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부터 첩보작전처럼 비밀리에 진행하고 있던 일이 있었다.
바로, 강아지 입양이다.
혼자 사는 1인 가구라서 키울 엄두조차 나지 않았지만 얼마 전 한 보호소 인스타그램을 팔로우하게 되면서 우연히 한 강아지를 유심히 보게 됐다. 인근 소방서에 의해 야생에서 구조된 아이였는데, 보호소에 입소해서도 구석에서 바들바들 떨고 있는 모습이 가여웠다. 임시보호처가 결정되면서 보호자의 계정도 팔로우하게 됐는데, 조금씩 나아지는 아이의 모습을 보며 내심 흐뭇하게 지켜보았다.
처음에는 아이의 특성이 소심하고 조용해서 나랑 참 비슷하다고 생각하는 정도였다.
임시 보호자 분이 아이가 분리불안이 없다고 해서 '나 같은 사람과 함께 지내기 좋겠구나'하고 생각도 했다.
그러다가 임보 기간이 길어지자 '이 아이의 앞날을 내가 함께하고 싶다'는 생각까지 하게 됐다.
강아지를 키우고 싶다는 생각이 우선해 입양을 시작하지 않았기 때문에 스스로에 대한 점검이 필요했다.
한순간의 충동은 아닌지,
아이가 내 일상 속에서 함께 살아갈 수 있을지,
이 아이를 위해 무엇을 해줄 수 있는지 같은 것들.
그래서 며칠을 고민하다가 까다로운 입양 신청서를 작성한 뒤 임보 중인 아이의 면회를 신청했다.
그리고 그 주말인 토요일, 2시간이 걸리는 거리를 한달음에 달려 면회를 갔다.
역시나 아이는 나를 피했다. 보호자 옆에만 딱 달라붙어 있었다.
그래도 몇 십분 가량을 보호자와 이야기하면서 아이의 이름을 불러보기도, 또 아이 다리의 털 촉감을 느껴보기도 했다.
그러니 아이는 겨우 내 손에 올려 준 간식을 두어 번 먹었다.
마음이 몽글몽글해지는 순간이었다.
집으로 돌아오면서 나는 같이 갔던 동생에게 말했다.
"아이에 대한 생각은 확신으로 바뀌었어. 다만 이젠 뭘 해줄 수 있는지 고민해 볼래."
그날 면회 직후 보호소에서는 아이 입양 의사를 묻는 연락이 왔다.
'아이를 위한 훈련이나 교육, 교감 등 시간적, 금전적 준비가 됐냐'는 메시지였다.
이미 거리에서 많은 상처를 받았을 아이였기에 나는 신중의 신중을 기하고 있었고, 그런 의사를 전달해 며칠 뒤 다시 꼭 연락을 드리겠다고 말했다.
그리고 또 며칠을 보험이나 사료, 필요한 물건들, 주변 동물병원을 검색해보며 진짜 내게 시간과 금전적 고민이 발생하지는 않을지 계산했다.
3일이 지난 오늘,
준비에 대한 확신으로 보호소에 다음 입양 절차를 묻는 연락을 했는데, 충격적인 답변을 받았다.
공고기간이 종료돼서 아이의 해외 입양이 결정됐다는 것이다.
공고기간과 이후 해외 입양 가능성에 대해 인지하지 못했던 나는 어안이 벙벙했다.
면접까지 다녀왔고, 며칠간의 생각할 시간을 달라고 했음에도 이런 결과를 통지받은 것에 황당하기만 했다. 결정은 바로 전날인 어제였다고 한다. 나는 혹시 해외 입양에 문제가 생기면 꼭 연락 달라는 말 밖에 할 수 없었다.
보호소에서 일하시는 분들은 고마운 분들이지만 한편으로는 공고기간과 이후 해외 입양 가능성을 언급해줄 수는 없었나 하는 아쉬움도 컸다. 나는 신중한 만큼이나 정을 떼기도 어려운 사람이라 이런 과정에 상처를 받을 수밖에 없었다.
이왕 입양하는 거 사실 다른 아이면 어떻냐 할 수도 있지만, 이번 입양 실패로 나는 입양에 대한 의지를 접었다. 애쓴 것들이 가루가 돼서 아무것도 하기 싫은 감정뿐이다. 일이 손에 잡히지 않고 괜스레 눈물이 맺혔다.
아이를 데려오기 위해 준비했던 것들은 여전히 남아있는데, 아이가 없다.
입양이 무슨 선착순 경품 행사도 아닌데
이게 다 결정을 늦춘 내 탓이라 생각하니 또 슬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