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사는 게 어려울 때

다산 시리즈 3권

by 유쾌한 주용씨

나이 50이니 분명 어른인데 아직도 세상살이는 만만치 않고 사는 건 실수투성이입니다. 이 정도 나이를 먹었으면 인생에 대해 좀 알 법도 한데 아직도 헤매고 있는 듯하네요. 마음이 급해집니다. 두 아들과 제가 가르치는 학생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어른이 되고 싶거든요. 제가 걸어온 길에 웅덩이가 있으면 메꿔주고 가시덤불은 좀 치워주고 오래되어 흐릿해진 안내판은 새로 만들어 주면서 날 따라와도 괜찮다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그래서 좋은 어른이 되기 위한 공부를 합니다. 조윤제 작가가 다산 시리즈 3권을 출간할 때마다 사서 읽었습니다. 좋은 구절들을 노트에 따라 적으며 마음공부의 교재로 삼았어요. 얼마 전에는 출판사에서 조윤제의 신작 『다산의 하루』에 대한 서평 의뢰가 와서 반가운 마음으로 수락했습니다. <다산의 마지막 공부>(2018), <다산의 마지막 습관>(2020), <다산의 마지막 질문>(2022)의 책 속 문장들을 일력 형식으로 묶은 책입니다. 제 책상 위에 올려놓고 한 문장씩 읽어가며 하루를 시작합니다.


- 어른의 마음공부 『다산의 마지막 공부』


정신없이 일하고 돈 버는 일에 매달려 있을 때는 몰랐습니다. 마음을 지키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마음을 잃는 일이 얼마나 쉬운 것인지. 일을 그만두고 나서야 제 마음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다산의 마지막 공부』는 내 것이지만 내 마음대로 할 수 없는, 그 마음을 지켜내기 위해 마음을 공부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이 책을 읽는 내내 내 마음을 이리 돌려보고 저리 돌려봤습니다. 항상 내 안에 있던 내 마음을 꺼내어 내 눈으로 관찰하고 내 손으로 다듬는 기분이었어요. 다산이 말한 자신만이 알 수 있는 스스로의 마음을 깨끗이 하고 신중하게 다듬는, 신독愼獨을 해 보고 싶었습니다.


열심히 노력해서 의식적으로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 내면이 곧게 섬으로써 그 충실함이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사람. 크고 대단한 일을 해서가 아니라 일상의 삶에서 품격이 있는 사람. 무심한 듯, 아무렇지도 않게 행동하지만 돌이켜보면 한 치의 어긋남도 없는 사람. 바로 이런 사람이 진정한 어른이다.


나이를 먹는다고 어른이 되는 건 아닙니다. 진정한 어른이 되기 위해서는 성실하게 공부하고, 끊임없이 수양해야 합니다. 저는 아직 어른이 되려면 멀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부터라도 노력하면 10년 후, 20년 후엔 좀 괜찮은 어른이 되어 있을까요? 어른은 자신의 감정을 다스릴 줄 알아야 하는데 그것이 또 쉽지 않습니다. 화가 날 때 그것으로 인해 닥칠 수 있는 어려움을 생각해보랍니다. 과연 이 상황이 화를 내야 마땅한 상황인가를 다시 냉정히 생각해본다면 후회스러운 일을 만들지 않을 수 있다고요. 또 이득이 되는 일을 볼 때 의로운지를 먼저 생각하라고 공자는 조언합니다. 즉, 행동을 하기 전에 잠깐 멈추라는 것이죠. 고요하고 편안한 마음으로 생각할 수 있다면 부끄러운 행동을 하지 않게 된다는 말입니다.


감정적이라는 말을 많이 들으며 살았어요. 기분이 좋으면 목소리가 커지고 톤이 올라가죠. 즐거운 일이 있을 때는 저와 함께 있는 걸 사람들이 좋아해요. 흥이 더해지니까요. 그런데 우울한 날에 땅굴을 파고 들어가 세상 밖으로 나오지 않을 사람처럼 어두운 표정이 돼요. 건들지 마라 이거죠. 주변 사람들이 정말 힘들었을 거예요. 내 기분에 따라 눈치를 봐야 했을 테니까요. 참 어렸습니다. 나이가 들면서 감정적인 사람이라는 말을 들으면 아직 철이 덜 든 어른이라는 소리로 들려 듣기 거북하고 부끄러워지더라고요. 감정을 표현하기 전에 잠시 멈추어 생각할 줄 아는 어른이 되고 싶습니다. 시간이 좀 걸리겠지만 연습하면 되지 않을까요?


