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앙마이로 떠나자고 결심했을 때
가장 기대한 것 중 하나는 바로 커피였다.
도이창 원두 등 태국 북부 지역은 커피 생산지로 유명하기 때문에, 치앙마이는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겐 여행지에 대한 만족도가 기본적으로 어느 정도는 충족이 될 수 있는 곳이다.
걷다 무작정 마음에 드는 곳에 들어가 보기도 하고,
구글맵 지도를 켜서 리뷰를 읽으며 찾아보기도 하고,
현지인 추천을 받으면서 경험한
태어난 이래 마셔본 가장 맛있는 라떼까지.
치앙마이 올드타운에서 다녀온 카페들을 소개해보고자 한다.
가장 먼저 다녀온 곳은 호텔 근처에 있는
너무나도 유명한 카페 Fern Forest Farm.
판타지 세상으로 들어온 듯한 숲 속 정원과
아름다운 별장 카페인 Fern Forest Farm은
예쁜 드레스를 입고 와 내가 요정이야, 라고 사진 찍기에는 좋았지만,
명성에 비해 맛이 특별하지는 않아 아쉬웠다.
케이크에 대한 리뷰가 좋길래 여유롭게 케이크도 한 조각 먹어보고 싶었지만,
30분 동안 모기를 29군데 물리는 바람에 모기에게 쫓기듯 나온 곳.
뜻밖의 빠른 회전율을 자랑하는 카페였다.
(이후에 알았는데, 모기기피제를 달라고 하면 주신다고 합니다)
�54, 1 Singharat Rd, Si Phum, Mueang Chiang Mai District, Chiang Mai 50200 태국
두 번째는 한국에서부터 가고 싶었던 '바트커피'였지만,
찾아가보니 최근에 Cafe de Chill in CNX로 바뀌어 있었다.
사장님께서 취미로 그리신다는 그림이 곳곳에 걸려 있었던 카페. 취미라고 하기엔 너무나도 훌륭한 작품들이었다.
그림을 찬찬히 훑어보고 있으니, 카페에 오신 사장님의 어머니께서도 “우리 딸이 그린 거야~"라며 서툰 영어였지만 자랑스럽게 말씀하셨다.
그리고 딸의 그림을 좋아하는 한국에서 온 관광객이 예뻐 보였는지 "사진 찍어줄까?" 여쭤보시며, 따님이 정성스레 꾸며둔 카페 곳곳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어주셨다. 정말이지 너무나도 사랑스러웠던 모녀.
이렇게 친해진 사장님과 사장님의 어머님과 꽤 많은 대화를 나눴는데, 세상에 이럴 수가.
어머님께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한국 배우, 공유의 팬이셨다 !
그냥 드라마에서 봤어~ 정도가 아니라 얼마나 진정한 팬이셨냐면,
공유 님을 너무 좋아하셔서 한국을 방문하셨었고
그 여행의 루트는 철저히 배우 공유 님의 발자취였다.
모교인 경희대학교를 찾아가고, 일부러 부산행 열차를 타고 부산으로 가셨다는 말씀을 듣고 있자니,
처음 공유 님 팬이라는 말씀을 들었을 땐
"어머님 제 사랑의 라이벌이시군요 !"라며 너스레를 떨었지만,
대화를 하면서 나는 그녀들의 사랑 발치에도 못 미치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그렇게 한참을 함께 웃으며 나눈 한국에 대한 이야기.
어머님의 말을 영어로 통역해주시면서 한국인을 좋아한다며 웃으시던 사장님과
수줍게 휴대폰을 꺼내어 공유 님의 사진으로 가득찬 갤러리를 보여주시는 어머님 덕분에,
한없이 관광지이자 낯선 곳이었던 치앙마이에 온 지 이틀만에
조금은 친숙함을 느낄 수 있게 되었다.
이곳에서 나는 치앙마이 곳곳에서 보인 Fried Icecream을 먹어 봤는데,
바삭한 빵 속에 아이스크림을 꽉 채워 튀겨낸 디저트였다.
생각보다 빵이 눅눅하지 않고 바삭해서 맛있었던 메뉴.
웰컴티에 서비스 바나나 머핀까지 받아서,
몸도 마음도 무척이나 풍족해진 카페였다.
�28 Moon Muang Rd Lane 6, Si Phum, Mueang Chiang Mai District, Chiang Mai 50200 태국
모든 여행지가 그렇겠지만,
나라별로 유명하다고 소문난 카페나 맛집, 여행지들이 있기 마련이다.
평소 취미가 네*버맵과 구*맵 구경하기인데,
TWENTY MAR는 바로 한국인에게 사랑받는 올드타운 카페였다.
성수동에서 볼 수 있을 듯한 분위기에
인생 라떼를 마셨다는 후기가 꽤 많아서 굉장히 기대를 하고 갔지만,
개인적으로 크게 인상깊지 않은 맛이었던 라떼.
