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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영 Sep 06. 2024

살아가는 법

날씨가 좋단다. 산책을 하잔다. 그래서 말했다. 아마 국어시간에는 천둥 번개가 쳐도 날씨가 좋은 걸로 보일 거라고.


꿋꿋하게 수업을 했다. 이유는 너무 더워서 산책을 동의할 수 없었다. 나는 아직 덥고 습하고 힘든데 왜 너희는 이게 좋은 날씨니.

마피아를 하잔다. 마피아 하기 좋은 날씨란다. 그러나 나는 꿋꿋하게 수업을 했다. 이유는, 오늘 수업이 니들 한 시간이라서 ㅋㅋㅋㅋ 이거 안 하면 출근한 의미가 퇴색될 거 같았다.


언젠가 같이 놀 날이 있겠지. 나도 너희랑 노는 거 좋단다. 그래도 오늘은 문장 성분을 배우자꾸나.


즐겁게 수업을 했다.




너무 눅눅하고 덥고 힘들다. 수업을 마치고 자리로 와서 청소를 하려니 귀찮다. 그래도 꾹 참고 시작했다. 실에 계신 선생님들이 발 벗고 나서 주셔서 감사했다. 그렇게 말끔히 도서관을 청소했다.


청소하고 정리하면서 결국 마음이 다 풀렸다. 힘들었고 불편했었다. 물론 그 응어리들이 다 해결된 것은 아니지만 나는 내가 편하게 지내는 쪽으로 마음을 먹었다. 진심은 감출 수 없는 법이었다.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지금 내 마음이 편한 것을 하는 것이었다. 그게 다였다.


수없이 고민하고 또 고민했었다. 불편함을 표현할까에 대해서 나는 끊임없이 생각했었다. 그러나 결국 입은 떨어지지 않았고 고민에서 그쳤다. 분하기도 했고 불편하기도 했고 서운하기도 했고 괘씸하기도 했다. 그러나 상대는 알지 못하는 다 나만의 감정일 뿐이었다.  




결국 교사여야 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다른 게 떠오르지 않는다. 가르치고 소통하고 함께하는 것. 성장을 보는 것. 그걸 포기할 수 있을까. 자신이 없다. 발버둥 쳐도 발버둥에서 끝나는 것은 그뿐이다. 다른 일이 생각이 나지 않는다. 생각이 나지 않는 것도 맞지만 나를 찾는 곳도 없다.


감정을 해결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는 없다. 그러나 지금은 우선, 좋은 금요일이다.


                                                                                                                                                                          2024. 9.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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