돈 자체는 가치중립적이다. 하지만 내가 벌어서 가진 '돈'은 가치중립적이지는 않다. 어떤 수단으로, 무엇을 포기하고 돈을 가졌는지에 따라서 그 가치는 달라진다. 내가 가지게 된 돈이 나의 삶을 말해준다. 가진 돈을 어떻게 쓰느냐가 나의 가치관, 인생관을 말해준다.


어릴 때는 그저 돈을 많이 버는 것에만 신경을 쓰고 내 몸과 마음을 혹사하죠. 어떻게 돈을 버느냐도 중요하지만 어디에 무엇을 위해 돈을 쓰느냐도 중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일을 그만두고 3년 남짓 쉬면서 돈에 대한 생각도 많이 바뀌었습니다. 내가 좋아하고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일을 하면서 돈을 벌자고 마음먹었어요. 돈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하는 일은 이제 그만하자 싶었죠. 물론 경단녀가 자신이 좋아하는 직장을 골라 간다는 건 쉽지 않은 일입니다. 하지만 마음이 가는 곳에 길이 있다고 하지 않나요? 보람을 느끼는 일을 하며 돈을 버는 지금이 참 좋습니다. 오래되고 작은 집에서 가족과 오순도순 살며, 남편과 소박한 꿈을 꾸며 살아가는 제 삶이 참 소중합니다. 꿈의 크기가 작아진 게 아니라 제 가치관, 인생관이 달라진 거죠.


어른 대접을 받고 싶다면 공부와 생각을 통해 먼저 덕을 세워야 한다. 그래야 사람을 바르게 이끄는 사람, 진정한 어른이 될 수 있다. 어른은 많이 아는 이가 아니다. 배운 것을 깊이 고민함으로써 작은 욕망과 세상의 유혹에 쉽게 흔들리지 않는 사람이다.


《서경》 《시경》 《주역》 《예기》 《논어》 《맹자》 《중용》 《대학》 《주자》 등 동양 고전 속 철학이 2000년이 훨씬 넘는 시간을 넘어 부족한 나를 일깨웁니다. 곱씹을수록 그 맛과 향이 내 온몸에 퍼지는 기분이에요. 오랫동안 나를 지탱하는 마음 지킴이가 되어 줄 것 같습니다. 공부와 수양으로 지금까지와는 다른 인생의 결을 만들어가고 싶습니다. 그래서 계속 책을 읽습니다.


- 삶의 자세를 가다듬는다, 『다산의 마지막 습관』


마음을 다스리는 것이 마음공부라면, 어떤 상황에서도 집필에 집중할 수 있는 것은 수신의 힘이라는 다산의 말씀이 마음에 꽂혔습니다. 첫 책을 쓰기로 계약하고 매일 글을 써야 하는 제게도 수신, 몸을 지키는 공부가 필요했으니까요. 다산은 마음이 흔들릴 때마다 책상에 앉아 글을 썼다고 합니다. 좋은 글을 꾸준히 쓰고 싶습니다. 다산의 습관을 배워보고자 『다산의 마지막 습관』을 읽었습니다.


"일상의 사소한 것들이 모두 나의 스승이다"


이루고 싶은 큰 꿈이 있다면 하루하루의 충실함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는 말에 공감합니다. 일상은 단지 하루만의 모습이 아니며 하루하루를 충실히 쌓아가는 것인데 이런 모습이 누적되고 쌓이면 감히 상상하기 어려운 결과를 만들 수 있다는 말에 고개를 끄덕입니다. 원대한 목표를 세우라고 강조하는 자기계발서보다 훨씬 마음에 와닿는 말입니다. 평범한 하루하루를 성실하게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나이가 들수록 절감합니다. 매일이 똑같다고 생각하면 소홀히 여길 수 있습니다. 오늘 하루쯤 하며 허투루 보낸 날들이 또 얼마나 많은지요. 하루 24시간 내 주변의 모든 것들이 나를 가르칩니다. 그것을 깨닫게 되면 내 일상이 절대로 사소하지 않아요. 하루를 사는 데 온 정성을 기울이게 됩니다.


