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권경원의 슛이 수비수를 맞고 골라인 밖으로 넘어가 코너킥을 얻은 상황. 예기치 못했던 심판의 종료 휘슬이 울렸다. 경기장 안의 선수들과 스테프들은 물론이거니와 현장에서 응원하던 응원단과 늦은 시간까지 TV로 응원을 하던 국민들은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2.감정적으로 대하면 악명 높았던 테일러 심판의 명명백백한 잘못이 맞다.그러나 이성적으로 생각해보면 남을 탓하기 보다는 상황을 그 지경까지 만든 우리의 내부점검이 먼저 필요하지 않을까?
3.대한민국의 월드컵 역사를 살펴 보았을 때, 조별리그 2차전에서 승리를 한 경우는 단 한 차례도 없었다(11회 출전중). 게다가 2차전에서 선제골 역시 넣어 본 적이 없었다. 물론 과거의 경험들이 그대로 반복되었기에 그러려니 하자는 말이 아니다.
4.우리에게 <16강 진출을 위한 경우의 수>는 너무도 익숙한 단어이다. 20년 전, 2002년 홈에서 버프를 받아 자력으로 16강에 진출했던 그 대회를 제외하고는 매 대회마다 3차전 마지막 결과까지 경우의 수를 따져보며 16강 진출 여부를 결정짓곤 했다. 그러니 너무 새삼스레 억울하다며 경기의 피해자인척 하지 말고, 얼른 훌훌털고 마지막 피날레를 멋지게 장식할 준비를 해야함이 옳다.
5.늘 확고하고 변화 없는 벤투 감독이 결전의 순간에 포메이션과 선수 기용에 변화를 주었다는 것 자체가 큰 도전이고 좋은 시도였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선수 선발에 있어서는 모두가 원하는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6.이강인 선수를 선발로 썼으면 경기 결과가 달라졌을거라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과연 그랬을까? 아니,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벤투는 이번 월드컵에서 이강인 선수를 ‘경기를 뒤집는 한 방’의 <크랙>으로 사용하는 것 같다. 그리고 실제로 그의 교체 투입 시기나 역할에서는 기대 이상의 활약을 보여줬다.
7.이강인 투입 전후로 경기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다. 잠잠했던 조규성이 살아났고, 손흥민은 여유가 생기고 김진수에게도 많은 기회가 열렸다. 다만 권창훈 선수의 다소 부진해 보였던 활약은 나상호 선수가 아니라, ‘황희찬’ 선수를 더욱 그립게 했다.
8.아프리카 축구는 빠르고 유연하다. 게다가 흑인들 특유의 탄력과 힘있는 피지컬까지 더해져 상대하기가 쉽지 않다. 2014년 월드컵에서 알제리를 1승 제물로 삼았다 4대2로 참패했던 기억이 있다. 축구를 좋아하고 평소에도 관심있게 지켜보는 사람들이라면 우루과이가 아니라 가나가 더 힘든 경기가 될 것이라는 것을 분명히 알고 있었을 것이다.
9.원래 축구는 ‘흐름’ 싸움이기 때문에 흐름이 와서 몰아붙일 때 골을 넣지 못하면 곧 실점을 하는 경우도 많다. 어제 경기가 그랬다. 가나가 흐름을 타지 않기를 바랬는데, 그들이 경기를 흔드는 그 몇 번의 흐름이 다 세 골로 이어졌다. 이런 부분을 염두해 벤투 감독이 빠른 정우영을 넣고 압박과 투지를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결과적으로는 큰 소득은 없었지만, 많은 사람들이 말하는 벤투의 ‘아집’보다는 ‘소신’에 더 가깝다는 생각이 든다.
10.우리가 포루투갈을 이기는 것은 쉽지 않다. 다만 조기에 16강에 진출한 포르투갈이 조금 살살 해주기를 바랄 뿐이다. 그러나 16강을 조2위로 통과 했을시, 브라질을 만날 확률이 아주 높기 때문에 포르투갈도 만약에 벌어질 최악의 상황들을 피하기 위해 쉽사리 게임을 내주진 않을 것이다.
11.우루과이와 가나의 무승부 혹은 우루과이의 1점차 승리. 두 경기째 득점이 없는 우루과이에게 너무 많은 기대를 한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지난 대회에서 독일을 2대0으로 이기고도 멕시코가 스웨덴에 잡히는 바람에 조별리그를 탈락했던 아픈 기억이 살짝..
12.주사위는 이미 던져졌다. 벤투 감독의 3차전 결장이 4년간의 모든 수고가 한 순간에 무너지는 모래성이 되지 않기를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