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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청환 Oct 25. 2023

주먹 쥔 고사리를 대하는 올바른 자세 ​

주먹 쥔 고사리를 대하는 올바른 자세


                                      /박청환


때로 저 조막손을 펴 보고 싶었다

굽은 곡선을 반듯하게 다림질하고 싶었다

덜덜 휘청이며 딛고 선 팔순의 지팡이처럼

흔들흔들

잡초들 사이를 비집고

한 걸음 한 걸음 짜내는 땅속의 생존

어느 한순간인들 최후 아닌 적이 있었으랴

주먹을 움켜쥐고 핏발 세우며 

끊임없는 최후를 견디느라

목이 구부러졌으리라

그 안간힘이 아무리 안쓰러워도

누구도 대신 펴 줄 수 없는 것

함부로 나섰다간 통째로 목이 꺾일 수도 있다

비바람 지나간 어느 날 

고개를 들고 움켜쥔 주먹을 펴자

순식간에 날개가 돋아났다

부채 같은 날개가

하늘을 향해 

비상의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나비잠에 빠진 어린것의 움켜쥔 손이 궁금하다

하지만 그 손을 펴 보는 건

하늘을 감히 훔쳐보겠다는 것

하여 기다리는 것이다

저 어리고 거대한 것이

스스로 기지개를 켤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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