"유산은 물려주는 것이 아니라 찾도록 돕는 것이다"


자식에게 물려준 재산이 없어서일까요? 이 말이 위로가 됩니다. 자식이 뛰어난 자질을 갖추고 있다면 설사 재산을 남겨주지 않아도 얼마든지 재산을 얻을 수 있답니다. 하지만 어리석다면 아무리 많은 재산을 남겨도 곧 탕진하고 만다는 거죠. 진정으로 자식이 잘되기를 바란다면 재산이 아니라 다른 것을 물려줘야 합니다. 나는 우리 두 아들에게 무엇을 물려줘야 하나 생각해 봅니다. 인생을 성실하게 살아가는 태도, 비겁하지 않고 정의를 지키는 용기,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림 없이 자신이 선택한 길을 갈 수 있는 뚝심, 이런 것들을 남겨줄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무엇보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찾도록 도와주고 기다려야죠.


어른에게는 매일 쌓이는 세월의 독으로부터

스스로를 지켜주는 동굴이 필요하다.

홀로 깨어나 하루의 시작과 끝을 돌아보는 새벽은

그래서 자신만의 동굴이 된다.


새벽을 좋아합니다. 오랫동안 새벽에 일어나 요가를 했고, 산책을 했고, 책을 읽거나 글을 썼습니다. 새벽 시간은 한정되어 있는데 그때 하고 싶은 일이 많아 고민이 되기도 했습니다. 홀로 깨어 아직 동트지 않은 밖을 내다보며 어제를 마무리하고 오늘을 계획합니다. 다른 이보다 일찍 하루를 시작하는 기분은 흐뭇합니다. 모든 이에게 똑같이 주어진 하루 24시간이지만 새벽에 일어나면 하루를 길게 쓰는 것 같거든요. 시간 부자가 된 듯 마음이 여유로워집니다. 주어진 일을 다 잘 해낼 수 있을 것 같아 어깨를 쫙 펴고 하루를 시작하게 돼요. 새벽 기상은 제게 매일 반복되는 일상을 새롭게 보게 하는, 소중한 습관이 되었습니다.


『다산의 마지막 습관』을 읽으며 나를 돌아보고 내 일상의 습관들을 점검해 보는 계기로 삼았습니다. 새벽의 소중함도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고요. 꾸준히 글을 쓰려면 무엇보다 단단한 습관의 힘이 중요합니다. 하루하루 어떻게 살아야 할지, 삶의 자세를 가다듬게 되는 아주 고마운 책입니다.


- 바닥을 친 것 같은 기분일 때 기본으로 돌아가자! 『다산의 마지막 질문』


단식을 하는 날이었습니다. 속을 비우니 머리는 맑아지고 눈이 빛나는 듯했습니다. 책장에 꽂아두었던 『다산의 마지막 질문』을 꺼내 들었습니다. 이 기회에 그동안 흐트러졌던 몸을 바로 세우고, 느슨해진 마음을 단단히 잡아야겠다 싶었어요. 배고픔 하나도 참지 못해 과식을 하고, 감정에 휘둘려 과음을 하는 제가 참 못마땅한 때였거든요. 그래서 단식도 시작한 거고요. 나이 50에도 내 한 몸 건사하지 못하고 내 마음 하나 다스리지 못하니 이 노릇을 어떡하나 싶더라고요. 다산은 바닥으로 떨어졌을 때 위를 올려다보는 대신 기본을 돌아가고자 했답니다. 그것이 가장 힘든 시기에 가장 빛날 수 있었던 힘이었다고 하네요. 바닥을 친 것 같은 기분에서 벗어나고 싶었습니다.


익숙한 일상에 무뎌지는 것을 넘어 하루하루가 새삼스러워질 때, 비로소 오십이 된다.


그랬나 봅니다. 50년 살다 보니 제 일상에 무뎌졌나 봅니다. 더 이상 새로울 것 없는 하루하루에 싫증이 났던 걸까요? 몸에 해로운 줄 알면서 자극적인 것들로 채우고, 소용없는 줄 알면서도 쓸데없는 걱정들로 마음을 괴롭혔습니다. 오십이나 되었으니 남은 인생 더 소중히 여겨야 하는데 오늘만, 오늘만 하면서 하루하루를 밉게 보냈습니다. 새삼스러운 하루를 살아야겠습니다. 지구의 날씨는 단 한 번도 동일한 적이 없었다는 말처럼 내게 주어진 하루도 결코 똑같지 않죠. 어제와 다른 오늘을 살아야겠습니다.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계획해보죠. 그렇게 예쁜 오십을 만들어가기로 마음먹습니다.


