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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쾌한 주용씨 Dec 08. 2023

영수보다 논술이 더 중요하지 않나요?

항상 영수에 밀리는 논술이 안타까워요.

저는 목, 금, 토 3일만 논술 수업을 합니다. 나머지 4일은 저를 위해 읽고 씁니다. 물론 수업 준비를 아주 열심히 하는 시간이기도 하죠. 3일 중 토요일 수업은 꽉 찼습니다. 원래 2시간씩 3타임 수업을 했는데 중1 학생들의 상담 문의와 대기 학생들이 많아지는 바람에 임시로 한 타임을 늘렸습니다. 2학기 말이 되면 중1은 국어 수업으로 빠지는 학생들이 생겨서 임시 신설반은 다른 두 반에 합류될 거라 생각했지요. 그런데 12월 끝까지 중1 3타임의 인원이 꽉 차서 운영되고 있네요. 그 어려운『코스모스』완독 수업이 12월이면 끝이 난답니다.  2024년 1월에 시작되는 새학기 수업도 토요일 수업 문의가 제일 많아요. 토요일 하루 8시간 수업이 힘들긴 하지만 보람이 더 큽니다. 수업에 참여하는 학생들이 많을수록 에너지가 더 솟는 것 같기도 해요. 논술의 중요성을 인정받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아집니다.


목, 금 3시나 저녁 7시에 시작하는 수업도 초4, 5, 6 학생들로 많은 편입니다. 평일은 학교 끝나자마자 시작하거나 다른 학원 수업이 끝난 다음 저녁 시간에 논술 수업하는 걸 선호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항상 목요일 5시와 금요일 5시 수업이 문제입니다. 인원이 너무 적거나 좀 차는가 싶다가도 영어, 수학 학원 시간 변경이나 수업 시간이 늘어서 다른 시간대를 원하다가 그것이 여의치 않으면 그만두게 되는 경우가 너무 많더라고요. 월, 수, 금 수학 그리고 화, 목 영어 또는 그 반대도 마찬가지로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거의 모든 아이들이 수학과 영어 학원에 다닙니다. 영어 수학은 필수, 논술은 선택인 거죠. 항상 영수에 밀리는 논술이 안타깝습니다.


우리나라의 입시 환경에서는 성적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는 건 인정힙니다. 하지만 아직 초등학생이라면 당장 성적표가 나오는 건 아니니 읽고 말하고 쓰고 생각하는 능력을 키우는 게 더 중요하지 않나요? 저는 2017년 4월 학원 운영을 그만두기 전까지 20년 넘게 학원 국어 강사였습니다. 그때는 물론 성적을 올리는 게 중요했죠. 하지만 중고등 학생 즉 중간고사와 기말고사를 치르고 성적표를 받는 학생들에 한해서였습니다. 초등학생은 경력 많고 친절한 논술 선생님을 고용해 철저히 논술 수업으로 운영했어요. 가 되면 원하지 않아도 어쩔 수 없이 성적 위주의 수업을 하게 될 텐데 그 시기를 미리 앞당길 필요는 없지 않을까요? 대신 좋은 책 읽고, 글쓰고 토론하며 생각의 깊이를 더하는 게 나중을 위해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아이들이 입시 지옥에서도 가끔씩 천국을 맛보는 여유를 만들 수 있다고 확신하거든요.


저는 일을 쉬었던 3년 남짓 마음껏 읽고 쓰면서 뒤늦게 인생의 맛을 알았습니다. 돈이 목적이 되고 일에 치여 살다가 일을 그만두고 하루 24시간을 내 맘대로 쓰게 되니 날마다 설렘이었어요. 돈보다 시간이 사람을 행복하게 한다는 걸 그때 깨달았답니다. 일하는 여자로 살 때보다 더 일찍, 새벽 기상을 했어요. 하루를 일찍 시작해야 시간을 길게 쓸 수 있으니까요. 새벽에 산책이나 요가를 하고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식구들 출근과 등교를 챙기고 바쁘게 가방을 챙겨 도서관이나 서점(코로나 전만 해도 가까운 대형 서점에는 자릿값도 내지 않고 책을 보거나 노트북 작업을 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었답니다)의 좋은 자리를 맡으러 달려갔어요. 저녁 준비할 때까지, 식구들이 늦게 오는 날엔 도서관과 서점 문 닫는 시간까지 화장실 가는 시간도 아껴가며 책을 읽었습니다. 돈이 되지 않는 일에 온전히 몰입해서 최고의 즐거움을 맛보는 꿈같은 시간이었습니다. 지금도 상황만 된다면 다시 돌아가 그 생활을 하고 싶을 정도로요.


