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좋단다. 산책을 하잔다. 그래서 말했다. 아마 국어시간에는 천둥 번개가 쳐도 날씨가 좋은 걸로 보일 거라고.
꿋꿋하게 수업을 했다. 이유는 너무 더워서 산책을 동의할 수 없었다. 나는 아직 덥고 습하고 힘든데 왜 너희는 이게 좋은 날씨니.
마피아를 하잔다. 마피아 하기 좋은 날씨란다. 그러나 나는 꿋꿋하게 수업을 했다. 이유는, 오늘 수업이 니들 한 시간이라서 ㅋㅋㅋㅋ 이거 안 하면 출근한 의미가 퇴색될 거 같았다.
언젠가 같이 놀 날이 있겠지. 나도 너희랑 노는 거 좋단다. 그래도 오늘은 문장 성분을 배우자꾸나.
즐겁게 수업을 했다.
너무 눅눅하고 덥고 힘들다. 수업을 마치고 자리로 와서 청소를 하려니 귀찮다. 그래도 꾹 참고 시작했다. 실에 계신 선생님들이 발 벗고 나서 주셔서 감사했다. 그렇게 말끔히 도서관을 청소했다.
청소하고 정리하면서 결국 마음이 다 풀렸다. 힘들었고 불편했었다. 물론 그 응어리들이 다 해결된 것은 아니지만 나는 내가 편하게 지내는 쪽으로 마음을 먹었다. 진심은 감출 수 없는 법이었다.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지금 내 마음이 편한 것을 하는 것이었다. 그게 다였다.
수없이 고민하고 또 고민했었다. 불편함을 표현할까에 대해서 나는 끊임없이 생각했었다. 그러나 결국 입은 떨어지지 않았고 고민에서 그쳤다. 분하기도 했고 불편하기도 했고 서운하기도 했고 괘씸하기도 했다. 그러나 상대는 알지 못하는 다 나만의 감정일 뿐이었다.
결국 교사여야 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다른 게 떠오르지 않는다. 가르치고 소통하고 함께하는 것. 성장을 보는 것. 그걸 포기할 수 있을까. 자신이 없다. 발버둥 쳐도 발버둥에서 끝나는 것은 그뿐이다. 다른 일이 생각이 나지 않는다. 생각이 나지 않는 것도 맞지만 나를 찾는 곳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