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11. 슬럼프는 포장된 성장기다
슬럼프가 찾아왔다.
아무 말도 하기 싫고, 손끝에 감흥도 없다.
텅 빈 머릿속. 커서만 깜빡이는 화면을 한참 바라보다가 결국 노트북을 덮는다.
“나 이제 안 되는 건가?”
“다 쏟아낸 걸까?”
“재능이 없는 거였나?”
그런데 문득, 이런 생각이 스친다.
“이 감정, 어디서 많이 느껴봤는데?”
그러고 보니, 이건 처음 겪는 일이 아니다.
몇 번의 창작 고비마다 이상하게도 이런 시기가 찾아왔다.
어느 날 멈추고, 주춤하고, 그러다 어느 순간 다시 돌아와 더 괜찮은 무언가를 만들어냈다.
그때 알았다.
슬럼프는 내가 성장하고 있다는 신호라는 걸.
그저 그 성장을 조금 엉뚱한 모습으로 포장해서 보내온 것뿐이라는 걸.
예쁘진 않지만 속은 꽤 알찬 택배처럼.
창작자에게 슬럼프는 특별한 성장의 징후다.
왜냐하면, 창작자는 늘 자기 자신을 연료 삼아 작업하니까.
소진되고, 다시 채우는 그 과정이 ‘슬럼프’라는 이름으로 찾아오는 것뿐이다.
우리는 다르다.
그저 일이 안 풀리는 사람들과는.
창작자는 슬럼프가 왔다는 걸 알아도,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그건 곧 ‘변화의 시기‘라는 뜻이니까.
Q. 요즘 왜 이렇게 아무것도 하기 싫지? 나 게을러진 건가?
A. 아니야. 너 지금 ‘성장 중’이야.
겉으론 아무것도 안 하고 있는 것처럼 보여도,
너는 지금 내면의 사춘기를 겪는 중이야.
그 시기는 언제나 좀 멍하고, 말수 적고, 기분도 처지지. 괜찮아. 그게 자연스러운 거야.
Q. 근데 이렇게 오래 쉬면, 나 다시 못 돌아올까 봐 무서워.
A. 걱정 마.
작곡가 베토벤도 청력을 잃고는 “내 인생 끝났다”라고 했어.
하지만 그 침묵 속에서 탄생한 게 뭐였지?
〈운명 교향곡〉.
슬럼프는 때로 ‘운명처럼 위대한 것’을 준비하는 시간이야.
Q. 그럼 지금은 뭘 해야 하지?
A. 일단 멈춰. 그게 시작이야.
산책하고, 여행 가고, 친구 만나고, 음악 듣고, 낯선 길을 걸어봐.
아무도 기대하지 않는 시간 속에서,
네 안에서 뭔가가 스멀스멀 올라올 거야.
그건 분명, 다시 쓰고 싶다는 마음일 거야.
Q. 슬럼프 없이 계속 창작하는 사람도 있지 않나?
A. 그건 아직 자기 한계에 부딪히지 않은 사람이거나,
창작이 아니라 ‘반복’을 하고 있는 사람일 수도 있어.
진짜 창작자는 끊임없이 자기 자신을 넘어야 해.
그러기 위해선 당연히 멈칫하고, 흔들리고, 길을 잃는 시간이 필요하지.
그게 슬럼프야.
멀어 보이지만, 실은 가장 깊이 있는 나 자신에게 가까워지는 시간.
1. 갑자기 아무것도 하기 싫을 수 있음
2. 창밖만 멍하게 보다가 하루가 갈 수 있음
3. 누군가 말 걸면 “그냥 좀 조용히 해줄래…?” 모드 돌입 가능
하지만 걱정 금지! 당신은 고장 난 게 아니라, 진화 중입니다.
현재 당신의 창작 시스템은
<내면 정비〉, 〈정체성 재설계〉, 〈감정 업데이트〉를 자동 실행 중입니다.
이 모드는 외부 활동은 급감하지만, 내부 진화는 폭발적으로 진행됩니다.
1. 억지로 밀어붙이지 마세요.
슬럼프는 근성 미션이 아닙니다.
2. 휴식을 ‘기능’으로 인식하세요.
쉼은 오류가 아니라, 시스템 업데이트 중인 상태입니다.
3. 불안보다 호기심을 선택하세요.
이 시기엔 “뭐라도 해야지”보다
“어떤 게 나올까?”라는 마음이 훨씬 유용합니다.
슬럼프가 찾아왔다면, 이렇게 선언해 보세요.
“지금 나는, 포장된 성장기를 겪는 중이다.”
그리고 기다리세요.
내면이 정비되고, 감정이 정리되고,
어느 날 갑자기 반짝이는 문장 하나가 떠오를 때까지.
그 순간, 당신은 전보다
더 단단하고, 더 뜨겁고, 더 깊은 창작자가 되어 있을 거예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기억하세요.
슬럼프는 끝이 아니라 시작입니다 조금 엉뚱한 얼굴로 찾아왔을 뿐 그리고 그 기록이,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한 줄기 빛이 되기도 하니까요.
그게 창작자의 숙명이자, 기쁨입니다.
슬럼프 중 급하게 뭔가를 하고 싶을 때, ‘의미 있는 행동’ 대신 ‘작은 움직임’을 선택하세요.
1. 창밖 보기
2. 산책 5분
3. 발끝 스트레칭
4. 낯선 맛 음료 하나 시도
5. 냉장고에 있던 오래된 채소 볶기.
이런 움직임들이 무심한 창조력을 깨웁니다.
왜냐하면?
움직이는 몸은, 멈춰 있는 마음을 데리고 나가니까요.
창작자의 슬럼프는 정지 상태가 아니라,
보이지 않는 전력 질주입니다.
그러니 마음껏 멈추고, 무책임하게 쉬세요.
그게 바로 가장 책임감 있는 창작의 태도일지도 모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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