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여행에서는 치앙마이를 깊이 경험하고 싶다는 마음에
한국인 사장님께서 운영하는 숙소인 림위앙호텔을 예약할까 꽤 머뭇거렸는데,
처음 혼자 가는 여행의 불안한 마음이
한국인 사장님의 숙소에서 조금이나마 잠재워지지 않을까 싶어
초반 이틀만 지내보기로 하고 예약을 했다.
(그리고 이 결정은 나의 이번 여행에서 가장 잘한 일 중 하나가 된다.)
치앙마이 올드타운에 위치해서 접근성도 좋고,
무엇보다 호텔 사이트와 구글맵 모두에서 평점이 굉장히 높아
한국인으로서 뭔가 뿌듯한 마음마저 들었던 림위앙 호텔.
처음 이 숙소를 찾아 왔을 때 골목 어귀에서 숙소에 머무는 외국인 커플을 만났는데,
림위앙호텔 찾아왔냐며, 여기라고 알려주는 그들의 친절함에서부터 체크아웃을 하는 순간까지
림위앙 호텔에서의 이틀은 온통 따스함으로 채워졌다.
숙소를 예약할 때는 구글맵이나 호텔예약 사이트에 올라온 리뷰를 모두 읽고 결정하는 편인데,
다른 건 몰라도 베드버그가 없는지는 꼼꼼하게 확인 후 예약을 했다.
림위앙 호텔은 베드버그는 물론이고 호텔 자체가 굉장히 깔끔하고 아름답다는 평이 많아서,
여행 초반에 묵으면 마음 진정에 좋을 듯 하여 결정한 숙박.
예상대로 호텔은 무척이나 깔끔했고, 방 크기도 꽤 넓었다.
전날 잠만 자기 위해 예약한 호스텔 방엔 거울이 없었고, 욕실도 공용으로 썼어서 더욱 그랬겠지만,
이 넓은 방과 넓고 푹신한 침대, 커다란 화장대와 간이 화장대, 그리고 아름다운 욕조까지 있다니 !
홀로 아픈 허리를 부여잡고 치앙마이로 날아온 하루가 보상이 되는 기분이었다.
호텔에 체크인을 하고 샤워 후 일단 침대에 누웠다.
전날 비행으로 무리하고 하루종일 비를 맞으며 다녀서 그런지 몸이 축 쳐지길래,
애초 계획한 야시장은 내일로 미루고 쉬기로 했다.
누워서 쉬다가 근처 편의점에서 간단하게 저녁거리를 사고 돌아와서 텔레비전을 켰는데,
KBS가 나오는 게 아닌가 !
낯설어서 더욱 경직되던 몸의 긴장이 일순간 풀어졌다.
깨끗하고 푹신한 침대에서 한국어를 들으며 하루 동안 쌓인 피로를 녹였다.
다음날.
격자 무늬 창으로 보이는 초록색으로 하루를 시작하니
아침부터 상쾌한 눈과 마음.
말 그대로 눈을 뜨자마자 치앙마이라는 게 느껴졌다.
그리고 림위앙 호텔을 정말 집처럼 편하게 느낄 수 있었던 건,
다름아닌 바로 조식이었다.
조식이 왜? 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나는 한국에서 한식도 잘 안 먹고, 특히 아침은 더욱 안 먹고,
심지어 여행에서는 현지 가게를 가야지 왜 호텔 조식을 먹냐며 말해오던 나였기 때문에
호텔 조식에서 감동을 했다는 건 꽤나 이례적이고 내게는 의미있는 일이었다.
하지만 림위앙 호텔에서는 꼭 조식을 먹어야 한다.
왜냐하면 낯선 음식이 입에 맞지 않을 분들,
혹은 오랜 타지 생활로 한국 음식이 그리울 분들을 위해 한식 메뉴가 준비되어 있고,
나처럼 현지 음식에 호기심이 많은 사람들을 위한 타이식, 치앙마이식,
그리고 아메리칸 브런치 등 다양한 메뉴를 준비해두시기 때문.
이런 훌륭하고 사려깊은 메뉴들 말고도
이곳에서 조식을 먹어야 하는 이유가 있는데,
바로 조식 때마다 사장님을 뵐 수 있기 때문이다.
치앙마이에 온 지 이틀 동안 거의 묵언수행을 하던 나는
한국어로 인사해주시는 사장님을 뵈니 너무나도 반가웠고
감사히도 이야기를 나누며 친해질 수 있는 기회가 있었는데,
치앙마이 현지 정보나 역사, 팁을 알려주셔서 여행의 시작을 요밀조밀하게 채우며
여행의 전반은 풍성하게 부풀릴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여행의 시작에서 사장님을 만날 수 있었던 건 너무나도 커다란 행운이었다.
우기 시즌에 갔지만 하루 4만원 정도로 저렴한 가격에 믿기지 않는 퀄리티와 조식, 위치,
그리고 호텔 로비엔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영어 가능한 직원이 상주하고,
스낵들과 각종 차, 커피들도 상주하고 있다.
(덕분에 첫날 저녁엔 소중한 나의 안주가 추가되었고,
둘째날엔 호텔로비를 나서며 당을 충전할 수 있었다.)
다시 치앙마이를 가게 된다면 사장님을 위한 한국 음식을 가져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
이 호텔에서 일하며 치앙마이에 살고 싶다는 생각마저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