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의 아침 바다 수영, 일 년만에 다시 만난 계절

올해도 매일 해나가고 싶은 일곱 번째 노력

by 수우수


일 년만에 아침 바다 수영을 하고 왔습니다. 작년, 맑고 투명한 바다에서 새벽을 시작하고 아침 햇살을 듬뿍 받아먹은 힘이, 그 기억이 일 년을 살아오고 있었어요. 그 이야기는 제 브런치 첫 번째 이야기로 자세히 전해드려요. 아무튼, 올해에도 그 의식(!)을 이어가겠다 다짐을 하며 겨울도 봄도 기다렸지요.


가족과 함께 가는 수영이고 제 가족은 학교 방학을 기다려야 하는 직장인이라, 학교 방학(=휴가)에 맞춰서 오늘 아침 7시, 바다로 향했습니다.


바다를 향해 가는 두근두근한 길


7시 10분쯤 집에서 출발해 차를 타고 15분, 20분이 걸렸나! 바닷가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입수 준비를 마치니 7시 40분이었습니다.


올해에도 찍는 모래샷




이 밝은 쪽빛, 탁 트인 하늘색이 너무 좋아요. 특히 해가 세지 않은 아침의 바다는 조금 더 옅은 하늘색으로, 미묘하고 독특한 분홍과 보라색이 은은히 섞인 하늘색을 도도하게 펼쳐 놓는답니다! 마주하기만 해도 설레는 풍경이지요. 이 색도 그대로, 바다를 따라 맨발로 걷는 사람들의 모습도 그대로라 무척 반가웠어요.



첨벙, 첨벙, 어푸푸. 음-파, 음-파, 철썩- 철썩-.


일 년만에 입수한 바다는 생각보다 뿌얬습니다. 시야 확보가 안 되었고, 파도도 무척 거세었어요. 어제 짧게 흩날린 소나기 때문일지, 전국적으로 물난리가 나서 제주도 해안에도 영향이 온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예상하고 바라던 바다의 모습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바다는 어떤 모습이든 될 수 있다는 걸 알고 있었고, 오늘의 저는 그런 불편함들이 아주 사소한 것으로 느껴질만큼 마냥 다 좋았습니다.


일 년 내내 톡톡히 덕을 보았던 바다였고, 그토록 기다려왔으니까, 그게 오늘 지금 이 순간이니까 이 자체가 좋고 즐거웠어요. 설상가상으로 보통 사람이 많이 없는 아침 8시에 단체 관광객(?)이 바다에 입수하면서 안전선을 따라 수영을 하는 것이 몹시 어려워지기도 했습니다. 수영을 하다가 둥둥 떠다니다가를 반복했는데, 문득 1년 전의 그 냄새가 났습니다. 바다의 강한 내음과 중간 중간 흩날리는 선크림 냄새, 그 둘을 절묘하게 섞으면 나는 냄새같은 그 향기! 그래서 그 순간에 저도 모르게 작년의 저로 돌아간듯한 감각에 사로잡혔습니다. 그땐 정말 한 치 앞도 몰랐습니다. 제주도 기관에 글과 그림을 기고하고, 청소년 멘토링 등을 하며 용돈 벌이만 하던, 정말 부유하는 시절의 저였는데, 일 년이 지난 지금의 저는 디자인 사업자도 냈고 어엿한 디자이너로 생활하고 있습니다. 알게 모르게 또 성장했구나, 난 살아있는 생명이구나, 싶었어요.


나만의 수영장! 감사히 누리겠습니다.


바다 속을 걸어다니거나 총총 뛰어다니며 발가락을 꼼지락, 모래 바닥 사이에 넣어봤어요. 조금만 파고 들어가면 솨아아 하고 시원해지는 바닷속 모래 바닥. 그 싸한 기운이 신기하게 발과 다리로 퍼져 올라왔는데, 그 감각이 왜인지 따스한 번짐처럼 느껴졌어요. 바다랑 입맞춤을 했구나, 싶었습니다.


수평선을 바라보며 멍- 때리는데 제 눈으로 보고 있으면서도 비현실적으로 아름다웠습니다. 파스텔 톤 물감을 섞은 게 분명한 색감에, 잘 그린 그림 캔버스 한 켠에 들어와 세세하게 작품을 감상하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뻔한 표현이지만요. 그림 같으면서도 인공적인 것이 하나도 없는 자연물이 주는 치유감이 말 그대로 파도처럼 밀려왔습니다. 파도는 계속해서 올 뿐이었습니다. 재고 따지거나 비교하거나 낙심하지도 않고 그저 묵묵히 계속 오고, 가고, 다시 올 뿐입니다. 바다는 그저 나아갈 뿐입니다.


틈이 나면 다시 수영을 시작했습니다. 바다를 감싼 안전선 끝과 끝을 오가기 위해선 음-파를 40번씩, 두 번 반복해야 합니다. 어쩔 땐 38번이고, 어쩔 땐 50번이기도 했습니다. 오늘은 세 번, 끝과 끝을 오가며 자유형을 했습니다. 어제 밤에 달리기를 하고 잔 것도 있고, 오랜만에 숨차게 수영을 하고나니 배가 뻐근해졌습니다. 내 몸의 근육의 존재를 느끼는 일은 고통스럽지만 기분이 좋은 변태 같은 감각.





오늘의 바다 수영을 마치고, 다시 확실하고 단단한 행복이 시작되었습니다. 작년의 제가 매일 아침 바다 수영을 하며 외쳤던 것이 단순한 수영, 운동이나 물놀이가 아닌, '아침에 바다에서 영혼을 깨끗이, 새롭게 하는 <라이프 스타일>'에 관한 것이었다는 것도 깨달았습니다.


여러분, 바다는 놀기에도 좋지만, 살기에 더더욱 좋습니다.


여름에는 1일 1 바다 수영하세요.



바다로 인해 탈진하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