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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맵다 쓰다 Aug 02. 2024

구구단 외우는 방법

"팔일은 팔

팔이 십육

팔삼 이십사

팔오 ..."


"팔사는 어디갔어?"


"아~~어려워~~"

오징어구이처럼 사지를 꼬며 말한다.


"어려우니까 외우는 거지.자주 반복하면 된다니까"



이번 여름방학 우리집에서 자주 들리는 소리이다.

옆 집 아이는 두 자리수 곱셈을 한다는데...여전히 구구단과 사투 중인  아홉 살 아이가 이 집에 있기 때문이다.


유니콘 같은 남의 집 아이와 비교하진 않지만 저렇게 까지 못 외우는 건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

나의 수포 유전자가 문제?

일찍부터 수 세기.수 감각을 못 일깨워준 탓인지..


가르치면서 화 내지 말자.

모르는 건 죄가 아니다.

큰 아이 교육하면서 심신 수련을 해서 화는 곧 잘 참지만 한숨이 새어 나오는 건 어쩔 수 없다.



결국 8단  몇 번에 백기들고 숨어들더니  낙서를 하고 있다.


'그래..오늘은  그만해라 그만해..'나도 백기를  든다.


아이가 떠난 자리 남은 그림..


 8단과 아이가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어서 친해지기를..간절히 바래본다.



막내라 그런지 여기저기 엄마가 가는 곳을 잘 따라나선다. 해가 질 저녁 무렵 근처 슈퍼에 가는 날 따라가겠다고 한다. 물론 속셈이 보인다.내가 다녀오는 동안  문제집을 푸느니  뭐라도 하나 사달라고 할 수 있는 쪽을 택한다는 의미이다.

 한살 아이는 이제 슬쩍 귀찮아하며  집에서 일기나 쓰고 있겠다고 한다.


후덥한 여름 초저녁공기가 우리를 반긴다. 보라색 쇼핑카트를 중간에 놓고 끌면서 슈퍼로 나섰다.이런 건 꼭 자기가 해야 직성이 풀린다. 아이고 편안하다~~우스개도 주고 받으며 가다가 꼭 앉아서 해야 공부인가  싶어서 실실 웃어가며  말을 던졌다.


"자~그러면 팔 일은~~시작!"


귀여운 반항을 두어 번하더니 걸으며 구구단을 외우기 시작한다.8* 1, 8*2, 8*3... 다시~~한번 더를 외치면 보도블럭에 말라붙은 지렁이와 개미떼를 피해가며 걷는다.

땀이 등에 젖어들즈음 8×7까지 외우면 도착했다.


안하려는 아이와 시키고픈 엄마는 카트를 사이에 두고 거리를 둔다. 땀흘리고 외우는 애쓰는 아이 모습도 새삼 보인다.

아이도 잘한다 잘한다~~추임새넣는 엄마의 가상함을 느낄 공기가  우리를 지나쳐 간다.


"거 봐~~이제 잘하네!!! 걸으면서 해서 그런가?"

아이의 올라가는 입꼬리를 숨길 수 없다. 그래 안 되는 게 어딨나.자꾸 불러보고 관심가지면 안친해질 재간이 있던가.


이렇게 8단과 아이는  극적 화해를 하고 좋아하는 풍선껌을 전리품으로 얻어서 돌아왔다.

9단까지  좔좔 외울 때까지 아마  몇 번의 외출이 더 필요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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