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문영 Nov 12. 2024

접촉사고

무사고 운전이 깨지다

생애 첫 교통사고가 내가 낸 게 돼 버렸다.  백 대 빵에 백을 맡은 자. 아직도 몸이 후들거린다.




아침부터 부산했다. 갑자기 렌즈 케이스가 보이지 않았고 챙겨야 할 것은 많았다. 한 이십 분을 렌즈를 찾아 분주히 움직였다. 남편이 화장대 밑 구석으로 굴러간 렌즈 케이스를 찾아 주었다.


난리도 아니었다. 가정 쓰레기는 넘쳐서 오늘 출근길에 꼭 버려야 할 거 같았고 참고 도서는 오늘 아이들 피드백을 위해 꼭 필요할 거 같았다. 오늘 또 아이 학부모 상담이라 화장과 복장에 좀 더 신경 썼다.


마음이 분주했다. 적어도 한 시간 전에는 도착해서 회의 준비를 해야 하는데 뭐가 이렇게 아침이 바쁜지 발만 동동 굴렀다. 먹어야 할 약은 왜 이렇게 또 많은 거야. 아이처럼 투덜거리며 약을 털어 넣고 물을 꿀떡 삼키고 양손에 노트북 가방과 출근 가방, 쓰레기봉투를 바리바리 들고나갔다.




이런 날은 뭔 일이 나게 마련인가 보다. 늘 가던 길이었다. 다만 신호를 기다릴 여유를 갖지 않고 조심스럽게 우회전을 했다. 다음에 좌회전을 해야 한다. 한 차선씩 바꿔 가며 1차선을 향해 갔다.


마지막 차선 바꾸기. 분명 옆 차선이 텅 비었다. 아무것도 없다. 슝 들어가는데 쿵.

.

.

.

.

진행 중이던 차의 뒤 범퍼를 박은 듯하다. 뭔가 홀린 기분이다. 분명 아무것도 없었다. 나는 옆과 뒤만 본 것이다. 앞은 보지 못했다.


"아니 그렇게 갑자기 들어오시면 어떡해요?"

"제가 갑자기 들어간 건 아니고요...."


라고 대답했으나 그분 입장에선 갑자기가 맞다. 죄송하다고 차에서 내리자마자 사과드렸다. 그리고는 말을 아꼈다. 그래야 할 것 같았다.


차를 빼서 한적한 데 정차하고 각자 보험사를 불렀다. 나는 남편과 길게 통화했다.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하나도 몰랐다. 남편이 알려 준 대로 상대 차의 사고 부분을 찍었다. 보험사가 왔다. 내게 유리한 이야기는 하나도 없었다.


창피했다. 말도 안 되는 실수를 했다. 현장 조사가 끝나고 개인정보제공 동의를 받고 보험사는 떠났다. 보상팀으로부터 전화가 올 거란다. 상대 차도, 보험사도 떠났다. 나는 내 차에 타고 떠나지 못했다. 몸이 달달 떨렸다.




출근을 했다. 다치지 않았고 차도 범퍼만 긁혔다. 다행이었다. 상대 차도 국산이었고 대인 접수는 하지 않으셨다. 감사했다. 그러나 아직 보상팀서 연락이 오지 않았다. 초조한 마음으로 연락을 기다리는 중이다.


퇴근을 했더니 몸은 더 후들거린다. 상담까지 무사히 마쳤다. 상담 중에 전화가 올까 봐 걱정했는데 지금까지도 오지 않았다.


무사고 운전이 깨졌다. 운전 사 년 여 만에 사고를 냈다. 마음이 착잡하다. 내 차의 꼴도 안쓰럽다. 깨끗하게 물려받았는데 여기저기 흠집이 나 버렸다.


여전히 무언가에 홀린 기분이다. 어떻게 전혀 보지 못했는지 나를 이해할 수가 없다. 운전이 무서워졌다. 덜덜하는 마음으로 퇴근을 했다.


초심이 필요하다. 집중해야 한다. 정리되지 못한 일상이 사고를 냈다.


작가의 이전글 극복하지 못한 이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