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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읽고 뜨겁게 사랑하자!『급류』

인생의 급류를 만나도 다시 사랑할 용기!

by 유쾌한 주용씨

푸른 하늘에 흰구름, 분명 맑은 날씨였는데 갑자기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정말 요즘 날씨는 종잡을 수가 없다. 날씨만큼이나 다양한 게 사랑이라는 생각이 든다. 정대건 소설 『급류』를 읽으며 내가 경험해보지 못한 또다른 사랑을 맛본다. 소설의 제목만큼이나 강렬하고 빠지고 싶지 않을 정도로 위험하다. 잠깐 세차게 내리던 빗줄기가 약해졌다. 지면과 나뭇잎을 좀 적시는가 싶더니 금방 그쳐버릴 것처럼 기세가 확 꺾였다. 한 사람의 인생에서 뜨거운 사랑이란 것도 오늘 날씨 같은 게 아닐까 싶다. 사랑의 소용돌이에 한번 빠져버리면 급류에 빠진 사람처럼 허우적대도 쉽게 빠져나올 수가 없다. 하지만 그런 시간은 그리 길지 않다. 지나고나면 어느새 말라버린 옷처럼 건조해진다. 오랜만에 찐한 사랑 이야기에 흠뻑 젖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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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평 소방서 구조대 반장 최창석과 얼마 전에 진평에 이사 와 미용실을 운영하던 전미영이 발가벗은 몸으로 부둥켜 안은 채 급류에 휩쓸려 시체로 발견되었다. 최창석의 딸 도담과 전미영의 아들 해솔은 그 현장에 있었다. 도담은 아픈 엄마를 두고 아빠가 다른 여자와 그런 모습으로 발견되었다는 것에 분노했다. 해솔은 자신의 아빠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최창석을 엄마와 함께 마음에 담았다. 고등학생이었던 도담과 해솔은 특별한 관계로 발전하고 있었지만 그 사건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이별하게 된다. 그것이 2006년의 일이었다.


대학생이 되어 다시 만나게 된 도담과 해솔은 운명처럼 서로 끌려 사랑하는 사이로 발전한다. 하지만 서로 공유하고 있는 아픈 과거를 극복하지 못하고 2010년 다시 긴 이별을 하게 된다. 긴 이별 기간에 둘은 다른 사람을 만나기도 하지만 서로를 향한 간절한 그리움은 결국 그들을 다시 만날 운명으로 만든다. 2018년 6년차 물리치료사가 된 도담과 소방서의 소방교 해솔은 운명 같은 사랑을 받아들이기로 한다. 아빠와 엄마의 떳떳하지 못한 사랑과 동네를 떠들썩하게 했던 죽음, 서로에게 상처를 주며 택했던 이별, 그리고 해솔의 깊은 화상 흔적도 그들을 갈라 놓지 못했다.


누군가 죽기 전에 떠오르는 사람을 향해 느끼는 감정. 그 감정을 표현하기 위해 사랑이란 말을 발명한 것 같다고. 그 사람에게 한 단어로 할 수 있는 말을 위해 사랑한다는 말을 만든 것 같다고.
그때 깨달았어. 사랑한다는 말은 과거형은 힘이 없고 언제나 현재형이어야 한다는 걸.
p.289~290



또 사랑이다. 소설을 읽을 때마다 마지막은 결국 사랑이다. 그럴 수밖에 없다. 사랑만큼 인간을 자극하는 건 없으니까. 사랑보다 더 다양한 이야깃거리는 없을 테니까. 그리고 우린 모두 사랑을 원하고 그리워하고, 사랑으로 치유받고 용기를 내고 싶으니까 말이다. 나의 사랑을 생각한다. 30년 넘게 나와 만나면서 연애를 하고 부부가 되고, 서로 상처를 내고 미워하기도 했지만 결국 내 곁에서 친구가 되어준 남편. 그리고 우리 부부의 가장 소중한 두 아들. 내가 죽기 전에 떠오르는 사람은 분명 이 세 사람일 것이다. 그리고 그들에 대한 감정이 사랑이라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이 너무나 분명하다.


지나간 과거에 얽매이지 않고, 있을지 모를 미래에 목매지도 않으면서 진정으로 살고 싶어졌다. 낙관도 비관도 하지 않고 하루하루를, 거센 물살을 헤엄치듯이.
p.295

둘은 물결을 가로질러 서로를 향해 헤엄치기 시작했다. 해솔과 도담은 손을 뻗어 서로의 손을 맞잡았다. 두 사람 앞에 파도가 일고 있었지만 그들은 수영하는 법을 알았다.
p.296


『급류』의 마지막은 아름답고 상징적이다. 과거는 이미 지나갔으니 어쩔 수 없고, 미래는 알 수 없으니 완벽한 대비라는 건 있을 수 없다. 그저 오늘 하루를 진심을 다해 잘 살아내는 것, 그것만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다. 다행히 남편과 나는 함께 손을 잡고 인생이라는 거센 물살을 헤엄치고 있다. 30년이라는 긴 세월을 마주보며 살았으니 서로의 호흡만 들어도 상대가 무엇이 불편하지,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어떤 기분인지 알 수 있다. 물론 우리 앞에 어떤 파도가 기다리고 있을지 알 수 없지만 우린 함께하는 법을 알게 되었으니 괜찮다.


인생의 급류를 만나 허우적거리는 이에게

사랑의 힘을 의심하는 이에게

다시 사랑할 용기를 내고 싶은 이에게

살아갈 힘을 얻고 싶은 이에게


정대건 소설 『급류』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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