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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루 Jun 21. 2019

내가 가는 이 길이 내 길이 맞는지

티브 이야기

무언가 더 나은 답을 찾고 싶은 사람은 세상을 향해 던지고 있는 질문부터 점검해야 한다
- 『프레임』, 최인철  


바쁜 일상, 정신없는 날들의 반복이 지칠 때쯤 오랜만에 시간이 맞아 서울에서 고향으로 잠시 내려갈 수 있게 되었다. 고속버스를 타고 멍하니 창문을 바라보며 가던 중에 로드킬을 당한 동물을 보았다. 분명 생태통로가 근처에 있을 것임에도 불구하고, 생태통로 대신 위험한 도로를 건너다 사고를 당한 것이다.


 생각해보면 고향에 살던 학창 시절엔 도롱뇽이나 개구리의 번식철이 되면 자동차에 깔려 죽은 개구리와 도롱뇽을 매일 보았던 것 같다. 이런 동물들이 안전하게 자동차를 피할 수 있는 방법이 생태통로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통로를 이용하지 않는 동물들이 있는 이유가 궁금해져 알아보았다.


생태통로 예시  (해당 사진은 위의 경험과 관련이 없다.) © 에이


사람의 이동수단에 있어서 역사적인 한 획을 그은 자동차의 발명 이후로 수많은 자동차 도로가 생겼다. 인간이 더 빠른 길을 원하고, 기술이 발전하며 전국 각지를 돌아다니는데 걸리는 시간은 점점 더 단축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의 이동이 편리해진 만큼 야생동물의 이동은 불가능 해졌다. 너구리에게 낮이고 밤이고 끊임없이 빠른 속도로 달려오는 자동차를 피해서 8차선 도로를 무사히 건너갈 방법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 일 것이다. 이러한 문제로 인해 생태 통로의 필요성이 제기된 이후 우리나라에 많은 생태통로가 건설되었다. 차를 타고 도로를 달리다 보면 이런 생태통로를 종종 만날 수 있다.


고속도로를 가다 마주한 생태통로 © 에이


생태통로는 고속도로와 같이 서식지가 단절되어 야생동물들이 이동하기 힘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인위적으로 조성한 길이다. 쉽게 말해, 야생동물들의 이동을 위해 만든 통로인 셈이다. 생태통로는 로드킬 저감 방법 중 하나로, 동물들이 지나다니던 길에 인위적으로 도로를 내었을 때, 그 길을 또 지나가려다가 생기는 로드킬을 방지하기 위하여 그 길 위에 설치해 놓은 통로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그렇지만 요즈음, 건설된 생태통로의 야생동물이 이용 현황과 주변 도로의 로드킬 등의 모니터링이 실시되면서 과연 생태통로가 올바르게 만들어진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오고 있다.


몇몇의 경우는 통로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형식적으로만 지어졌다는 지적을 받기도 하고, 야생동물을 위한 통로임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함께 다닐 수 있는 길로 만든다거나 주변 생태계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부분이 문제가 되고 있다.


 실제로, 국내 최대 생태통로인 ‘징매이고개 생태통로’ 역시 이러한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2015년 논문에 따르면, 생태통로에 차량 소음과 빛이 제대로 차단되지 않고, 외래 식물들이 번성하고, 사람이 지나다니거나 유기 고양이가 서식하는 등 많은 문제점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생태통로의 문제점 때문일까?


생태 통로가 있음에도 로드킬은 여전히 큰 문제가 되고 있다. 로드킬은 야생동물에게도 문제가 되지만 교통사고를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줄이기 위한 노력이 많이 필요하다. 교통사고를 당한 사람이나 이것을 발견한 사람에게 정신 혹은 신체적으로 안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로드킬의 주범은 누구일까? 아마 고라니를 많이 떠올릴 것이다. 교통사고의 주범, 농작물 피해 주범 취급을 받는 이 애물단지 취급을 받는 고라니는 놀랍게도 국제적인 멸종위기종이다. 고라니는 사슴과 에 속하는 동물로 전 세계적으로 한국과 중국 중동부 등 일부에만 서식하고 있다. 고라니는 세계 자연보전 연맹인 IUCN이 만든 멸종위기 생물 리스트인 red list에서 취약 등급에 해당한다. 전 세계적으로는 개체수가 적어서 보호받아야 할 종으로 지정되어 있는데 우리나라에만 50~60만 마리의 개체가 서식해서 너무 많다고 느껴지고 유해동물로 지정된 상황이 참 아이러니하다.

고라니 © 에이

 자, 그럼 고라니로 우리나라 로드킬의 현상황을 살펴보도록 하자. 고라니의 경우 2009년부터 2017년까지 조사된 로드킬 관련 자료에 따르면 국도 내에서 가장 많이 로드킬을 당한 동물인데, 고라니의 경우 크기도 커서 교통사고를 유발할 수 있다는 문제점도 있어서 로드킬을 줄이기 위한 노력이 많이 필요할 것 같다. 국립공원에서도 2006년부터 2015년까지 모니터링한 결과 124건의 고라니 로드킬이 발생했다. 놀랍게도 모니터링 결과 국립공원에서 10년간 발생한 로드킬 횟수는 무려 6345건이다. 1년이 365일이니까, 하루에 대략 2마리의 야생 동물이 국립공원에서 자동차에 의해 죽어가고 있는 것이다. 생태통로의 제대로 된 운영이 더욱 절실해지는 시점이다.


© 티브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생태통로들은 모두 무용지물인 것일까?


최근 환경부의 발표자료를 보면, 생태통로를 이용하는 야생동물의 수가 2014년도 대비 2018년도에 2.5배나 증가하였다고 한다. 고라니, 멧돼지, 노루, 다람쥐, 곤줄박이, 꿩 같이 흔하게 보이는 동물 이외에도 반달가슴곰, 산양, 수달, 담비, 삵의 이용도 관찰이 되었다고 하여 긍정적인 효과도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또한, 생태통로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 많은 생태학자들이 생태통로를 개선하기 위한 방안에 대한 연구를 계속해서 실시하고 있다. 개선 방안으로는 생태통로 내부의 생태계 교란을 막기 위해 주변 환경과 맞는 식물을 심는다던가, 동물들이 생태통로를 잘 인지할 수 있도록 유도펜스를 제대로 설치하는 등의 방안이 있다.



생태통로는 아직 만들어지고 있는 구간도 있고, 전반적인 우리나라의 전 지역에 걸친 동물 상 조사가 이루어지고 이 자료들이 축적되어 많은 데이터들이 모아져야 어떤 의미가 있는지 올바르게 지어졌는지 평가할 수 있다. 당장의 로드킬을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 생태통로라는 방법을 사용하고 있지만, 더 좋은 방법이 있을지, 생태통로라는 방안을 좀 더 구체화시키고 개발할 필요성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좀 더 많은 자료와 연구들이 필요할 것 같다. 또한, 이러한 연구에 앞서 지자체와 도로공사 등 생태 통로 관리 기관이 다원화되어 있어서 전문성이 결여되고 생태 통로에 대한 기준도 제각각이라는 문제점부터 해결되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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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이화여대 에코 크리에이티브 협동과정 대학원 브릿지 과목인 <에코크리에이티브> 수업의 최종 과제물임을 밝힙니다."



<출처>

네이버 지식 백과

김진경, 2015., 인천시 소재 생태통로의 생태현황과 개선방안, 인하대학교 교육대학원

이민지, 2016., 양서류의 효과적인 이동을 위한 생태통로 설계 기법 연구, 중앙대학교 대학원

 http://news.jtbc.joins.com/article/article.aspx?news_id=NB11802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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