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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하수 Apr 03. 2020

착한 아이보다는 행복한 아이로 크기를...

그림책 '착한 아이 사탕이'를 읽고(feat. 네모의 꿈)

착한 아이 증후군

어른이 되어서도 자신의 감정을 솔직히
표현하지 못하고
타인에게 착한 사람으로 남기 위해  
욕구나 소망을 억압하면서 지나치게
노력하는 것을 말한다.
흔히 '착한 아이 콤플렉스'라고도 부른다.


출처 : 네이버지식백과

초등학교 때 기억이 난다.
그때 착했던 내가 가장 싫어한 말은
아이러니하게도 '착하다'라는 말이었다.

'착하다'는 말은 나에게 무채색의 말이었다.
아무런 색도 없고 아무런 맛도 나지 않고
아무런 냄새도 나지 않는...
지구는 둥글지만 나는 모난 것 하나 없이
둥글기만 한 나 자신을 둥글게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이 싫었다.

지금와서 생각해보니 나의 착함을 이용하는 무례함이

싫었던 것 같다.

배려할 수록 나를 쉽게 보는 이들이 싫었지만

그래도 나는 늘 편한사람이 되고자했다.

벗어날수없는 굴레에 씌여진것 처럼.

그래서인지
살짝 모가 나더라도 저마다의 울퉁불퉁함을
가지고 있는 친구들이 오히려 부러웠다.
서툴더라도 윤기 나게 매만지면
근사한 어른이 될 것 같았다.
하지만 그 친구들은 나름의 고충이 있었다.
사춘기 아이들의 특성상
나와 다르면 배척하는 경향이
있었기에 '자신의 것'을 간직하려면
혼자만의 시간을 가질 줄도 알아야 함을 뜻했으니까.

그랬던 내가 중학생이 되어서
 '네모의 꿈'이라는 노래를
좋아하게 된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다.


네모의 꿈 W.H.I.T.E

어쩜 이렇게도 나의 마음을 잘 표현했을까.
아이들은 저마다의 모양이 다 있는데
어른들은 왜 세상을 둥글게 살기만을 강요할까.
어른이 되고서야 어른의 말이 이해가지만
그래도 나는 그렇게 말하는 어른이 되고 싶진 않았다.

잠시 2년 전을 회상해본다.
2년 전에 여덟 단어 박웅현 작가님의 강연에 간 적이 있다.
인상 깊은 말을 하셨다.
강연을 듣고 내가 소화한 대로 적어본다.

작가님의 외국인 친구가 한국에 와서 가장 놀란 일은
다 똑같이 생긴 아파트라고 했다.
하늘도 잘 보이지 않고 너무나도 똑같이 생긴 아파트들이 줄지어 있는 모습이 놀라움을 넘어 충격적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작가님은 우리 사회의 모습도 그와 다르지 않다고 표현하셨다.
똑같은 아파트의 네모칸 안에 들어가듯이
입시, 취직, 결혼 , 집을 사야 하고 아이 둘은 낳아야 하며...
기왕이면 딸 아들이면 좋고... 등등
우리 사회는 정답이 없는 세상에서 정답을 만들어놓고
거기에 끼워 맞추기를 강요하는 모습이 네모상자 아파트와 다를 바가 없다는 그 말에 잠시 충격을 받았다.

너무나도 당연하게 생각해왔던 것들이 전복되는 유쾌함을 느꼈다. 그때 이후 나 역시 사회가 맞추어 놓은 틀 안에 나 자신을 또는 나의 주변 사람들을 끼워 맞추고 있지는 않은지 끊임없이 생각한다.

나와 다른 사람들을 일정한 틀에 맞추지 않기...

아이 때 들었던 '착하다'라는 말은 어른이 되며 '사람 좋다'라는 말로 바뀌었다.
나는 어른이 되어서도 작은 상자를 만들어놓고 끊임없이 거기에 맞추어가려고 애쓰면서 살아온 것이다.

그때는 몰랐고 이제는 안다.
어떤 삶이 나를 행복하게 만들어 줄지,
내가 하고 싶은 대로. 생각하는 대로. 마음이 가는 대로.

눈치보지 않고 나를 온전히 표현하며 누리며,
그렇게 살아가기로 했다.
그리고 아이들에게도
세상을 둥글게 살아야 해 라고 말하는 어른이 되고 싶지 않다.

하지만 그렇게 굳게 마음을 먹어도
어느샌가 아이를 둥글게 둥글게 조각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혼자 있을 때는 하고 싶은 대로 마음 가는 대로 자신만의 색을 마음껏 펼치며 행동했던 딸아이가 동생이 생긴 뒤로 부쩍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여전히 하고 싶은 대로 할 때도 있지만
엄마를 기분 좋게 하기 위해 심부름도 하고
때로는 넘어져도 울지 않고 참으려고 애쓰고
동생이 모두 망가뜨려도 얼굴은 잔뜩 화가 나있지만 참을 때도 있다. 자꾸만 엄마의 기분에 맞추어 자신을 꾸역꾸역 구겨 넣기 시작했다.

고민스러웠다.

그러던 중 김은재 작가의 유튜브를 통해  '착한 아이 사탕이'라는 책을 알게 되었고 바로 사서 아이에게 보여주었는데 아이가 읽더니 울컥하는 게 보였다.


늘 착한 아이로 행동하기 위해 마음의 그림자를 무시하던 사 탕이가 결국에는 자신의 마음의 소리를 듣고 생각대로 하고 싶은 대로 행동하며 행복한 아이가 된다는 내용이다.

책을 덮은 뒤 아이가 나에게 묻는다
''엄마 나도 사탕이처럼 행동해도 돼?''
나는 웃으면서 ''그럼~ 마음을 애써 숨기지 말고 하고 싶은 대로 마음을 표현해~''라고 말했다.

그제서야 딸아이가 활짝 웃는다.
5살 아이의 웃음이었다.

세상은 둥그니깐 우리의 모든 것을 품어줄 것이다.

다른 사람에게 해가 되는 행동이 아니라면
마음껏 마음의 소리에 귀 기울이며
마음 가는 대로 그렇게 살았으면 좋겠다.

나도. 우리 아이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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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웅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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