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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쾌한 주용씨 Nov 17. 2023

50살 신출내기 논술쌤의 초심

2021년 9월 논술 수업을 시작했다.

나의 현재 본캐는 학원 논술쌤이다. 2017년 4월에 10년 운영하던 국어논술전문학원을 정리하고 3년을 쉬다가 2020년 8월 동네 종합학원에 전임 국어 강사로 재취업했다. 돈을 벌지 않았던 3년 동안 '읽고 쓰는 사람'이라는 부캐로 살다가 재취업 후 생애 첫 책도 출간하게 되었다. 전임 강사의 고정된 월급의 맛은 잠시 달콤했지만 일주일 5,6일을 하루 6시간씩 수업해야 하는 생활은(수업하지 않는 날은 시린 눈을 비벼가며 작은 활자의 국어 문제집으로 수업 준비를 해야했다) 쓰디 써서 1년을 채우고 뱉어버렸다. 돈을 벌지 않는 부캐로 다시 돌아가고 싶었지만 논술팀장을 제안하는 젊은 학원 원장의 제안을 덥석 물었다. 일주일 3일만 수업한다는 점이 가장 맘에 들었다. 3일은 학원 논술쌤이라는 본캐로, 4일은 읽고 쓰는 사람이라는 부캐로 살 수 있다. 학생 한 명도 없는 상황, 국어 학원이라는 간판은 걸렸지만 그곳에서 논술을 한다는 홍보는 동네 맘카페에 학생 모집 공고 올리고 학원 재학생 학부모에게 알리는 정도였다. 그래도 통큰 원장님이 블로그에 보이는 나의 부캐를 신뢰하고 기본급을 후하게 책정해주었다. 나이 50에 처음 해보는 논술 선생님, 잘하고 싶었다.


<오르다 국어> 초등 논술 수업은
아이들이 지루해하지 않는, 유쾌한 수업입니다.
프랜차이즈의 고정된 수업 방식이 아닙니다.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유연성 있는 수업을 구성합니다.
읽기(독서) + 말하기(발표, 토론) + 쓰기(다양한 글쓰기)

 <오르다 국어> 초등 논술 수업의 목표는
다양한 독후 활동을 통해 독서에 흥미를 갖게 하고
자유로운 글쓰기를 통해 쓰기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며
적극적으로 질문, 발표, 토론하는 학생이 되도록 하는 것입니다.

<오르다 국어> 초등 논술 수업을 하는 학생들은
표정이 밝고 태도가 바릅니다.
자존감이 쑥쑥 자랍니다.
세상을 바르게 읽을 수 있는 지식을 쌓습니다.
다른 사람을 이해하는 따뜻한 마음을 가집니다.
생각하는 힘으로 문제를 해결합니다.
꿈과 목표를 갖고 당당하게 앞으로 나아갑니다.
자신은 물론 다른 사람을 행복하게 합니다.

 9월 논술 수업은
선생님과 아이들이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입니다.
문학 읽기를 통해 
자신을 표현하고 타인을 이해하는 기회를 갖습니다.
‘독서 + 발표 + 글쓰기’의 기초를 다지는 단계입니다.
아이들이 흥미를 느낄 수 있는, 
재미있는 시간이 될 것입니다.

<오르다 국어> 논술팀장 이주용 
책임감을 가지고 성실하게, 
열정과 노력으로 보여드리겠습니다!


내 개인 블로그에 논술 수업을 알리기 시작했다. 일을 쉬면서 2017년 여름부터 시작했던 블로그는 4년이 지나면서 이웃 8천 명이 넘었고 일기처럼 쓰던 글들이 모여 나의 첫 책이 되었다. 그리고 지금은 내 논술 수업을 홍보하고 나란 사람을 알리는 좋은 수단이 되어 나의 든든한 후원자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학생 한 명도 없이 시작한 논술 수업은 다행히 순조롭게 진행이 되었고 그 후로 한명 한명 빠르게 학생이 늘어갔다. 지금도 생각난다. 2021년 9월 첫 논술 수업을 했던 그날이 그리고 한 달 수업을 마치고 학부모님들이 내게 보내줬던, 고마운 반응이. 2년이 훌쩍 지났다. 초심을 잊은 건 아닌지 그때를 뒤돌아본다. 


논술쌤으로 첫 수업을 하던 날, 큰아들이 사준 운동화를 신고 출근했다. 아들은 간간히 쿠팡 물류 창고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는데 난생처음 노동의 대가로 받은 돈으로 내 운동화를 사줬다. 그 덕분인지 첫 논술 수업은 편안하고 즐거웠다. 


지금도 즐겨 신는, 아들이 사준 아디다스 운동화


첫 수업에서 만난 친구들은 초등 6학년 여학생 2명, 남학생 1명이다. 선생님과 친구들의 첫인상을 적어 보라고 했더니 남학생은 내 이름으로 삼행시를 적었다. 이슬아 에세이 『부지런한 사랑』에서 힌트를 얻어 아이들에게 오늘의 감정을 뇌그림으로 표현하라고 했다. 서로를 알아가는 첫 시간에 잘 어울린다. 초등 6학년 아이들 머릿속에는 어떤 생각들이 들어 있는지 알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다. 200자 원고지 한 장만 쓰기로 했다. 글 쓰는 일이 지겨운 일이 되지 않도록 쓰기의 양은 욕심내지 않을 생각이다. 뇌그림에 있는 자신의 생각 중에 하나의 주제로 짧은 글을 써 보라고 했더니 여학생 한 명이 코로나로 심심해진 자신의 생활을 표현했다. 