3년 남짓 읽고 쓰는 생활을 하다가 논술 선생님이 되었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책과 글쓰기를 수단으로 직업을 삼고 일을 하고 돈을 벌 수 있으니 마다할 이유가 없었죠. 물론 일이라는 게 항상 좋을 순 없고, 시간의 제약을 받으니 스트레스가 아예 없을 수는 없지만 저는 논술 선생님이라는 제 직업이 참 좋습니다. 아이들의 인생에 참으로 좋은 걸 가르치고 있다는 생각에 자부심을 느끼고, 제 나이는 많지만 어린 아이들과 눈높이를 추며 소통하다 보면 뽀송뽀송한 에너지를 받아 젊어지는 기분이 들 거든요. 일하느라 우리 두 아들에게 독서와 글쓰기의 즐거움, 그 가치를 가르치지 못해 엄마로서 미안해질 때가 한두 번이 아닙니다. 내 자식들에게 해주지 못한 걸 우리 학생들에게 다 쏟아부어야지 하는 마음으로 수업에 더 최선을 다하게 돼요.


나와 논술 수업하는 아이들이 책을 읽는 것이 습관이 되고 글을 쓰는 것이 특별한 일이 아닌, 생활이 되면 좋겠습니다. 50 넘은 내가 독서와 글쓰기로 충만한 삶을 사는 것처럼 지금 10대인 우리 아이들이 책을 좋아하게 되고 자연스럽게 글을 쓰게 된다면 앞으로 남은 아이들의 긴 인생이 얼마나 풍요로울까요? 얘기가 길어졌는데 오늘 제가 하고 싶은 말은 영어, 수학이 입시를 위해서는 중요할 수 있지만 논술은 아이들의 인생을 위해 정말 중요하다는 거예요. 중2만 돼도 학교 시험 준비하느라 논술 수업은 당연히 못 하게 되고, 고3까지 아이들은 본인이 좋아서 책을 읽거나 글을 쓰는 일은 거의 없을 거예요. 그래서 초등학교 때만이라도, 시험의 압박에서 좀 여유로운 중1 때까지만이라도 영수보다는 논술을 우선 순위에 두었으면 합니다.


요즘 아이들 중에는 정서적으로도 학과 수업보다는 책 읽고 글 쓰며 친구들과 이야기 나누는, 말랑말랑한 수업이 더 필요한 아이들이 분명히 있다고 생각합니다. 초등학생들, 아직 성적 스트레스를 받기에는 너무 작은 몸이고, 너무 여리고 맑은 마음입니다. 우선 마음을 단단하게 단련시키고 몸이 좀 자라서 견딜만해지면 중고등학교 5,6년 건강하게 경쟁도 하고 성적 스트레스도 잘 버텨낼 수 있지 않을까요? 앞으로 더 힘든 공부를 하기 위해서도 논술을 통해 어휘력, 문해력, 독해력을 쌓는 것이 기초 학습이 될 거라는 건 두말 할 것도 없습니다. 내 아이에게 지금 당장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잘 판단하시고 현명한 선택 하셨으면 해요. 저와 생각을 같이 해서 평일 하루만큼은 영수가 아닌 논술 수업을 여유롭게 시키고자 결정하셨다면, 제 수업을 신청해 주세요. 두 팔 벌려 환영합니다. 저는 신이 나서 노력과 에너지를 두 배로 쏟게 될 겁니다. 수업을 하는 저와 아이들은 무척 행복할 거고요.


지금까지 영수에 밀려 논술 시간표를 짜기가 힘든, 논술 선생님의 항변이었습니다. 목요일, 금요일 5시부터 7시까지의 수업이 가능하고 다른 건 못해도 우리 아이 책 읽고 글 쓰고 생각하고 말하는 수업만큼은 꼭 시켜야겠다고 생각하시는 학부모님들의 상담 문의 기다리겠습니다. 2024년에 초등 4학년, 5학년이 되는 학생들을 중심으로 목, 금 5시 수업을 채우려고 합니다. 수업 시작은 2024년 1월이 되겠네요. 세상에서 가장 친절한 상담으로 맞이하겠습니다. 전화 주세요.


송도 오르다국어학원의

유일한 논술 선생님

이주용 010-3329-89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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