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릭 와그너의『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 읽고 14개 질문에 답하기!
책의 구성이 좋다. 전체가 3부로 나뉘어 있다. 1부 새벽, 2부 정오, 3부 황혼. 1부에 5명, 2부에 5명, 그리고 3부에 4명, 총 14명의 철학자가 등장한다.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의 에릭 와그너는 기차를 타고 여행하며 열네 명의 철학자를 소개한다. 딱딱하게 그들의 사상을 설명하는 방식이 아니다. 평소 우리가 고민하던 것들에 대해 그들의 목소리를 빌려 조언해준다. 우리가 매일 일상에서 하는 행위나 생각을 좀 더 의미있게, 잘 할 수 있는 방법을 친절하게 제시한다. 세상 모든 것에 의심을 품고 그것들의 깊은 곳까지 들여다보며 진정한 의미를 구하려 했던 철학자들은 제대로 알지 못해 헤매고 있던 우리에게 반가운 스승이 되어준다. '무엇이 중요하고 무엇이 중요하지 않은지'를 알려준다. 책을 읽어가면서 공감가는 부분에 밑줄을 긋고, 열네 명 철학자들이 하는 말들 중에 가장 중요한 한 마디만이라도 적어놓고 마음에 새기려고 했다. '14개의 질문에 딱 한 마디 솔루션' 이것을 찾는 것이 두꺼운 책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를 읽는 나의 과제였다.
1부 새벽
1.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처럼 침대에서 나오는 법
2. 소크라테스처럼 궁금해하는 법
3. 루소처럼 걷는 법
4. 소로처럼 보는 법
5. 쇼펜하우어처럼 듣는 법
2부 정오
6. 에피쿠로스처럼 즐기는 법
7. 시몬 베유처럼 관심을 기울이는 법
8. 간디처럼 싸우는 법
9. 공자처럼 친절을 베푸는 법
질문 : 나에게 친절한 사람이라면 기꺼이 친절을 베풀 수 있죠. 그런데 내게 불친절한 사람이나 다시는 마주칠 것 같지 않은 사람에게까지 친절해야 할 필요가 있을까요? 내가 친절하면 상대방이 나를 만만하게 볼까봐 살짝 걱정이 되기도 해요.
공자 : 친절에는 전염성이 있어서 친절을 귀하게 여기면 더욱 늘어나게 되어 있다네. 내게 친절한 사람에게 친절을 베푸는 반사적인 친절뿐만 아니라 더 적극적인 친절을 베풀어봐. 지위를 원하면 남이 지위를 얻도록 도와주고, 성공하고 싶으면 남이 성공할 수 있도록 돕는 거지. 물론 그런 친절은 힘들어. 하지만 가치 있는 모든 것들이 다 그런 거 아니겠나.
10. 세이 쇼나곤처럼 작은 것에 감사하는 법
질문 : 한때 소확행이라는 말이 유행했지만 사실 작은 것보다는 큰 것이 더 좋지 않나요? 작은 것에 감사하라는 말은 큰 것을 갖지 못하는 사람을 달래기 위한 말처럼 들려요.
쇼나곤 : 우리는 간혹 큰 것을 좇다가 우리 주변에 있는, 아주 작으면서도 너무 아름다운 것들을 놓치곤 해. 사물을 다른 방식으로 보면 삶이 더욱 좋아질 수 있어. 우리의 정체성은 자기 주위에 무엇을 두기로 선택하느냐에 크게 좌우돼. 주변에 무엇을 두느냐는 선택이지. 네 주변을 진정한 기쁨을 누릴 수 있는 것들로 채워봐. 평범한 즐거움과는 달리 놀라움, 예상치 못한 전율을 느낄 수 있을 거야. 주의할 점! 순식간에 사라지는 삶의 작은 기쁨을 즐기려면 느슨하게 쥐어야 해. 너무 세게 붙잡으면 부서져버리거든.
3부 황혼
11. 니체처럼 후회하지 않는 법
질문 :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읽다가 멈추기를 몇 번 반복했어요. 결국 아직 완독하지 못했네요. 좀 어렵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영원회귀'라는 말은 기억에 남아요. 우리 인생이 영원히 돌고 돈다는 거죠? 그런데 그런 주장을 수용한다고 해서 후회하지 않는 인생을 살아갈 수 있을까요?
니체 : 만약 모든 것이 무한히 되풀이된다면, 인생에 가벼운 순간이나 사소한 순간은 없겠지? 아무리 보잘것없더라도 모든 순간이 동일한 무게와 질량을 갖게 될 거야. 영원회귀를 매일 스스로를 돌아보는 기준으로 삼아봐. 지금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고 있는가? 영원회귀는 자기 삶을 무자비하게 검사할 것을 요구해. 그리고 이렇게 묻지. 영원히 가치 있는 일은 무엇인가?
