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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영 Sep 07. 2024

하고 싶은 일 vs 해야 하는 일 vs 할 수 있는 일

인생

드디어 체중이 줄었다.  브라보.

방학 내내 하루 두 끼를 실천하며 거의 매일, 적어도 주 5일 이상, 걷기 운동을 했다. 그러나 체중은 유지될 뿐이었다.


산부인과 정기 검진을 갔다가 다이어트 보조제 복용을 문의했다. 다이어트 보조제보단 식이와 운동을 권하셨다. 두 끼만 먹으면서 하루 칠천 보씩 걷는데 안 빠진다고 했더니 의사 선생님은 직접 옆에서 보지 않아서 모르겠다 하셨다. 환자가 그러하다는데 믿질 않으시는 눈치여서 기분이 상했었다.


눈에 띄는 감량은 갑자기 시작됐다. 개학을 하고 여전히 두 끼를 먹으며 주 3회 걷기를 했더니 드디어 줄기 시작한 것이다.  줄만 알던 체중이 주니 감격스럽기까지 하다.




체중을 줄이기 위해 먹고 싶은 맥주를 참았고 간식도 끼니도 참았다. 친구와의 만남도 참았다. 하고 싶은 일보다는 지금 내가 해야 하는 일에 집중했다. 무거운 몸을 이끌고 이 더위에 운동을 나가는 것은 하기 싫은 일에 해당한다. 그렇지만 나는 그것도 꾸역꾸역 했다.


무언가를 얻기 위해서는 하고 싶은 일을 내려놓고 하기 싫은 일도 할 줄 알아야 하며 해야 하는 일에 집중해야 한다. 그것을 알면서도 사십이 넘은 나도 실천하기가 쉽지 않다.




아이가 흐르지 않는 눈물로 엉엉 운다. 울고 싶었던 것이다. 무슨 인생이 노예처럼 하기 싫은 걸 계속해야 하냔다. 심장이 덜컹 내려앉았다. 아이가 행복해야 하는데 그러지 않아 보였다. 그렇다고 마냥 하고 싶은 대로 하게 둘 수도 없는 것이었다. 이 아이의 압박감을 어떻게 풀어 줄 수 있을까.


엄마의 역할이 어렵다. 나는 진심으로 아이의 행복을 바란다. 살아본 사람이라는 오만함으로 애정이라고 포장되는 잔소리를 한다.  그러다 이래도 되나. 스스로 쭈그러든다.


영재원 연구 발표를 앞두고 아이는 참석을 거부했다. 자기 방 젤 구석탱이로 숨어든 아이가 짠하면서도 너무 귀여웠다. 어린 시절 어린이집에 안 간다고 버티던 모습이 오버랩 됐다. 아이는 다른 애들은 즐겁게 노는데 왜 자긴 거길 가야 하냐며 억울해했다. 아이러니하다. 공부하고 시험 봐서 어렵게 들어간 그곳이 이제는 제일 가기 싫어하는 곳이 되었다.


마음이 흔들렸다. 그래, 집에 있으라고도 하고 싶었다. 그런데 이성은 이겨내야 한다는 소릴 내 보냈다. 그래도 비교의 소리는 속으로 삼켰다. 견뎌내는 애들이 있다는 것. 아이는 부모를 이기지 못하고 성질을 내며 갔다. 잘했을까. 괜찮을까. 마음을 졸이며 기다렸다.


중딩도 하기 싫은 일을 한다. 나는 억지로 떠밀려 나간 아들을 생각하며 집안일을 했다. 마음이 뒤숭숭했다. 세상에서 제일 소중한 존재인데 자꾸 힘들다고 한다.


돌아온 아이와 우리 부부는 긴 얘기를 나눴다. 재밌던 것들이 다 재미없어졌단다. 강제적으로 하는 모든 게 싫단다. 그래서 조율을 해 보자 했다. 엄마아빠가 공감해 준 것만으로도 아이에게 힘이 된 듯했다.




아이는 나의 어릴 적 모습과 놀랍게도 흡사했다. 내가 딱 저 만 때 저랬었는데... 어쩌나... 지금 내 모습이 되면 안 되는데 어떡하지 싶다가도 강제가 가장 싫다니 우선은 존중해 보기로 했다.


요즘도 나는 학창 시절에 즐거웠던 추억을 종종 후회한다. 조금만 덜 즐거웠었더라면 지금 나는 하고 싶은 일을 더 잘할 수 있었을 텐데. 그렇다고 아이에게  지금 행복하지 말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하고 싶은 일과 해야 할 일은 참 많이도 충돌한다. 나는 할 수 있는 일이 하고 싶은 일이고 해야 할 일이었으면 좋겠다. 내 아이도 그러했으면 좋겠다.


인생이 녹록지 않다. 십 대에게도 사십 대에게도 인생이 참 어렵다는 사실이 씁쓸하다.


                                                               2024. 9,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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