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문영 Sep 10. 2024

사랑해 그리고 기억해

11주기

매년 가지 못해서 미안해.
그래도 한 번도 오빠 없이 살아본 적이 없어. 매 순간 기억했고 오빠였으면 어떻게 했을까 고민했었어. 누군가가 형제 관계를 물으면 오빠가 한 명 있다고 대답했어. 나의 성정을 오빠 없이 설명할 수가 없어.

학생들에게 내 성장기를 이야기할 때도 오빠는 빠지지 않아. 오빠는 너무 빨리 세상을 떠났지만 내 인생에서 빠질 수 없는 자리매김을 하고 갔어. 그래서 난 여전히 오빠를 보내지 못했어.

홀로서기가 참 힘들어. 세상이 만만치 않아. 이제 혼자 운전도 잘하고 컴퓨터도 잘하고 내 생각을 씩씩하게 말도 잘하고 열심히 글도 쓰는데... 근데도 어려워.

오빠가 자랑스럽다고 했던 집필도 하고 너만 한 선생 없다고 해 줬던 거 생각하며 교단에도 우뚝 서는데... 다 때려치우고 싶을 정도로 어려워.

오늘도 백 번 고민했어. 연가를 내고 오빠한테 갈까. 그러다 언니랑 엄마 아빠 마주칠 수도 있겠다. 뭐 어때. 해 볼까.

그러나 성실함이, 산적한 일이, 책임감이 날 학교로 끌었어. 결국 현실에서 또 어려움을 느끼며 꾸역꾸역 자리를 지켰어.


학교가 힘들어. 오빠가 있었으면 오빠에게 물어봤을 거야. 어떡하냐고. 아침 일찍 톡을 했겠지. 그럼 오빠는 평화로운 통근 버스 안에서 답을 해 줬을 텐데. 뭘 고민하냐고. 그냥 신경 끄라고 했겠지.

그래서 최대한 단순하게 살려고 애쓰고 있는데 오빠야, 오빠 없는 세상이 참 어렵다. 오빠가 있었어도 물론 세상은 내 편이 아니니 어려웠을 거야. 우리들의 갈등도 있었겠지. 그래도 나는 오빠한테 의지를 했을 거 같아. 어렸을 적 늘 그랬듯이.

11년이나 지났는데 그 세월이 믿어지지 않아. 아등바등 산 거 같은데 그렇게 아등바등 사느라, 나는 고모 역할을 잘 못했어서  오빠한테 미안할 뿐이야. 나중에 오빠 어떻게 보지? 오빠를 기억하고 살았다는 걸로 퉁쳐지지 않을 텐데.


그래서 나 다시 열심히 살아보려고. 그러면 또 좋은 고모도 할 수 있겠지.


오빠, 나는 앞으로 11년도 오빠를 잊지 못할 거야. 아마 우리 다시 만날 때까지 오빠 기억하며 살 거야.

다시 만날 때 마중 나와 줘. 내 동생 수고했다고 또 자랑스럽다고 꼭 얘기해 줘. 열심히 살았다고 기특하다고.

그 얘기 들을 수 있도록 세상에서 애써 볼게. 

보고 싶어. 너무도.

                                                            2024.  9.   9.

이전 09화 하고 싶은 일 vs 해야 하는 일 vs 할 수 있는 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