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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론빵 May 14. 2021

8. 올라프 엘리아슨 작업과 메를로퐁티의 현상학적 몸

올라프 엘리아슨(Olafur Eliasson), <날씨 프로젝트>, 출처: 올라프 엘리아슨 홈페이지


엘리아슨은 덴마크에서 태어나 아이슬란드에서 성장기를 보내고 현재 독일 함부르크를 거점으로 활동하고 있는 작가이다. 자신이 어린 시절을 보낸 덴마크와 아이슬란드에서 오로라와 빙하와 같은 신비로운 북유럽의 자연 환경을 경험한 이후, 그는 물, 빛, 안개, 얼음, 온도, 습도, 그림자, 바람 등의 비물질적인 자연 현상을 작품의 재료이자 작품의 주제로 사용하였다. 그가 경험한 북유럽의 풍경은 그의 작품 공간에서 백야와 안개 등 으로 구현되었고, 관람객들은 그의 작품에서 그가 경험한 경이로운 자연 풍경을 체험할 수 있다. 1)


이러한 그의 작품은 미술관과 같은 화이트박스(White Box)에 국한되지 않고, 길거리, 도심의 강과 같은 일상적인 공간에서도 관람객에게 낯설고 이질적인 상황을 제공한다. 이렇듯 그는 자연요소와 첨단 기술을 융합하여 이를 작업에 녹여냄으로써, 관람객에게 지각체험을 경험하게 하는 것이다. 특히 그의 작품 중 대표작이라고 칭할 수 있는 <날 씨 프로젝트(Weather Project)>는 관람객의 지각체험을 잘 보여줄 수 있는 예시이다.


<날씨 프로젝트>(2003)는 런던의 테이트모던 미술관 터빈홀에 설치돼 200만명이 넘 는 기록적 관객을 동원했던 작품이다. 높은 층고의 거대한 터빈홀은 이 작품을 통해 숭고함을 가진 명상관으로 재탄생했다. 수백 개의 공업용 노란 전구로 이루어진 둥근 태양판이 마치 거대한 태양처럼 빛을 내리쬐고, 실내는 습기를 가득 머금은 수중기로 채 워졌다. 천장에는 거대한 거울들이 가득 붙어 있고, 관람객들은 이 공간을 지각하며 바 닥에 워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관찰하거나, 이 공간을 하염없이 걸어다니며 자 신의 몸을 에워싸는 수증기와 머리위로 내리쬐는 인공 태양 빛을 체험한다. 실제 자연이 아닌 첨단 과학 기술을 이용하여 만들어진 인공적인 자연 환경임에도 불구하고, 관람객들은 이 공간에 설치된 거대한 인공 태양을 바라보며 지구 속에 태양이 들어온 것인지 내가 사는 지구가 태양이 있는 우주계로 들어간 것인지 관람객의 상상력을 이끈다.


엘리아슨은 익숙하지 않은 풍경을 맞닥뜨리는 관람자의 반응을 여러 인터뷰에서 언 급하였다. 그는 작품에서 감각경험(seonsory experience)와 상호작용(interaction)이 가장 중요한 지점이라고 강조한다. 2) 그가 말한 상호작용은 관람객과 작품 사이의 소통 혹 은 관람객과 관람객 사이의 반응으로 볼 수 있다. 관람객은 인공적인 자연 환경을 통해 지구 온난화의 위험성을 보여준 <날씨 프로젝트>를 체험하며 자연과 기후에 대해 지각하고 지각과 동시에 작품 속을 직접 걸어 다니거나 누워서 응시하는 등 몸의 움직임을 이어간다.


메를로퐁티는 우리의 몸은 현재의 활동에 의해 획득되고 침전된 활동의 내용들이 살 아 움직이고, 획득되고 침전된 활동에 의해 현재의 활동의 의미를 부여받는다고 말한 다. 3) 메를로퐁티의 이러한 몸의 운동성으로 엘리아슨의 작업을 읽어본다면 엘리아슨 의 작품을 체험하는 관람객의 몸은 엘리아슨의 작업과 촘촘하게 연결되어 있으며, 그 연결의 주된 재료는 관람객의 지각과 반응으로 구성되어 있다. 따라서 엘리아슨의 작품 에서 메를로퐁티가 주장한 현상학적 몸의 중요성은 당연하다고 볼 수 있다.


엘리아슨의 작업을 통해 읽은 메를로퐁티의 현상학적 몸은 물리적 공간으로 이루어 진 공간은 관람객이 지각한 감정을 통해 더욱 확대되어 동시대 미술에서 관람객이 작품의 의미를 더욱 풍요롭게 하는 중요한 요인임 알 수 있게 했다. 그리고 엘리아슨의 작업을 체험 한 관람객들 역시 개인적인 체험을 하면서도 이와 동시에 다른 관람객들과 동일한 체험을 하고 이를 공간적, 감정적으로 공유함으로써 우리의 몸이 세계 속에서 혼자 존재하는 것이 아닌 공동체임을 인지하게 한다. 이는 메를로퐁티가 보여준 현상학적 몸의 의미와 중요성이 자 앞으로 우리가 몸을 통해 세상을 보다 넓게 이해할 수 있는 가능성을 확장시켜주었다고 할 수 있다.


 다양하고 촘촘한 층위로 구성된 메를로퐁티의 현상학의 모든 부분을 상세히 다루지 못한 점은 글의 아쉬운 지점으로 남지만, 근대철학에서 외면 받았던 세계를 지각하 는 몸의 개념을 메를로퐁티의 현상학을 통하여 이해한 점과 이것이 동시대 예술을 이해하는 것에 있어서 관람객과 작품 사이의 관계와 중요성을 조망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생각 한다. 과거에 이성으로만 인지되었던 물리적 세계가 이제는 몸을 통하여 그 두터운 경계선을 허물고 확장된 우리의 몸과 일체되는 끝없는 무한의 세계가 되기를 기대해본다.


각주


1) 박성연, 「올라퍼 엘리아슨(Olafur Eliasson) 작품에서 관람자와 작품의 상호관계」, 『기초 조형학연구』, 18.2 (2017): p. 206.

2) Ibid., p. 206.

3) 조광제, 『몸의 세계, 세계의 몸』(이학사, 2004), p. 1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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