐 하세요?" 라고 묻는다면 어떤 것이 떠오르셨나요?
그리고 "지난 일요일에 뭐 하셨어요?" 라고 물었을 때는 어떤 것이 떠오르셨나요?
사용자에게 물어볼 때 우리는 '평소, 보통, 자주' 등의 단어를 사용합니다. 하지만 그렇게 질문할 경우 실제 내가 한 행동에 대해 이야기하기 보다는, 내가 하고 싶은 혹은 내가 이상적이라고 생각하는 행동에 대해 이야기를 하게 됩니다. 나는 사실 지난 일요일에 늦잠을 잤지만, 평소 주말에 등산에 간다고(실은, 가면 좋겠다고) 이야기를 하게 되는 것 처럼 말이죠.
따라서 사용자 행동을 알고 싶을 때는 아래 첫질문과 같이 구체적인 시점을 특정하여 질문합니다.
가장 최근에 우리 앱에서 상품을 구매하셨을 때 어떻게 하셨는지 앱을 켜서 보여주세요. (O)
평소 우리 앱에서 어떤 식으로 구매하세요? (X)
2. 판단하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습니다.
<판단하는 단어>의 범주는 일상에서 생각하는 기준보다 더 엄격합니다. '만족, 불만족, 좋아하는, 싫어하는' 이라는 단어도 판단하는 단어에 속합니다.
"우리 앱에서 가장 만족하시는 점은 무엇인가요?" 라는 질문은 만드는 사람의 입장에서 사용자에게 꼭 답변을 듣고 싶은 질문이지만, 이 질문을 들었을 때 사용자 머리 속에는 여러가지 생각이 떠오를 수 있습니다.
'사실 만족하는 점이 하나도 없는데 직원 앞에서 만족하는 점이 없다고 말하면 기분 나쁘겠지?'
'사례비를 받았는데... 듣고 싶은 말이 뭘까'
'아 생각해본 적이 없는데, 뭐라도 답을 해야하니 떠오르는 것을 일단 말하자.'
하지만 우리는 사용자의 실제 생각과 감정을 듣고 싶은 것이지 듣기 좋은 이야기를 원하는 것은 아닙니다. 따라서 판단을 나타내는 단어를 최대한 배제하고 "어떠셨어요?"로 질문을 끝냅니다.
그 신발을 결제하시는 과정은 어떠셨어요? (O)
그 신발을 결제하시는 과정에서 가장 만족하신 점은 무엇인가요? (X)
3. 답변을 넘겨 집거나 요약하지 않습니다.
일상 대화에서 상대의 말을 예측하여 물어보거나, 요약하여 재확인하는 것이 필요한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사용자와 대화할 때는 답변을 넘겨 집거나 요약하면 질문자의 bias가 들어가기 쉽기 때문에 이것을 지양합니다.
사용자 이야기를 듣거나 관찰하다보면 사용자가 그렇게 한 이유가 예상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 예상은, 팀 내에서 우리끼리 가설로 세운 것인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사용자가 제품을 구매한 이유를 말하기 전에 "그러면 이것은 최저가라서 구매하신거네요?" 라고 물어본 경우 "아니오, 예뻐서 구매했어요."라고 정정해서 답변하는 사용자도 있지만, "네... 그것도 맞을 수도 있구요..." 라고 말하며 실제 이유를 말하기 보다는 질문자에 동의하는 경우도 흔합니다.
따라서 답을 넘겨집지 말고 "이유는 무엇인가요?" 형식의 열린 질문으로 끝냅니다.
- 이 숏컷을 안 눌러보신 이유는 무엇인가요? (O)
- 그러면 이 숏컷은 눈에 안 띄어서 안 눌러보신거네요? (X)
만일 사용자의 답변을 놓치거나 확인하고 싶을 경우 요약하지 말고 사용자가 한 답변을 최대한 그대로 읽어서 맞는지 물어보거나 다시 한번 말씀해달라고 요청합니다.
물어보면 안되는 것
= 우리가 답을 찾아야하는 것
= 분석적 의견, 솔루션
답이 없어 막막할 때 종종 사용자에게 솔루션을 물어보면 답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사용자가 겪고 있는 진짜 문제를 찾아내고, 문제를 일으키는 핵심 원인을 파악하고, 핵심 원인을 제거하는 솔루션을 만드는 것은 우리의 몫입니다.
솔루션을 찾는 단계에서 우리가 사용자와 함께 할 수 있는 것은, 사용자와 co-creation 워크샵을 진행하거나, 시각적으로 구현된 솔루션 프로토타입에 대한 피드백 받거나, 사용성 테스트를 진행하는 것 등 입니다.
우리는 사용자에게 이런 것을 물어보고 싶은 욕구가 많이 듭니다.
우리 앱에 어떤 기능이 있으면 매일 들어와 볼 것 같으세요?
우리 쇼핑몰에서 어떤 물건을 팔면 구매할 것 같으세요?
이 제품 얼마면 사시겠어요?
물론 위 질문에 사용자가 대답을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대답으로부터 영감이나 힌트를 얻을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 상황에서 사용자가 그렇게 행동할 것이라고 확신하긴 어렵습니다. 또한 소수 사용자의 의견만으로 개발 및 비즈니스 중요성이 높은 의사결정을 하는 것은 위험합니다.
제품, 서비스, 사업을 만드는 우리가 결정해야 할 것을, 사용자를 위한 것을 만든다는 명분으로, 우리가 원하는 답을 사용자가 말해주길 혹은 사용자가 솔루션을 알려주길 바라는 마음이 있지는 않았을까요?
사용자로부터 문제와 원인을 찾고 솔루션 방향에 대한 영감을 받기 위해서는, 사용자가 답할 수 있는 '바른 질문(right question)'을 해야합니다. 사용자를 만나기 전, 많은 준비와 연습이 필요하고 한 질문 한 질문을 소중하게 던져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