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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쾌한 주용씨 Jan 22. 2024

재수생 아들에게 권하는 책!

글배우의 『시간은 되돌릴 수 없고 인생은 한번뿐』

작년 작은아들의 대학 입시 결과가 발표되고(정시 가, 나, 다군과 전문대까지 불합격 통보를 받았다) 나는 아들에게 위로와 응원의 말들을 서툴게 쏟아냈다. 그리고 아들에게 혼자만의 시간을 주고 싶고 나도 생각 정리할 시간이 필요해 집을 나섰다. 자연스레 동네 쇼핑몰에 있는 서점으로 향했다. 힘들 때나 슬플 때나 고민이 있을 때 책은 항상 내 친구가 되어줬으니 이번에도 그럴 거란 믿음이 있었나보다. 내가 보고 싶은 책보다 아들에게 권해줄 만한 책을 염두에 두고 이책 저책을 훑어봤다. 평소 책을 즐겨 읽는 아들이 아니니 글밥이 너무 많지 않은 것으로, 구성이 좀 느슨한 것으로, 노력한 결과에 대한 아쉬움과 새로운 시작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을 아들에게 적절한 내용을 고르려고 애썼다. 


에세이가 좋겠다 싶은데 여성 작가보다는 비교적 젊은 남성 작가라면 좀더 공감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찾았다. 글배우의 신간 『시간은 되돌릴 수 없고 인생은 한번뿐』을 훑어보는데 중간중간 내가 우리 아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들이 있다. 글배우의 책은 간간히 서점에서 보긴 했지만 구입한 적은 없다. 도서관에서 본 적도 있는데 처음부터 끝까지 정독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작가의 프로필을 찾아보니 88년 생이다. 나이가 나와 우리 아들의 중간쯤이다. 생일이 7월 17일, 내 생일 7월 27일과 열흘 차이고 7이라는 숫자가 나와 같이 2번이나 들어간다. 태권도 선수를 하려고 했단다. 우리 아들도 태권도를 7년이나 해서 4품인데... 왠지 연결 고리가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아들이 이 책을 읽으며 인생을 먼저 산, 나이 많은 큰형이 전해주는 조언으로 여기면 좋겠다 싶었다. 내가 먼저 읽고 밑줄 치며 엄마의 말도 좀 얹어주기로 했다. 이 책이 좋으면 글배우의 다른 책도 읽어봐야지 생각했다. 프로필 사진을 보니 무척 훈남이다. 


논술 수업 준비를 하며 틈틈이 『시간은 되돌릴 수 없고 인생은 한번뿐』을 읽었다. 아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문장에 밑줄 긋다가 어떤 문장에는 한참을 머물러 위로받고 힘을 얻기도 했다. 우리 아들도 글배우처럼 깊고 따뜻한 마음을 품은 어른으로 성장했으면 좋겠다. 스무 살 지금이 얼마나 찬란한 나이인지 깨닫고 후회 없는 날들을 살아갔으면 싶다. 10년, 20년, 30년이 지나 뒤를 돌아봤을 때 정말 열심히, 최선을 다해 즐겁게 살았구나 하며 웃을 수 있길 바란다. 예전에는 몰랐는데 엄마는 자식의 웃음으로 살고 자식의 눈물로 성장한다는 생각이 든다. 엄마로 사는 내가 참 애틋하다. 


아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문장


 너무 걱정하지 마시길 바랍니다.
언제나 그렇듯,
시간은 어떤 마음이든
결국 흘려보낼 테니까요.


알 수 없는 미래에 대한 생각은
마음을 무겁게 한다.
만약 지금 새로운 시작 앞에 서 있다면
새로운 바람이 불어온 것이다.
새로운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예기치 못한 바람에 흔들릴 수도 있다.
지금 어디에 있든 앞으로 가야 할 도착지가
행복인 것은 여전히 변함없다.
새로운 햇살 아래
새로운 행복을 만들어가자.


혼자가 아닙니다.
내 편이 있습니다.


하나의 모습이 되지 못했다면
또 다른 하나의 모습이 되면 된다.


마음의 문을 열고 밖으로 나와 
여러 실수를 통해 삶을 배워야 한다.
아픔을 잊는 법을
실수를 만회하는 법을
상실 뒤에 다시 살아가야 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응원은 단순히 당장 괜찮아질 거라는 말이 아니다.
괜찮아지면 좋겠지만
괜찮든 괜찮지 않든
언제나 나는 네 편이라는 말이다.


