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견은 준비된 사람이 맞닥뜨린 우연

내가 만난 명동 부자의 습관

by 고미숙

발견은 준비된 사람이 맞닥뜨린 우연이다.
-알버트 센트 디외르디-




명동은 경기침체 속에서도 전국 중요 상가 중 공실률이 가장 낮다. 작년 말 기준 명동 주요 상점 공실률은 3.5%였다. 외국인 관광객의 명동 방문 비중은 2016년 81.1%, 2017년 78.3%에 이어 2018년 83.8%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외국인 관광객의 1인 평균 지출금액은 1500달러(170만원) 수준이다. 특히 명동 일대 화장품 매장 부지가 전국 땅값 상위 10위권을 독차지하고 있으며, 서울에서 1주일 평균 보행량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지역도 명동의 눈스퀘어 빌딩이다.


명동 상가의 일 층은 공실이 없을 정도로 인기다. 4호선 명동역에서 출발하여 우리나라 공시지가 최고를 기록하는 네이쳐 리퍼블릭을 지나 을지로 입구까지 위치하는 상권, 명동성당에서 롯데백화점 본점 앞까지 이어지는 상권은 특히 유동인구가 많다. 이 일대의 건물 일 층 임차료는 월 1억을 호가하기도 한다. 하지만 눈을 살짝 돌려 상가의 위층을 바라보면 “임대 문의”라고 적힌 공실이 많다는 것을 볼 수 있다.


명동은 오래전 발전된 상업지역이다 보니 다닥다닥 붙은 소형 건물들이 많다. 대부분 건물은 엘리베이터는커녕 좁고 높은 옛날식 계단이 위태위태하게 설치되어 있다. 최근 명동에도 리모델링하여 임차를 하는 경우가 많아졌지만, 오래된 상권에서 건물 상부층까지 임차가 된 건물은 그리 흔치 않다. 심지어 3년 전부터 시작된 사드 여파로 일 층마저 장기 임차인을 구하기 힘든 건물도 있었다. 그러다 보니 소위 ’깔세’라고 하는 단기 임차 과자 판매점이 판을 치기도 하는 것이 명동의 현실이다. 이런 어려움 속에서도 챔피언 빌딩 관리자인 L 사장님은 일 층부터 꼭대기 층까지 골고루 프랜차이즈 매장과 개인 매장을 적절하게 조율하여 100% 임차하였다.

사장님께 그 비결을 여쭈어보니 예전에는 빌딩의 고층이라고 하면 획일적으로 병원이 많았다. 하지만 한 가지에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업종을 유치할 수 있도록 장기 임차계획을 짰던 것이 그 비결이라 하였다. 게다가 명동의 아주 큰 건물이 아니고서는 고층에 식당이 위치하는 것도 쉽지가 않음에도, 현재 관리중인 건물 4층에는 프랜차이즈 피자집이 들어와 있다.


첫째로는 객관적으로 인정받은 유명 프랜차이즈를 유치하여 건물의 인지도를 높였다. 다음으로 외국인이 선호하는 업종에 임차하였다. 프랜차이즈는 검증된 시스템이다. 그런 검증된 시스템 중에서도 구매할 사람을 분석하고 그에 맞는 좋은 프랜차이즈를 입점시켰다. 그 것은 이미 리스크가 일정 부분 해소된 것이나 다름없다. 또한, 내국인이 선호하는 프랜차이즈와 외국인이 선호하는 프랜차이즈를 분리하여 임차계획을 세웠다. 그렇게 하면 최근의 사드 여파처럼 외국이 관광객이 주춤할 때 내국인 유동인구가 대체할 수 있다. 분산은 일종의 보험이다.


외국인이 선호하는 업종을 고르는 눈을 기르기 위해서는 많은 경험이 필요하다. 도쿄, 오사카, 홍콩, 대만처럼 해외에서 명동과 비교할 수 있는 상권을 다녀보기를 권장하였다. 그 지역에서 어떤 아이템이 인기가 있는지 유심히 살펴본다. 명동에서 유행할 수 있는지를 판단하고 결정하고 나면 관련 업종의 임차를 적극적으로 검토한다. 해당 기업에 먼저 제안을 하기도 한다. 트렌드를 따라 나가라고 충고하였다. 무조건 트렌드를 따라가라는 이야기가 아니고 남들이 흉내 내지 못하는 걸 고집해 보면 좋다는 것이다. 명동을 방문하는 관광객의 국적별 취향이 많이 다르므로 맞춤 형식으로 찾아보아도 좋다. 관광객의 국적에 따라 선호하는 매장과 아이템이 완전히 다르다.


