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예매해 두었던 영화가 개봉하는 날.
꽤 피곤한 하루를 보낸 터라 예매를 취소할까 망설이다 결국 계획대로 퇴근 후 영화를 보러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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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은 흥미로웠다. 하지만 중간 즈음에 이르러 본격적으로 밀려드는 후회.
대체 왜 이런 내용을 굳이 넣었을까,
러닝 타임을 늘리기 위한 걸까, 란 생각이 들 만큼 장면의 필요성이 의심되던 화면 앞에서 연신 졸린 눈을 비벼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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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흘러 흘러 이윽고 후반부로 접어들었고, 중반부에서 내가 감독의 저의를 의심하던 장면들은 결론을 향해 각자 모여들었다. 그리고 시퀀스의 퍼즐이 모두 맞춰지며 뻔하지만 기분 좋은 해피엔딩으로 완벽한 마무리!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가고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나는 영화를 보는 동안 와 있던 친구의 문자에 이렇게 답장을 보냈다.
“이 영화 너무 좋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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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인생도 그렇지 않을까 생각한다.
지금 재미없고,
왜 이런 장면이 있나 싶은 순간들이
나의 해피 엔딩을 위해 꼭 필요한 장면인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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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자 키르케고르는 인생은 지나간 후에야 안다고 말했다.
내가 먼 훗날에 이르러 현재의 이 순간을 돌아본다면,
지금은 그저 결론으로 향하는 과정일 뿐이다.
그러니 바라건대 너무 초조해하지 말길.
현재가 곧 미래라 섣불리 단정짓지 말길.
그리고 지금의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얼마든지 바꿀 수 있다.
영화처럼 결론을 아름답게 정할 수는 없겠지만, 어쨌든 내 인생의 감독은 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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