어른이란 자신을 휘감은 감정을 남에게 옮기지 않는 사람이다.


이 한 문장을 제 감정을 다스리는 열쇠로 삼기로 했습니다. 그동안 표현을 잘하는 사람이라고 자처하며 제 감정을 다른 사람들에게 마구마구 옮긴 것 같아 부끄러워졌습니다. 작은 성공에 기쁨이 파도처럼 밀려와도 다른 사람에게는 잔잔한 물결로 전달하고, 무너질 것 같은 슬픔에 빠지더라도 어른다운 의연함으로 견뎌내는 모습을 보여야겠습니다. 감정이란 것이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그리 오래 가지는 않더라고요.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말이 있잖아요. 좋은 일이 있을 땐 그다음에 올 수 있는 불행을 준비하고, 안 좋은 일이 있을 땐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거라며 느긋할 수 있어야 어른이지 싶습니다. 저보다 어린 사람들이 제게서 어른의 태도를 배웠으면 좋겠어요. 우리 아들들과 학생들에게 편안하고 든든한 어른으로 곁에 있고 싶습니다.


걷던 길이 눈에 익다보면 조금씩 물리게 된다

그 지겨움 속을 계속 걷다 보면 길에 정이 든다.

그마저 넘게 되면 길을 걷는 자체를 즐기게 된다.


젊지도 늙지도 않은, 애매한 나이 오십이 되었습니다. 꽤 많이 살았으니 사는 게 좀 지겹다 싶을 때도 있지만 나다운 일상이 편하기도 합니다. 하루하루 뻔한 일상이 아니라 어제 만난 사람들 덕분에 웃고, 오늘 본 풍경 때문에 행복하고, 내일 일어날 일로 설레면서 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매일 일부러 새로운 일을 만들 순 없겠지만 순간순간 즐기려고 노력합니다. 매일 차리는 밥상에도 정성을 다하고, 매주 만나는 학생들에게도 반가움을 드러내며 수업에 진심을 담습니다. 일상이 지루해서 싫은 게 아니라 무탈해서 고맙습니다. 축제 같은 날들은 아니지만 소소한 즐거움으로 채워지는 평온한 일상이 소중하기만 합니다. 뜨거운 젊은 날은 지나갔지만 따뜻한 중년의 시간을 즐기고 있습니다. 세련되고 우아하게 60대, 70대를 맞이하고 싶습니다. 그러기 위해 어른을 공부합니다.


세상을 바르게 보고 세상의 유혹에 흔들리지 않는 지혜

다른 사람을 먼저 헤아리고 배려하는 사랑

어떤 위기 앞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담대한 용기


이런 지혜와 사랑, 용기를 지닌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이런 사람들이 많아지면 우리가 사는 세상이 얼마나 괜찮을까요? 지혜로 이끌고, 사랑으로 안아주고, 용기로 앞장서는 어른이 되어야겠습니다. 『다산의 마지막 질문』을 읽으며 자신에게 질문하게 됩니다.

잘 살아가고 있니?

지금 뭐가 문제야?

너무 욕심부리고 있는 건 아니야?

네가 진짜 하고 싶은 게 뭔데?

너에게 진정 필요한 게 뭐라고 생각해?

그래서 넌 행복하니?

질문들에 답하다 보면 제가 객관적으로 보이더라고요. 그냥 막연하게 ‘힘들어, 우울해’라고 말하지 말고 구체적으로 묻고 곰곰이 생각하며 혼잣말로 답해 보세요. 나이 들수록 혼자만의 시간을 잘 보내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혼자 잘 노는 사람이 다른 사람과도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 혼자 있을 때 자신에게 질문하고 대답하기 놀이를 해 보세요. 자신에 대해 잘 알게 되고 자신과 더 친해진답니다. 혼자 있어도 심심하지 않을 뿐 아니라 놀이가 끝나고 나면 잘 아는 길을 걷는 것처럼 사는 게 좀 수월해질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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