명동은 중국대사관, 중국영사관과 화교학교가 있는 지역의 특징상 중국인의 발걸음은 항상 끊이질 않는다. 명동 거리를 걷다 보면 여기가 중국인지 한국인지 모를 정도로 여기저기 중국어 일색이다. 가게 점원 중 중국어를 못하는 직원이 없고, 은행지점에서 개설하는 급여통장의 반 이상이 중국인이거나 동포일 정도이다. 중국 관광객은 특히 화장품에 관심이 많을 뿐만 아니라 면세점 대량 구입을 많이 한다. 이들의 면세점 커미션 수입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이다. 중국 관광 잡지에 올라 대인기를 누리고 있는 토스트 가게 앞은 아침마다 늘어선 긴 대기 줄로 진풍경이 벌어진다.


일본 관광객 역시 항상 꾸준하다. 일본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피부과, 미용실, 안경점, 렌즈판매점 등과 맛난 음식에 관심이 많다. 세종호텔이나 로열호텔은 정기적으로 오는 일본 관광객의 주요 숙박 장소다. 일본 관광객은 은행에서 매년 예금을 갱신하기도 한다. 예금금리가 없는 일본은행 대신 국내 은행에 예치한다. 일 년 이자로 비행깃값은 나오니 말이다. 아침 일찍부터 설렁탕을 먹느라 대기를 하고 있는 모습 역시 볼 수 있다. 맵지 않고 뜨끈한 국물까지 일품인 닭 한 마리 식당도 인기다. 삼계탕, 냉면, 칼국수 등 맛있는 먹거리 투어는 일본인 관광객이 선호하는 관광 코스이다.


최근에는 아랍계 고객도 많이 늘어 히잡을 쓰고 다니는 관광객이 많다. 그 여파를 타고 여기저기 할랄 식당이 들어섰다. 이태원과도 멀지 않은 입지를 갖추어 점점 더 많은 아랍계 관광객이 유입될 것이다. 명동성당이 위치하고 있어 카톨릭 신자의 왕래도 많다. 오후 4시가 되면 명동 길 건너에 주차되어 있던 포장마차들이 줄을 이어 출근하는 진풍경도 바라볼 수 있다. 포장마차의 메뉴는 상상을 초월하여 보통의 시장에서 보지 못하는 아이디어 음식뿐만 아니라 랍스터 같은 고급재료를 활용하기도 한다.

상권을 파악하려면 발품 역시 팔아야 한다. 발품을 판다는 것은 ‘do the leg work’라는 영어 표현에서도 알 수 있듯이 다리를 이용해 많이 움직인다는 뜻이다. 이렇게 발품을 팔다 보면 상권의 특징이 보이게 된다. 이러한 특징을 나만의 방법으로 정리해 두면 사업 아이템을 정할 때도 도움이 된다. 발품을 판다는 것은 직접 가 보는 것뿐만 아니라 여러 매체에서 꾸준히 정보를 얻는 것도 포함된다고 강조하였다.


아침 8시가 되면 스키장이나 인근 관광지로 출발하는 관광버스로 명동역 앞의 교통이 마비되기도 한다. 출근하는 시민들의 차와 뒤섞여 매일 아침 경찰들이 출동한다. 여기저기 외국인 관광버스가 주차하고 있고, 리무진을 기다리는 수많은 외국인들의 대기줄도 진풍경이다. 서울 시내에 여러 상권이 존재하지만, 명동만큼 다양하고 독특한 상권은 없다. 게다가 인근 남대문과 길 건너 남산까지 함께 관광할 수 있다. 남대문 시장의 독특한 재래시장 문화, 서울 시내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남산 서울 N 타워와 아름다운 산책길을 하나의 벨트로 묶을 수 있다. 여러 가지 스토리가 나올 수 있는 상권이다.


은행에서 근무하며 2천 건이 넘는 경매 물건을 취급하며 이론과 실무를 겸비하였던 부동산 투자의 귀재 고준석 교수 역시 저서 <부자가 되려면 부자를 만나라>에서 상권의 중요성을 언급하였다. 수익성 부동산 투자에 있어 중요한 것은 개별 상가가 아니라, 흔들리지 않는 상권이라고 하였다. 명동은 외국인의 발걸음에 따라 매출에 영향을 받는다고 하나 한반도 공시지가가 떨어져 본 적이 없는 흔들리지 않는 상권임에 분명하다. 다만 현재 명동하면 떠오르는 아이템이 딱히 없어 좀 더 다양한 컨텐츠가 개발되어야 하는데 이런 것들을 고민하여 답을 찾는 사람은 부자가 될 수 있다. 열심히 발품을 팔면서 공부하고 있는 바로 여러분이 명동에서 또 다른 신화를 일구어낼 미래의 명동 부자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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