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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쾌한 주용씨 Mar 19. 2024

내 글의 쓸모를 생각해보려고요.

오늘 <매일 브런치에 글을 쓰면> 20화로 연재를 마칩니다.

시원섭섭합니다. <매일 브런치에 글을 쓰면>이라는 이름으로 매주 화요일 연재를 시작해 어느새 5개월이 됐네요. 매주 요일마다 7개의 브런치북을 연재했습니다. 지난 주 목요일부터 하나하나 연재를 마치고 브런치북으로 발간하고 있습니다. 내일이면 7개의 브런치북 모두 '계속'이 아닌 '완료'가 되겠네요. 매일 브런치에 글을 쓰어떻냐고요? 아무튼, 매일 썼다는 뿌듯함이 제일 크게 남습니다. 구독자가 조금 늘었고요. 어떤 글은 기대 이상의 조회수가 나와서 놀란 적도 있어요. 그런데 왜 연재를 그만두냐고 물으면...


내 글의 쓸모를 생각해보려고요. 무작정 매일 한 편씩 글을 발행하기는 했는데 어느 순간 '나는 왜 쓰는가' 하는 물음이 내 앞을 또 가로막았습니다. 네, ''예요. 지금까지 몇 번을 그랬거든요. 그때마다 내 글이 무엇을 위해,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지 답을 찾지 못해 뒷걸음질쳤습니다. 언니가 암이라는 못된 병을 견디며 작아져만 가는데 나는 글이나 쓰고 있구나 하는 자괴감이 들고, 대학 문턱을 넘지 못한 두 아들의 미래에 내 글이 무슨 소용이 있나 싶어 힘이 빠졌습니다.


얼마 전에는 내 마음 속 응어리를 풀고 싶어 글을 썼는데 내 글이 누군가의 명예를 훼손하는 일이 될 수도 있고, 한 특정인을 저격하는 글로 오인받을 수 있다는 지적에 얼른 글을 내리고 여러 번 다시 읽으며 수정했습니다. 그 일이 있고난 후에는 내 개인사나 지극히 사적인 감정을 글로 공식화하는 글쓰기가 좀 두려워지고, 어딘가로 조용히 숨어버리고 싶은 마음도 들더군요. 사람들이 내 글을 읽는 게 마냥 좋지만은 않은 기분, 이러다 모든 글쓰기를 멈추게 되는 건 아닐까 걱정도 좀 됩니다.


좀 쉬면 나을까요? 그동안 읽고 쓰는 재미에 빠져 학원 수업하는 날 빼고는 거의 외출도 하지 않고 책상 앞에만 앉아 있었습니다. 운동하는 시간도 아끼느라 겨우내 살은 더 찌고 어깨와 허리, 몸 곳곳이 찌뿌둥합니다. 쇼핑도 하지 않아 요즘 날씨에 입을 만한 옷도 없고 살이 쪄서 미운 몸을 돈을 들여 꾸미고 싶지도 않네요. 그러니 사람 만나는 것도 점점 소극적이게 되고 웃고 떠드는 대상은 논술 수업하는 아이들과 남편뿐입니다. 딱히 문제될 건 없지만 허무감이나 우울감을 가끔씩 느끼는 것 같아요.


내 글이 저에게 활력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저 넋두리나 하고 신세 타령 늘어놓으며 읽는 사람에게 위로받기 위한 글이 되는 건 정말 싫거든요. 저는 삶의 고통, 슬픔, 상처 등을 견뎌내고 결국 자기다움으로 우뚝 선, 당당하고 힘있는 글이 좋습니다. 그런데 요즘 글을 쓰면서 자꾸 힘이 빠지는 것 같아요. 이렇게 나 자신조차도 일으키지 못하는 글이 누구에게 읽힌들 어떤 쓸모가 있을까요.


잠시 멈춰야겠습니다. 요즘 읽고 싶은 책이 부쩍 많아졌는데 글을 써야한다는 부담감을 내려놓고 실컷 책을 읽고 싶습니다. 3월이니 밖에 나가 산책도 하고 못 만났던 사람들도 좀 만나면서 에너지 충전을 해야할 것 같아요. 살도 좀 덜어내고 봄옷도 좀 사 입어야지요. 그동안 매일 글쓴다는 핑계로 내 일상에 여유가 없었나 봅니다. 집안에도 내 손길을 기다리는 곳이 많네요. 옷장, 책장, 욕실, 씽크대, 냉장고까지 봄맞이 정리 좀 해야할 듯합니다. 둘러보니 나를 필요로 하는 곳이 생각보다 많습니다. 이번 봄에는 내 글의 쓸모도 찾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매일 브런치에 글을 쓰면> 

20화로 연재를 마칩니다.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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