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쾌한 주용씨 Dec 15. 2023

2023년 논술 도서를 정리하며

오르다국어학원 2023년 초4,5,6학년 그리고 중1 논술 도서

2023년이 저물어 가네요. 너무 상투적인 말이긴 하지만 시간이 참 빠르게 흐릅니다. 초등학교 6학년 아이들과 생각을 깨우는 철학이라는 책으로 논술 수업을 하면서 '시간'에 대해 이야기 나눈 적이 있습니다. 겨우 열세 살밖에 안되는 아이들이라고 생각했는데 그 아이들도 나름대로 시간에 대한 생각이 깊더라고요. 시간을 고속도로 위 자동차에 비유하며 도로가 꽉 막혔을 때는 자동차가 거북이 걸음을 하고 도로가 풀리면 자동차가 쌩쌩 달리는 것처럼 시간은 처해진 환경에 따라, 감정에 따라 빠르게도 느리게도 간다고 하더군요. 시간은 자신의 나이 두 배로 흐른다는 말을 어디선가 들은 적이 있습니다. 어린이 보호 구역을 지나는 아이들도 연말이 되면 언제 일 년이 흘렀는지 모르겠다며 지난 시간을 아쉬워합니다. 고속도로를 달리고 있는 저는 2주밖에 남지 않은 올해 달력을 앞에 두고 2023년에 나는 무엇을 했나 생각하며 우리 아이들과 논술 수업에 했던 책들을 정리합니다. 




초등 4, 5, 6학년 그리고 중1까지 정말 많은 책들을 아이들과 함께 읽었네요. 그 중에는 제가 좋아서 고른 책들도 있고, 아이들의 눈높이와 취향을 고려해서 선택한 책들도 있습니다. 어떤 책은 기대했던 만큼 아이들의 반응이 별로였던 경우도 있고, 또 어떤 때는 생각 외로 폭발적인 반응을 보였던 책도 있습니다. 한 해, 한 해 시간과 함께 논술 도서가 쌓이면서 저의 경험도 쌓이고 그만큼 아이들을 위한 책을 고르는 저의 안목도 깊어지는 것 같습니다. 그렇게 생각하니 시간이 흐른다는 것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닌 것 같아 조금 위로가 되네요. 


지금은 2024년 시간표를 구성하는 때입니다. 목, 금, 토 3일밖에 수업을 하지 않으니 많은 반을 개설할 수도 없고 제가 수용할 수 있는 인원도 한계가 있어 시간표를 짤 때마다 고민이 깊습니다. 이번에는 초등 5학년도 주말 수업을 원하고 있어서 토요일 수업 시간이 빡빡하네요. 그래도 프랜차이즈가 아닌 제가 만든 수업을 좋다고 여기셔서 많이 문의하시고 등록으로 이어지니 힘든 줄 모르고 오히려 기운이 솟습니다. 다만 아이들이 주중에 너무 바빠서 목요일과 금요일 평일 시간이 비교적 덜 채워지는 상황이 아쉽고, 학원 다니느라 힘든 아이들에게 내가 학원 하나 더 보태는 것만은 아니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영수 학원과는 다르게 제 논술 수업이 아이들에게 즐겁고 편한 쉼터 역할을 했으면 해요.  


올해 논술 수업을 하며 뿌듯했던 일 중에 하나는 바로 중1 아이들과 함께 코스모스》완독에 도전했다는 것입니다. 시작 전부터 학부모님들의 폭발적인 반응에 처음 제안한 저도 놀랐답니다. 시작한 후에도코스모스》로 논술 수업을 하고 있다는 소식을 접한 많은 학부모님들의 문의가 있었어요. 무모한 도전이 아니길 바라는 마음으로 열심히 준비하고 아이들이 지쳐서 포기할까봐 다른 어떤 수업보다 더 힘을 쏟았습니다. 덕분에 이제 2주 수업만을 남겨놓고 있네요. 끝이 보입니다. 10월부터 12월까지 3개월의 긴 여정인데 힘든 시간을 함께해 준 15명의 아이들과 끝까지 격려와 응원을 보내주신 학부모님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려요. 이번 첫 도전 성공을 계기로 용기가 생겼습니다. 앞으로 의미 있는 시도를 계속해 보려고요. 


2024년 1월에는 신입생이 많습니다. 중1 3반이 졸업한 자리에 새 학년, 새 반이 개설되고 그 반에 새로운 아이들이 채워질 테니까요. 그래서 1월 논술 도서를 선정에 더욱 신중을 기하고 있습니다. 다른 어느 때보다도 신나고 흥미롭게 새해를 시작하고 싶은 욕심이 생겨서 말이지요. 논술 수업이 이렇게 즐거울 수도 있구나, 학원이 다 지겹고 힘든 것만은 아니었어, 책 읽고 글 쓰는 것이 꽤 할만 하고 좋은 것 같아, 이런 반응을 끌어내고 싶답니다. 그래서 2023년에 했던 책들 중에서 아이들의 반응이 가장 좋았던 책을 고르고 또 고르고 있습니다. 


논술쌤으로서 2023년 열심히 수업했습니다. 올해의 경험이 쌓여 내년에는 더 잘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한 살 더 먹는 건 그리 반가울 일은 아니지만 새로운 마음으로 만날 아이들을 생각하면 벌써부터 설렙니다. 두 아들은 키운 엄마라 제게 아이들을 맡기시는 학부모님들의 마음을 잘 압니다. 제 아들들에게 못해줬던 것들을 저와 함께 수업하는 아이들에게 해주고 싶어 아이들을 더 꼼꼼히 살피고 애정을 쏟습니다. 새해에는 올해 아쉬웠던 것들까지 모두 채워서 풍성한 수업을 해야겠다고 다짐합니다. 행복한 분주함으로 벅찬 연말을 보내고 있네요. 

이전 05화 영수보다 논술이 더 중요하지 않나요?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