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은 나의 힘, 제주에서의 다섯 번째 이야기.
브런치에 쓰고 싶은 글이 무엇인지 돌아보았습니다. 브런치 스토리뿐만 아니라 저 바깥세상에는 이미 수많은 사람들의 글과 말이 넘쳐나고 있습니다. 쏟아지는 폭포 같은 정보의 홍수에 구태여 혼란을 더하는 것은 아닐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글을 쓰려는 이유는 뭘까.
저만이 알고 있는 은밀한 즐거움, 행복의 비결을 알리고 싶었습니다. 그것은 '라이프 스타일'이라고도 불리는 삶의 방식인 것 같습니다. 내가 선택하고 유지하며 살아가는 삶, 그냥 나의 삶. "이렇게 생각하고 살아가는 사람도 있어요!"라고 보여주고 싶습니다.
저는 조금 유별난 사람인 듯합니다. 빌딩숲 서울보다 한적한 섬이 더 좋은 젊은이, 많은 돈보다 내가 쓸 만큼만 벌면서 살고 싶은 20대, 벌써부터 꽃이 예뻐 보이고 친구를 사귀는 일보다 혼자 하늘 보며 걷는 시간에 대체로 더 든든한 사람이니까요. 살아가는 일이 너무 힘든 시대라고 하는데, 물론 힘이 들 때도 있지만요, 저는 너무 행복하거든요. 이 삶의 재미를 소소하게나마 이곳에 소리쳐 외치고 있다 보면, 누군가는 희망을 엿보고 조금이나마 단 꿈을 꿀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저 같은 당신이, 나 같은 행복이 세상에 한 명 더 늘어나지 않을까 하는 기대입니다.
저의 행복의 뿌리는, 고통을 멋진 마음으로 재탄생시키는 회복탄력성은 자연에서 나옵니다. 그 자연은 광활한 숲이나, 드넓은 바다가 아니어도 괜찮습니다. 그리 멀리 있지 않고 가까운 곳에 있습니다. 깨끗한 공기를 폐 한가득 들이쉴 때 덩달아 투명해지는 머릿속, 단 한 번의 바람이 내 머리카락을 마구 헝클일 때 나오는 웃음, 매일 미묘하게 다른 햇빛의 조도와 온기, 빛깔에 눈꺼풀을 태닝 하며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시작하는 하루, 길가에 스치는 꽃들의 모양과 색에 마음을 빼앗기고 찬사를 보낼 때, 한 그루 나무를 올려다보며 눈물을 꾹 참고 깨달음의 한 문장을 듣고 비워내고 새로 채우는 마음이 곧 삶의 행복이자 자유, 그리고 살아감의 의미를 선물해 줍니다.
그러니까 행복은 우리 집 바로 앞에 있습니다. 그 거리를 걸을 수만 있다면, 좋은 공기와 햇볕, 바람을 느낄 수만 있다면, 나무를 만날 수만 있다면, 저는 매일 행복을 경험해요. 아픔과 죽음이 있는 세상은 저에게 고통을 시시때때로 선물할 수 있지만, 제가 누리는 작은 즐거움과 행복까지 빼앗지는 못합니다. 나의 일상의 작은 자연이 건재하는 한 그 어떤 슬픔과 상처도 치유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그래서 저는 앞으로 더 심층적으로, 전문적으로 괴로워질 미래가 두렵지 않습니다. 저에겐 나무가 있고, 공기를 마실 코와 폐가 있고, 이 모든 것을 아름답게 바라볼 수 있는 반짝이는 눈과 그것을 기억 정보와 행복 호르몬으로 처리하는 멋진 뇌가 있으니까요.
돈과 친구, 심지어 가족마저도... 있으면 너무 좋고, 너무 감사하고, 행운처럼 느껴지는 선물이지만, 사실 없어도 행복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와 같은 어떤 독특한 사람에게, 행복하기 위해 꼭 있어야 하는 것은 바로 단 하나 자연입니다. 그렇다면 제가 보는 오색찬란하고 광채가 나서 환상처럼 눈부신 세상의 넘쳐나는 아름다움을, 작은 반지 상자에 꾹 눌러 담아 나눠보려 해요. 조금이나마 저의 세계를 훔쳐보고 한 번쯤은 따라 해보셔도 좋을 겁니다.
- 각자의 일상 속에서 실천하기 워크숍 -
1. 오늘의 바람, 공기 냄새를 맡아봐요. 어떤 향이 났고 숨을 들이쉴 때 마음에 어떤 감정이 들이차는지 기록해요.
(주의: 미세먼지 많은 도시는 삼갈 것. 어떤 공기를 맡고 싶은지 기록해 볼 것.)
2. 하늘을 봐요! 이곳에 건물들이 모두 사라지고, 태초의 땅과 하늘은 얼마나 넓었을지 상상해 볼까요. 그 하늘이 지금 여기에 있어요. 하늘을 날아다니는 기분으로 거리를 누벼도 좋아요.
(도움 질문: 오늘의 하늘은 어떤 빛깔과 색을 지니고 있나요? 바람의 세기는 어떠한가요? 오늘의 하늘이 얼마나 흡족한지 수치와 이유로 기록해 볼 것.)
3. 길가의 나무들을 찬찬히 살피면서 걸어요. 눈에 들어오는 나무를 기억하고, 사진이나 그림으로 남기면 좋아요. 그 나무는 나에게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 같은지 느껴보아요.
- 나무가 어떤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면, 그 나무가 당신보다 더 오래된 생명체일 수 있다는 것과 그 오랜 세월과 역사를 묵묵히 목격하며 살아내었다는 걸 기억해요.
- 나무는 어떻게, 왜 이 도시를 지키는 수호신으로 굳세게 버티고 서있는 걸까요?
나무 앞에 서서 나무를 올려다보며 이 나무는 어떤 말을 하며 살아가는 생인지 궁금해하다 보면, 나무가 어떤 말을 마음속에 건네줄 거예요. 도시에는 지치고 기력이 없어 죽어 가는 나무들도 많아요. 힘센 기운이 느껴지는 나무를 발견할 때까지 멀리멀리 걸어가 보는 것도 도움이 될 거예요!
4. 시멘트 사이 초록 풀잎과 색색 꽃들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색의 대비에 눈을 기울여요. 그 꽃들과 눈인사를 나눠요. 바람에 흔들리며 손 흔드는 꽃들이 얼마나 예쁘고 귀여운지 한 번 깨달으면 살아있는 모든 것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을 거예요.
5. 이렇게 근사한 산책을 마치고 돌아와, 내 마음에 남아있는 것이 무엇인지 꼼꼼히 살피고 분해해 기록해요. 매일의 바람과 하늘을 구경하고 싶지 않나요? 오늘의 나무는 나에게 어떤 말을 남겼나요? 내일은 어떤 나무와 깨달음을 만나게 될까요. 나무를 닮아 바르고 크게, 꽃을 닮아 귀엽고 조그맣게 살아가고 싶어지지 않나요? 세상은 얼마나 넓고 얼마나 단순한가요. 말하는 입 없어도 해야 할 말을 조곤조곤 다하는 식물은 얼마나 미덥고 사랑스러운가요, 다른 생을 죽이거나 앞서지 않고도 장성하여 다른 이를 쉬게 하고 살게 하는 나무는 우리에게 무엇을 의미하나요.
우리에겐 매일 다른 행복이 기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