이주용 선생님은 저의
주~웅요한 선생님이지만
용 같이 화내지 말아줬으면 합니당^^
유쾌한 주용씨 : 재밌으시다! 앞으로 더 많이 친해졌으면 좋겠다. 좋은 친구가 생긴 기분!
이주용 선생님 : 엄청 즐거워 보이시고 같이 이야기하면 신이 난다.


6학년 한 여햑생의 뇌구조와 200자 원고지 글쓰기


코로나로 인하여…
지금으로부터 약 1년 6개월 전, 코로나가 시작되었다. 처음에는 그저 어색하고 무섭기만 하였는데 이제는 코로나가 삶의 일부가 되었다. 난 외동이라 사실 전부터 심심했었는데 코로나가 시작되고 나는 친구들을 만나지 못했고 함께 있는 시간도 줄었다.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며 점점 무기력해져 갔다. 어느새 내 삶 속에 자리잡은 코로나가 이제는 끝났으면 좋겠다.


코로나로 심심하다는 이 여학생은 수업이 끝난 후 첫 수업이 어땠냐는 질문에 스트레스가 풀리는 것 같다고 했다. 코로나 때문에 친구들도 만나지 못하고 웃을 일이 없는 아이들이 내 수업에서만큼은 마음껏 수다떨고, 자신을 표현하고, 크게 웃으며 즐거운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마지막으로 다음 시간에 읽어 오기로 한 책의 독서록 양식을 고르도록 했다. 아이들은 8가지의 양식 중에 자신이 하고 싶은 방식을 골라 재미있을 것 같다며 다음 수업에 대한 기대를 보였다. 환하게 웃으며 인사하고 뒤돌아서는 아이들이 어찌나 예쁘고 사랑스럽던지… 긴장과 설렘으로 시작된 나의 논술 첫 수업은 그렇게 무사히 마무리되었다. 


첫 수업을 준비하며 도서관에서 빌려온 책들과 다양하게 준비한 독서록 양식


오르다국어 논술쌤이 되어 9월 한 달 수업을 마쳤다. 4주 수업을 하고 9월 5주 째에는 어머니들께 약속한 대로 상담 전화를 진행했다. 유쾌한 주용씨라는 이름에 걸맞게 첫 달은 무조건 즐겁고 신나는 수업이 되어야 한다는 목표를 세웠는데 대성공인 것 같다. 


다른 논술 수업은 재미없다며 한 달을 못 넘겼는데 이번에는 무척 재미있어 하네요. 정말 다행이에요.
송일초 6학년 신** 어머니
논술 수업이 있는 날에는 콧노래를 부를 정도예요. 이렇게 좋아해도 되나 걱정될 정도라니까요. ㅎㅎ
현송초 6학년 염** 어머니
다른 논술이나 국어 수업과는 다른 접근 방식이 맘에 든다고 합니다. 선생님이 아주 재미있고 수업이 흥미로워서 내용이 쏙쏙 들어온다네요.
연성초 6학년 고** 어머니
선생님이 재미있고 자기 말을 잘 들어줘서 논술 수업이 아주 좋다고 하네요.
명선초 4학년 이** 어머니
논술 쌤이 너무 재미있다고, 논술 수업을 무척 기다립니다. 선생님 말씀처럼 정말 스트레스를 날려주는 수업이 맞는 것 같네요. ㅎㅎ 
해송초 4학년 장** 어머니
적응 못 할까봐 너무 걱정했는데 학원 가는 걸 좋아해서 지각할까봐 걱정할 정도예요. 집에 오면 친구들과 선생님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해요. 
송일초 4학년 강** 어머니
토요일 수업이 처음이라 학원 가는 시간에는 좀 힘들어 하는 것 같더니 다녀오면 무척 재미있었다고 하네요.
명선초 6학년 공** 어머니
여러 논술 학원을 다녔는데 수업 전날 빨리 수업하러 가고 싶다고 한 건 이번이 처음이네요.
송명초 6학년 오** 어머니


2021년 9월 첫 달 논술 수업 후기다. 수업할 때는 선생님과 친구들이 함께 하니 즐겁고, 수업이 끝나고 나면 상쾌한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논술 수업을 하고 싶었다. 다행히 걱정 반 기대 반으로 시작했던 나의 논술 수업은 만족스러웠다. 2년이 지난 지금, 설렜던 첫 수업을 떠올리고 그때의 수업 후기를 다시 읽어보면서 지금의 내 논술 수업은 어떤지, 논술쌤으로서의 내 마음과 태도는 처음 그때와 다르지 않은지 돌아보게 된다. 수업 내용은 더 풍부해졌지만 수업 시간이 늘어나고 학생들이 많아지면서 나의 에너지는 좀 덜해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줄을 섰던 작은 맛집이 가게를 확장하면서 맛이 달라지고 정감이 사라지고 결국 단골 손님들이 발길을 돌리는, 안 좋은 예가 되지 않도록 설렘과 열정으로 가득했던 초심을 다시 기억해야겠다. 

이전 01화 [프롤로그] 내 직업은 논술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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