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바다라도 같은 바다가 아니야
올해 아침 바다 수영 2일 차의 일기입니다.
(* 제주에 사는 저희 가족은 작년 여름부터 아침 7~8시쯤 집 근처 바다에 나가 한두 시간 수영을 하고 돌아오고 있어요. 그것도 운전을 담당하는 아빠가 쉴 수 있는 학교 방학 때에만 맞춰서 가능하지만요.)
오전 7시 30분쯤, 바다에 도착했습니다.
물에 첫 발을 들일 때만 해도 이상함을 느끼지 못했습니다. 어제의 바다만큼 파도가 거세고, 수심은 위험할 정도로 깊어졌다는 것 정도. 그래도 바닷속 물의 뿌연 정도는 어제보다 나아져서, 조금만 깊은 곳으로 나아가 수영하면 바다 밑 모래 바닥이 선명히 보여서 안도감마저 들었습니다.
하지만 이상하리만큼 파도가 거세어 수영하기가 어려웠습니다. 그냥 파도가 높은 게 다가 아니라, 미묘하게 낯선 느낌으로 저를 밀어내는 느낌이었습니다. 수영을 방해하는 바다라는 건 말이 되지 않았습니다. 조금만 가도 중간중간 지쳐서 멈추었어요.
이런 바다가 있기 때문에 수영을 잘하는 사람도 바다에서 지쳐 익수사고가 일어나는 거구나, 심지어 나는 수영 상급자도 아니니 이제는 이런 일도 잘 알고 조심해야겠다 싶었습니다. 거듭 호흡을 가다듬어 안전선 안, 깊은 수심의 깨끗한 시야를 확보하며 수영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곳 깊은 지점의 물속에서 문득 기름 냄새가 확 풍겼습니다.
서둘러 중간 얕은 지점으로 나와오니 날벌레들이 떼로 죽어 둥둥 떠다니고 있었어요. 처음에는 한 두 마리일거라 생각했는데 집단으로 죽은 벌레들이 흩뿌려진 것처럼 떠내려오고 있었어요. 그리고 물이 이상하게 갑자기 차가워져 동반한 가족을 재촉해 얼른 바다에서 나왔어요. 이런 바다는 처음 만났습니다.
'바다의 기운이 이상하다'고 느꼈습니다. 가슴 깊은 곳이 무서움으로 떨렸습니다.
물론 짙은 바다향에서 작년의 좋은 향수감도 찾아오고, 거센 바다일수록 나를 더 세게 안전한 곳으로 밀어준다는 것도 깨달았지만, 올해 여름을 또 강타한 육지의 물난리가 제주 바다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만 같은 저만의 생각입니다.
제가 좋아하던 우리 집 근처 바다의 맑고 투명한 얼굴을 올해 여름 다시 만날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겠습니다.
07:30 - 08:50 AM 바다 수영 2일 차 종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