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자 사용 설명서

Chapter 10. 창작은 끝나지 않는 자가진단 테스트다

by 유혜성

Chapter 10. 창작은 끝나지 않는 자가진단 테스트다


창작은 늘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일이지만, 사실은 매번 나 자신을 다시 시험에 부치는 일이다.

창작자는 매일같이, 자기 자신을 대상으로 한 끝없는 자가진단 테스트를 치르며 살아간다.


“이 방향이 맞는 걸까?”

“이건 정말 나다운가?”

“누군가에게 전해질 수 있을까?”


이 질문들은 창작이라는 삶의 리듬 속에서 문득문득 고개를 든다.

어떤 날은 피곤한 밤의 숨결처럼 다가오고, 어떤 날은 환한 아침의 번뜩임처럼 깨어난다.


그런데 이게 고통스럽기만 한 건 아니다.

오히려 조금 짜릿하고, 묘하게 유쾌하다.

왜냐하면, 매번 그런 질문들을 통해 다시 나를 만날 수 있으니까.


이건 비단 글쓰기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음악, 그림, 춤, 요리, 패션 디자인, 필라테스 동작 하나조차도 마찬가지다.

창작자는 자신이 만든 것을 먼저 스스로에게 시험해 본다.

거울 앞에서 몸을 움직이고, 녹음된 노래를 다시 듣고, 음식을 먼저 맛보고, 패턴을 다시 뜨고, 동작을 직접 몸으로 맞춰본다.


나도 그랬다.

어느 날 새벽 5시, 갑자기 눈이 번쩍 떠졌다.

머릿속에 새로운 필라테스 시퀀스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잠옷 바람으로 조용히 매트를 폈고, 동작을 하나하나 연결해 봤다.

몸이 풀리면서 마음도 풀렸다.

그리고, 갑자기 문장이 하나 떠올랐다.


“몸을 움직이는 사람은, 마음도 움직인다.”


그렇게 아침 6시에, 필라테스 시퀀스와 에세이 한 줄이 동시에 태어났다.


창작은 그렇게, 온몸으로 하는 일이다.

머리로만 하는 게 아니다.

몸과 마음, 무의식의 합작품이다.


창작은 내 몸의 감각을 들여다보는 일이고,

내 마음의 주름을 매만지는 일이며,

내 생각의 씨앗을 실험하는 일이다.


그래서 창작자는

매일 자신에게 묻고, 답하고, 수정하고, 또 묻는다.

자기 자신을 돌보고, 다듬고, 보듬는 사람들이다.


어쩌면 창작자는 자기 자신을 가장 잘 케어하는 심리학자이며,

동시에 세상을 케어하려 애쓰는 치유자다.


하지만 너무 심각할 필요는 없다.

나는 내 창작 생활을 이렇게 비유하곤 한다.


“창작은 평생 치르는 나 혼자만의 건강검진이다.

가끔은 맹장이 아픈 줄 알았는데, 그냥 배고픔이었고,

마음이 아픈 줄 알았는데, 사실은 날씨 때문이었다.”


웃기지만, 진짜다.


창작자는 늘 스스로를 가장 먼저 의심하고,

가장 먼저 이해하고,

가장 먼저 다독이는 사람이다.


그리고 그 과정을 통해 결국,

가장 먼저 자신을 사랑하게 되는 사람이다.


창작자의 자문자답 Q&A

-끝나지 않는 ‘자가진단 테스트’ 에디션


Q. 창작이 잘 안 될 땐 어떻게 해야 하나요?

A.

진단 1: 과도한 자신감 결핍 증후군

처방: ‘일단 걷는다. 30분 이상. 그리고 편의점에서 좋아하는 음료 하나 사서 하늘을 본다.‘

대개 거기서 해결됩니다.

보너스 팁: 샤워 중 떠오른 아이디어는 대부분 진짜입니다.

(단, 메모앱은 방수 기능 탑재 필수!)


Q. 자꾸 남과 비교돼요.

A.

진단 2: SNS형 비교망상 증후군

처방: 인스타 로그아웃 + 창작 초기의 나를 다시 훑어보세요.

비교의 늪에서 빠져나오는 가장 좋은 방법은, 내가 어디서 시작했는지를 돌아보는 것.

처음의 나를 보면, 지금의 내가 꽤 괜찮아 보일 것입니다.


Q. 아이디어가 안 떠올라요.

A.

진단 3: 두뇌 건조주의보 발령

처방: 샤워 + 스트레칭 + 음악 + 필사 + 사람 관찰

아이디어는 공장에서 찍어내는 게 아니라, 자연과 무의식 속에서 ‘채집’하는 것입니다.


Q. 왜 창작을 해야 하죠?

A.

진단 4: 존재론적 창작 의문증

처방: 글 한 줄, 그림 한 장, 동작 하나라도 만들어보세요.

창작은 ‘내가 살아있다’는 가장 명료한 증거니까요.


창작자 사용설명서 ver.10


오늘도 나를 테스트 중입니다.


제품명:창작자 10호

버전 상태: 불안하지만 반짝이는 중

진단 기능: 내면 탐지 300%, 눈물 감지 100ml, 번뜩이는 순간 포착력 보통 이상

테스트 주기: 하루 3회 이상, 간헐적 자존감 저하 시 자동 발동


사용법 안내서

1. 의심이 들 때: 창작자 10호는 늘 스스로를 의심합니다.

2. 부작용: 감정 기복 있음

3. 대처법: 걷기 + 편의점 콤부차 + 하늘 보기. 4. 비교가 밀려올 때: SNS 잠금 후, 창작 초기의 나를 다시 스캔해 보세요.

“이 정도면 나 꽤 괜찮은데?”라는 말이 절로 나올 확률 82%

5. 아이디어 고갈 시: 샤워, 스트레칭, 음악, 남의 말 엿듣기(!)

창작자 10호는 자연과 우연 속에서 영감을 줍줍 합니다.

6. 존재가 흔들릴 때: 글 한 줄, 몸짓 하나라도 만들어보세요.

“아, 내가 살아있구나”는 그렇게 느껴지는 법입니다.


기타 팁

1. 고장 났을 땐: 고장 아닙니다. 그냥 살짝 저전력 모드일 뿐이에요.

2. 업데이트 시: 타인의 말보다 자신의 직감과 설렘을 우선할 것.

3. 주의사항: 너무 오래 앉아 있으면 생각이 굳습니다. 자주 일어나 걷게 하세요.

4. 아이디어는 물기 있는 환경에서 잘 태어납니다.

(샤워실, 눈물, 세면대, 세숫대야 등등…)


오늘의 기능 점검 멘트


“지금 내 마음, 글 쓰기 괜찮은가요?”

“괜찮아. 안 괜찮아도, 써보면 괜찮아질 거야.”


최종 결론


창작자 10호는 오늘도 자기를 진단하고, 다독이고, 다시 사랑합니다.

고장이 아니라, 성장 중이니까요.

창작은 그렇게, 나를 계속 살아 있게 만듭니다.


창작자 10호는 오늘도

“이게 뭐지?” 하며 스스로를 고치고,

“그래도 괜찮아” 하며 문장을 씁니다.

그렇게 오늘도, 우리 모두는 창작 중입니다.

(배터리 2칸 남았지만, 괜찮습니다.)


창작은 결국, 아무도 알아주지 않아도 ‘다시 해보자’고 속삭이는 나를 믿는 일이다. 그 조용한 믿음이, 오늘도 한 줄을 가능하게 한다.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comet_you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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