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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다진 Jul 31. 2019

배고픈 건 날 서럽게 해

산티아고 순례길




열세째 날, Tardajos



    아침부터 감미로운 이곳은 알베르게 디비나. 생각지도 못한 모닝콜에 미소가 지어졌다. Buenos días~


지영이는 웃기다고 숨 넘어 가는 중ㅋㅋㅋ


알베르게를 나와 우리가 향한 곳은 부르고스 전망대. 가는 길이 오르막이라 숨이 찼지만 부르고스에서의 즐거웠던 여행을 마무리하기 좋은 장소였다.


Mirador del Castillo.


내 새끼 사진 찍어주기



그리고 시작된 부르고스 대성당 관람!



성당 입장료는 일반 관광객 7유로, 순례자 4.50유로다. 오디오 가이드도 대여할  있는데, 아쉽게도 한국어 서비스는 없어서 영어로만 들어야 한다.


성당 내부에서 본 부르고스 대성당의 첨탑. 정교한 디자인에 또 한번 놀랐다.


생각보다 꼼꼼히 둘러본  같다.  둘러보니  시간 반이나 지나있었다.


La Babia.

점심 먹을 시간이 되어 첫날 묵었던 알베르게 앞에 있는 바로 갔다. 공립 알베르게 바로 앞에 위치해 있어서 많은 순례자들이 들리는 곳이다.


야외 좌석에 중년의 한국인 여자가 앉아있었는데 일전에 한국분들에게서 들었던 네덜란드에서 오신 분이었다. 다리가 불편해 보이셔서 무슨 일이 있으신지 물었더니 이전 마을에서 다리를 다치셨다고 했다.

이것저것 이야기를 나누다가 버스를 타고 부르고스에 왔다는 우리의 이야기를 들으시곤, 그래도 된다고 무리할 필요 없다고 이야기해 주셨다.

우리도 버스 타는 것에 대해 아무 생각이 없다. 무조건 아픈 곳 없이 건강하고 안전하게 걷는 게 중요하니까. 버스 좀 타면 어때. 걷고 싶으면 걷는 거고, 타고 싶음 타는 거다.


에스떼야 가는 길에서 우리에게 물을 나눠주신 한국인 부부와도 인사를 나눴다. 물이 부족해서 다 죽어가는 우리에게 마셔도 된다고 시원한 물을 건네주신 분들이다. 오늘 부르고스에 도착하셨나 보다.


    정오를 조금 넘기고 우리는 타르다호스로 출발했다. 부르고스에서 하루 더 머물까 고민하던 지영이도 함께 가기로 했다. 아싸!


오늘도 맑은 부르고스, 안녕!


길을 잘못 든 줄도 모르고 신나게 걷다가 지나가던 주민분들의 도움으로 바로잡을 수 있었다. 친절하게도 두 가지 길을 알려주셨는데, 그중 공원을 가로질러가는 'beautiful way'가 있다고 그 길을 추천해주셨다.


공원 El parral에서 본 갱얼쥐들


정말이지.. 부르고스를 떠나는 길마저 너무 좋다.


살랑~ 살랑~


촬영을 위한 최적의 자세ㅋㅋ


힘내자! 다 와간다!


ㅋㅋㅋㅋㅋㅋ너무 웃겨



우리의 이정표


아름답지요~


오후 세시, 오늘의 목적지인 타르다호스에 도착했다. 오늘 묵을 알베르게는 호텔과 호스텔을 같이 운영하는 곳이다.


오늘이 일요일이란 걸 숙소에 도착하고 깨달았다. 간식거리를 사 먹고 싶은데 문을 연 가게가 하나도 없었다. 알베르게 근처에 영업시간이 검색되지 않는 제과점이 있길래 그곳이라도 직접 확인해야겠다 싶었다.


Hotel la Casa de Beli. 숙박 10€.

문을 열고 쏟아지는 햇빛에 절로 인상이 쓰였는데 저 멀리서 나를 향해 인사하는 누군가가 보였다. 얼굴이 보이지 않아서 한참을 쳐다봤는데 론세에서 같이 요가를 했던 이탈리아 남자였다. 수비리에서 보고 오랜만에 보는 건데 잘 걷고 계신가 보다.


"네 옷 보고 넌 줄 알았어."

"아ㅋㅋㅋㅋ."


올 초에 베트남에서 산 옷을 잠옷으로 가져왔는데, 야자수와 파인애플이 잔뜩 그려진 옷이라 튀긴 튀나 보다.


핀초 둘, 콜라 하나 4.60€.

역시나 빵집은 문을 열지 않았다. 유아차를 끌고 가는 주민에게 혹시 문을 연 가게가 있는지 물었지만 없을 거란 대답을 들었다.


숙소로 돌아와 숙소 안에 있는 바에서 핀초와 콜라를 시켰다. 빵이나 과자로 때우려고 했는데 너무 배고프고 더워서 뭔가를 먹어야 했다.


사실 돈을 아끼고 싶었다. 정산 한번 제대로 해야지 생각만 하고 있었는데, 하고 나니 조금 충격이었다. 언제 쓴 건진 모르겠는데 생각보다 돈이 꽤 나가 있었다. 그래서 긴축재정에 들어가기로 했는데, 당장 오늘 저녁을 해결하려면 돈을 써야 해서 지영이와 나는 무척이나 고민스러운 시간을 보냈다.


침대에서 뒹굴거리며 오늘 저녁을 어떻게 보낼지 또 고민했다. 돈을 아껴야 할지, 배를 채워야 할지. 그러다 배고픔으로 서러워질 쯤 결정을 내렸다. 숙소에서 사 먹기로. 돈을 쓰기로!


순례자 정식 10€.

식전 음식으로 나온 토마토 수프가 정말 맛있었다. 건강한 맛! 완전 내 취향이다. 스테이크는 그냥 스테이크, 디저트 케이크도 그냥 케이크. 무난한 맛이었지만 안 먹었으면 서러울 뻔했다. 현명했다. 이젠 정말 일요일에는 문 연 가게 찾아다니지 말고 숙소에서 돈을 써야겠다. 일요일을 위해 주중에 돈을 아껴야지.


    식사를 하면서 지영이와 내일 일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어디까지 걸을 것인가.'에 대하여.

우리가 원래 오늘 도착했어야 했던 마을은 부르고스와 Castrojeriz의 중간 마을이다. 그런데 오늘 중간보다 적게 걸어서, 내일 까스트로헤리스까지 가려면 30km를 걸어야 한다. 그래서 30km를 걸을 건지, 아님 적당히 걸어서 그 전 마을에서 머무를 건지 정해야 했다.


동건님이 생각났다. 동건님은 생장에서 사진을 부탁했던, 급해 보였던 한국 남자다. 팜플로나에서 통성명을 했는데 동갑이지만 친분이 없어 동건님이라 불렀다. 아무튼 팜플로나에서 잠깐 이야기를 나눌 때 개인 사정으로 50km, 40km를 걸을 계획이란 걸 들었었다. 그게 가능한가? 그래서 그렇게 급했던 거구나 생각했었는데, 나헤라 이후로 또 30km를 걸을 우리를 생각하니 동건님이 궁금해졌다.


    현명한 결정을 내리자며 서로를 채찍 하던 우리는 내일 새벽 네시에 까스트로헤리스로 출발하기로 했다. 마침 민지도 내일 그곳에 도착할 예정이라길래 민지를 따라잡으면 재밌겠다 싶었다. 새벽 네시 기상이라니. 할 수 있을까?




01.07.18 타르다호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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