어떻게 해야 행복할지 모르겠다면
열정을 가질 수 있는 일을 찾아보자. 
한 번 지나간 인생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멋진 인생은
그 사실을 자주 기억하며 사는 것이다.


삶이 바뀌는 순간은 
어떤 완벽한 순간이 아니라
스스로 강한 의지를 지닐 때이다.
의지에 따라 삶은 변하고
시간을 통해 천천히 변화가 찾아온다.


세상에서 가장 강한 사람은
자신에게 기회를 주는 사람입니다.
기회만 있다면 누구든 지금보다
더 나은 순간을 만들어갈 수 있다고 믿습니다.
꿈을 꾸세요.
꿈을 실행하세요.
꿈을 지키세요.


엄마인 나에게도 위로가 됐던 문장


하루 종일 삶의 무대에서 최선을 다하며
크고 작은 불안을 뒤로하고
타인에게 다정하며
나에게 당당하기 위해 노력한
오늘의 당신의 정성에 박수를 보냅니다.


만약 10년만 더 젊었다면 
10년이란 시간이 있기에
정말 아무것도 무서워하지 않고
무엇이든 열정을 갖고 도전해 볼것입니다.
시간이 지나 10년 전의 나를 생각했을 때
조금은 덜 두려워했고
망설이는 데 시간을 많이 쓰지 않았고
꼭 하고 싶은 것을 도전했던 날로
기억할 수 있게.


자신에게 
쉼을 줄 수 있는 사람이
제일 강한 사람이다. 


내 삶이 누군가에게 문장이 되고
누군가의 말이 문장이 되어 돌아올 때
나는 나의 시간을 더 사랑하게 된다.
하나뿐인 나의 시간을 살아갈 때
삶은 하나의 문장이 된다.


어느 인생도
모두에게 이해받을 수 없다.
사랑하고 싶은 사람을 사랑하고
사랑해주는 사람에게 사랑받으면 된다.



글배우의 『시간은 되돌릴 수 없고 인생은 한번뿐』을 읽으며 스무 살 우리 아들의 마음을 다독인다. 토닥토닥... 별거 아니라고, 괜찮다고, 잘 될 거라고, 엄마가 살아보니 힘든 일도 다 추억이 되더라고, 무엇보다 언제나 네 편 엄마가 있지 않냐고. 글쓰기가 직업인 젊은 작가에게 50이 넘은 작가 지망생이 배우는 것도 많다. 책을 읽다보니 글을 쓰는 사람으로서 내 삶의 속도가 너무 빠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글을 쓰려면 오래오래 천천히 생각하는 것이 습관이 되어야 하는데 생활인으로 너무 속도와 효율성에만 집착했던 것 같다. 하루하루를 좀 느리게 살아보자 마음먹으니 그 순간부터 마음이 좀 편해졌다. 


시간이 많은 아들 앞에서 너무 바쁜 엄마는 부담스러울 수도 있겠다 싶다. 이참에 아들과 함께 좀 느리게 살아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한 권의 책이 나에게 여유를 준다. 우리 아들에게도 엄마가 고른 이 책이 따뜻한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다. 책이 주는 즐거움을 조금이라도 느낄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겠다. 스무 살의 아들이 이 책을 읽고 어느 문장에 머물지, 무엇을 느낄지 궁금하다. 언젠가 우리 두 아들에게 읽어보라고 권할 수 있는 책을 내가 직접 쓸 수 있으면 좋겠다. 아들에게 책을 선물하려니 이런 생각까지 들었다. 너무 큰 욕심인가?




작년 2월에 둘째의 입시 결과가 발표되고 아들을 위해 고른 책이 글배우의 『시간은 되돌릴 수 없고 인생은 한번뿐』이다. 재수생으로 일 년을 보낸 우리 아들, 이번 주 다군 마지막 실기 시험을 앞두고 있다. 그리고 우리는 약 열흘 동안 입시 결과를 기다리며 속으로는 애타고 겉으로는 여유를 누릴 것이다. 합격을 간절히 바라지만 나는 아들에 앞서 또 최악을 준비하며 마음을 다진다. 좋은 결과가 나오면 함께 손뼉을 치며 그 기분을 맘껏 즐기겠지만 안 좋은 결과가 나왔을 때 나는 엄마로서 더 큰 힘을 내야하니까. 마음이 흔들릴 때 책과 글이 나를 잡아주는 것처럼, 우리 아들이 흔들릴 때는 내가 든든한 버팀목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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