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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림: 반짝이는 것을 건지려면

사물의 뒷모습-이명(안규철)-1

by 리빙북

조각가 안규철의 "사물의 뒷모습"이란 책을
신문 서평에서 보고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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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과 아트에 관심이 많았고 업무적으로도
프리미엄 마케팅의 한 부분으로

아트 관련 업무를 하던 시기에
조각가가 쓴 글에 자연스럽게 눈이 갔다.


'내 이야기로 그린 그림'이라는 표지의 안내글처럼
연필로 스케치한 그림이왼쪽 페이지에
그 그림 소재의 글이 오른쪽에 배치되어 있었다.


'짧은 글 긴 생각'이란 단어가 떠오르는 보석과 같은
글들이 조용히 빛을 발하고 있었다.


어느 시인이
“너를 보려고 이제 눈을 감아야 하나"
라고 썼듯이, 뭐라도 하나 반짝이는 것을
건지려면, 낮의 소란과 번잡과 모욕을
밤의 적막과 어둠으로
씻어내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래서 이른 새벽 어스름 속에 혼자
일어나 앉아
하나의 철자, 하나의 단어,
한 줄의 문장이 저 지평선
너머에서 떠오르기를
하염없이 기다리는 것이다.

사물의 뒷모습(안규철): 이명


블로그를 시작하기 전에 내가 생각하던 글도
안규철의 글처럼 느껴지고
떠오르는 글을 쓰는 것이었다.


매일 쓰기와 내 속에 고여있고 걸러진 글쓰기의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으려면 얼마나 많은

고요함의 시간을, 막함의 시간을 가져야 할 것인가?


그래도 어떤 날은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는다.

혹은 나에게 말없이 다가왔던 어떤 것을,
지난밤의 기억나지 않는 꿈처럼 손가락들
사이로 놓쳐버렸는지도 모른다.

꿈도 없이 깊은 잠을 자도 지워지지 않는
어제의 끈질긴 소음들이 이명처럼 귓속에
자리를 잡고 앉아서
새벽녘에 저 먼 곳에서 들려오는 어떤 이의
간절한 외침을 가로막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것도 아니라면 어쩌면 오늘은 아무것도
새로 도착하지 않는다는 것,
부재와 헛된 기다림이 바로 오늘
내가 맞이해야 하는 최초의 손님이라는 것을
순순히 인정해야 할 것이다.

사물의 뒷모습(안규철): 이명


떠오르지 않고 고여지는 것이 없을 때는
안규철의 고백대로 부재와 헛된 기다림이

바로 오늘 내가 맞이해야 하는 최초의
손님이라는 것을 순순히 인정해야 할 것이다.


삶이 글이 되고 글대로 삶을 사는 그날을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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