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o'en camino

산티아고 순례길

스물여덟째 날, Triacastela

안개 자욱한 오 세브레이로의 아침

Alto de San Roque.

방목형 닭

방목형 소

무릎을 최대한으로 접어야 딛을 수 있는 오르막을 올랐다. 제공받은 고도지표를 보면 주상절리가 따로 없다.

저기요 여기서 침 흘리시면 곤란한데요.

침 고인 것 좀 봐

귀여워도 안 줄건데ㅎ

너는 네 밥 있잖아~~~

아침을 먹은 카페에서부터 하산하는 길. 이상한 냄새가 스멀스멀 올라왔다. 이거 이거.. 아찔한데?

아찔하다 아찔해

아찔함을 넘어 이건 마치 황천길

영혼 탈곡기들

그때 그 악취를 글로 표현하자면 두개골을 가르는 냄새.. 피레네에서 맡은 말 똥냄새? 양 똥냄새? 그건 아무것도 아니었다. 여기는 정말로.. 내 폐를 조져놓고 뇌까지 스며드는 정도였다.. 지독했다 지독했어.

소를 보는 게.. 조금 힘들어졌다.

어처구니없을 정도로 깊고 진한 소똥 냄새가 여전히 코 속에 배어있는 기분이었다. 깔깔대던 웃음도 잠시, 또다시 뜨거워진 해에 꾸역꾸역 도착한 오늘의 목적지. 오늘 묵을 알베르게는 오픈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듯 시설이 매우 깔끔했다. 샤워부스도 이제껏 다닌 곳 중에서 제일 넓었다.

Pensión-Albergue Lemos. 숙박 10€.

젖은 머리를 말릴 겸 테라스에 앉아 햇살을 쬐고 있었다. 그렇게 한숨 돌리고 있는데 책을 든 백발의 할머니가 옆 소파에 자리를 잡았다. 피로로 똘똘 뭉쳐있는 발을 만지작거리다가 할머니와 눈이 마주쳤다. 약간의 민망함에 괜히 그의 발의 안부를 물었다.

발이 아프진 않으신지 물었더니 여기저기 난 물집들을 보여주시곤 대수롭지 않다는 제스처를 하셨다. 그는 얼마 전에 은퇴를 하고 순례길을 걸으러 왔으며, 산티아고로 마중 나온 아들과 집으로 돌아갈 거라고 했다.

"햇빛이 너무 강하지 않나요?"

"이 정도 가지고~ 난 너무 좋은 걸~"

독일 분이셔서 그런가 햇빛을 굉장히 좋아하시는 것 같다. 점점 강해지는 볕에 그에게 가벼운 인사를 하고 나는 방으로 들어왔다.

오늘 저녁은 스파게티

어딜 가나 존재감 뿜어내는 한국인들. 한반도는.. 어디갔죠? k-pilgrim 대단해~

오늘은 뭐니뭐니해도 dung의 날이지.

16.07.18 트리아카스텔라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