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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영 Oct 29. 2024

내리사랑

아빠아이에게 감자칩 한 통을 선물로 주셨다.


 "할아버지가 이거 세 통 샀어. 너랑, ㅇㅇ이랑 @@ 주려고."


아빠는 친손주 두 명, 외손주 한 명을 생각하고 과자를 세 개 사신 거다. 아이에게 말씀하시는 걸 나는 친정에서 안방 침대에 벌러덩 누워 듣고도 못 들은 척했다.


집에 가려고 준비를 마치고 나오는데 아이가 통감자칩을 소중히 들고 있다.


  "응? 이거 엄마가 먹을 거다~"

 "아니야. 내 거야. 할아버지가 주셨어."

 "에이, 할아버지가 딸 안 주시고 손자 주셨다고?"

 "진짜야, 나 주셨어."


사춘기 아들도 이럴 땐 애기다. 자기 거라는 걸 그렇게 어필한다. 옆에서 우리 대활 들으시던 아빠가,


 "가만있어 봐. 딸내미도 줄게."


많은 망설임 끝에 과자를 가지러 가시려 한다. 다른 손주 건 다시 사자는 심산이실 거다.


 "아니에요, 아빠. 나 안 먹어. 장난이에요."


딸보다 손주가 먼저셨던 아빠. 친정을 방문할 때 아이를 데리고 가지 않으면 온 걸로 안 쳐 주시는 분. 사춘기라 세상 까칠한 아이가 앉아만 있어도 그저 좋으신 분이다. 아이를 가만히 쳐다보시며 늘 웃으신다. 외갓집이라고 와서는 소파에 앉아 게임만 하다 밥만 얻어먹는 아이가, 묻는 말에 단답형으로만 대답하는 아이가 그저 이쁘신 우리 부모님이다.


나도 내 아이가 그저 이쁘다. 어쩌다 씩 웃으면 너무너무 예쁘다. 귀해서, 너무 귀해서 어쩔 줄을 모르겠다.


많은 사랑을 담뿍 받으며 컸다. 그 사랑이 이제 내 아들에게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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