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청환
N백화점 신발 코너
신데렐라를 닮은 그녀가 신발을 팔고 있다
바닥을 탕탕 구르는 발들에게
공손히
허리 굽히고 무릎 꿇는다
최저 시급 열두 시간 노동
손님이 뜸한 잠깐
계산대 뒤에 쭈그려 앉아 마른 김밥을 삼키다
순회하던 매니저 손에 들린 경고장을 발견하고
컥컥 가슴을 친다
종일 신발에 갇혀 부르튼 발, 부어오른 종아리가
간간이 신문 사회면을 장식했고
회사는 그녀에게 유리의자를 내주었다
앉을 수도 앉아서도 안 되는
매일 밤 유리의자 아래 유리구두 한 짝을 흘리고 오는 그녀
조명이 꺼지고 무도회가 끝난지 한참이 지났는데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