12. 에픽테토스처럼 역경에 대처하는 법
질문 :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젖지 않고 가는 삶이 어디 있으랴'라는 시구절처럼 역경을 견뎌냈을 때 사람은 더 단단해지고 인생은 더 빛이 날 거라는 건 알아요. 하지만 삶에 역경이 닥치면 피하고 싶은 게 인지상정 아닌가요? 앞으로 내 인생에 닥칠 힘든 일이 무엇일지 두려워요.
에픽테토스 : 사람들을 화나게 하는 것은 문제 자체가 아니라 그 문제에 대한 그들의 판단일 뿐이야. 감정은 우리가 내리는 판단의 결과인데, 그 판단은 틀린 경우가 많단다. 이렇게 생각해봐. 이 세상은 꽤나 넓고, 우린 아주 작은 존재야. 이 세상에 내 것은 아무것도 없어. 내 몸조차도 내 것이 아니지. 우리는 늘 빌릴 뿐, 절대로 소유하지 않아. 해방감이 느껴지지 않니? 잃어버릴 것이 없다면 잃어버릴까 봐 두려워할 것도 없지. 미래에 대한 걱정을 해소할 수 있는 또 하나의 방법을 알려줄게. 최악의 상황을 예상해보는 거야. 최악의 시나리오를 상상함으로써 우리는 미래의 고난이 가진 영향력을 빼앗고 지금 가진 것에 더욱 감사할 수 있단다.
13. 보부아르처럼 늙어가는 법
질문 : 책을 읽다가 깜짝 놀랐어요. 쉰한 살에 거울 속에 나이든 자신의 모습을 보고 '저 여자가 내가 맞나?'했다는 부분요. 요즘 제가 그렇거든요. 게다가 제 나이도 만 쉰한 살이랍니다. 낯설기만 한 이 나이듦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더 나은 모습의 나이 든 내가 될 수는 없을까요?
보부아르 : "지식과 배움에 시간을 쏟는 한가한 노년보다 인생에서 더 만족스러운 것은 없다" 키케로가 한 말이야. 노년은 커다란 기쁨을 느끼고 창의적 결과물을 내는 시기일 수 있어. 노화는 타인이 내리는 문화적·사회적 판결일 뿐이야. 목록 만들기를 좋아하진 않지만 너를 위해 '잘 늙어갈 수 있는 열 가지 방법'을 알려줄게.
과거를 받아들일 것
친구를 사귈 것
타인의 생각을 신경쓰지 말 것
호기심을 잃지 말 것
프로젝트를 추구할 것
습관의 시인이 될 것
아무것도 하지 말 것
부조리를 받아들일 것
건설적으로 물러날 것
다음 세대에게 자리를 넘겨줄 것
14. 몽테뉴처럼 죽는 법
질문 : 죽음이 두렵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특히 병이 들어 아플까봐 걱정이에요. 아빠가 암으로 돌아가시고 큰언니까지 암에 걸려 치료를 받고 있으니 그 두려움이 더해져요.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잘 받아들일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몽테뉴 : 우리는 짧게 아프거나 아예 아프지 않다가 죽는 것이 좋은 죽음이라고 생각하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그건 너무 큰 변화야. 갑자기 떨어지는 것보다 서서히 미끄러지는 것이 더 낫지 않아? 죽음과 절망은 모두 같은 약을 필요로 하지. 수용이야. 이렇게 생각해봐. 하루를 살아낸 사람은 경험할 수 있는 것을 전부 경험한 것이라고. 오늘과 다른 빛도, 오늘과 다른 밤도 없어. 저 태양과 저 달, 저 별, 저들이 뜨고 자는 방식, 그 모든 것은 우리의 조상이 즐겼던 것과 똑같으며, 똑같은 것이 우리의 후손을 즐겁게 할 거야. 어때? 좀 마음이 가벼워졌나?
긴 철학 여행을 마치고『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에서 이제 내렸다. 철학 열차에 타기 전과 후, 확실히 나는 달라졌다. 좀 대담해졌다고 해야 할까? 아니, 인생에 좀 의연해졌다는 표현이 적절할 것 같다. 앞으로 어떤 일이 닥쳐도 잘 싸우고 잘 견뎌낼 자신이 생겼다. 내가 가진 모든 것에 감사하며 모든 사람들에게 친절한 내가 되어야겠다고 다짐한다. 내가 하는 일이 진정 가치있는 일인지 점검해가며 후회 없이 늙어가야지. 그리고 담담하게 죽음을 받아들일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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