아이스를 시킨 게 잘못이었을까.
따뜻한 라떼를 먹었어야 했던 걸까, 싶지만
성수동에서 극찬하며 먹었던 아이스 라떼 맛을 생각하며
아쉬운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Three Kings Monument, 216 Pra Pok Klao Rd Soi 1, Tambon Si Phum, Mueang Chiang Mai District, Chiang Mai 50200 태국
전날 창뚜악 야시장으로 걸어가다가 발견한 Persimmon Cafe.
치앙마이는 한국보다 2시간이 느리기 때문에 일찍 문을 여는 카페조차도 한국에서 나의 카페인 타임을 훌쩍 넘길 때가 많다.
그래서 이번에도 오픈런으로 도착.
외부에서 볼 때는 아늑한 테라스 자리가 예뻐서 들러보고 싶다 생각했는데,
내부가 훨씬 마음에 들었던 카페였다.
직원분께 추천받아 마시게 된 아몬드커피는,
에스프레소가 들어간다고 했지만 아몬드라떼 특유의 밍밍함 때문에
콜드브루에 아몬드 우유를 섞은 맛이었다.
카페에 올 때 아침부터 꽤 더웠던 터라 나시에 하늘하늘한 치마를 입고 나왔는데,
유튜브 때문에 찍은 영상을 확인하다 보니 한국에서는 잘 입지 않던 의상이라 스스로 영상을 보면서도 낯선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그런 마음 뒤로 고개를 쑥 내미는 나의 진짜 마음은,
아무도 나를 신경쓰지 않고, 나도 아무도 신경쓰지 않고,
내가 입고 싶은 대로 마음껏 입을 수 있는 게 너무나도 편하다는 것이었다.
나는 이번 치앙마이 여행에서,
내가 더우면 그저 시원함만을 목적으로 옷을 입을 수 있다는 게 정말 너무나도 좋았다.
그냥 입으면 되지, 뭐가 그렇게 특별한 일이냐 싶겠지만,
누군가 내게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이냐, 물어본다면 나는 늘 '자유로움'이라고 답한다.
(물론 타인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선에서)
작은 지방 도시, 그리고 그속에서도 노년층의 비율이 높은 작은 마을에서 살았던 나는, 옷 하나를 입을 때조차 내가 입고 싶은 게 아니라 타인의 시선을 먼저 생각하며 입어야 했다.
이렇게 옷을 입는 것처럼 매일매일 해야 하는 일과들에서 자유롭지 못했던 나는,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는 ‘자유’라고 생각하며 살게 되었고.
그래서 '옷'이라는 카테고리만 두고도 서울에서의 나는 좀 더 행복했고, 홍대에서 살 때 인생의 만족도가 가장 높았었다.
Persimmon Cafe에 앉아 이런 생각들을 하며 내가 인생에서 무엇을 중요하게 여기는가,
나의 행복의 결정적 요소가 무엇인가에 대해 다시 한 번 상기하며 오전 시간을 보냈다.
�94 Singharat Rd, Tambon Si Phum, Mueang Chiang Mai District, Chiang Mai 50200 태국
림위앙호텔에 머물 당시 사장님께서 여러 현지 정보나 맛집을 알려주셨는데,
커피를 좋아한다면 한번 마셔보라며 추천해주셨던 Pran Cafe.
현지인 커피 맛집이라니 !
커피 맛에 대한 기대로 심장이 뛰었다.
치앙마이에는 숙소와 카페를 겸하는 곳이 많은데,
Pran Cafe도 숙소를 겸하고 있었다.
내부가 너무 예쁘다며 감탄하면서 사장님께서 추천해주신 라떼를 시켜 보았는데,
Pran Cafe의 라떼는 치앙마이에서,
아니 내 34년 인생에서 마셔본 커피를 통틀어 가장 맛있었다 !!!
완벽한 스팀과 완벽한 우유 양,
그리고 태국 원두와 에티오피아 원두를 블렌딩하여 직접 로스팅한 완벽한 원두까지.
정말이지 1%도 부족할 게 없었던 완벽 그 자체의 라떼.
이후에도 여러 카페를 다니고 커피를 마셨지만,
Pran Cafe에서의 맛을 잊을 수가 없어서 마지막날 원두를 사러 일부러 올드타운을 찾을 정도였다.
커피를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꼭 다녀와보길 두 손 들고 추천하는 바이다.
Tip) 작은 컵+에스프레소 2샷+우유는 조금+핫으로 꼭 드셔보시길 추천한다.
�3ข 2 ซอย Tambon Si Phum, Mueang Chiang Mai District, Chiang Mai 50200 태국
타패게이트에 숙소를 잡고 나이트바자에 갔다가 홍수 재해를 겪은 다음날,
놀란 마음을 진정시키고자 잠시 올드 치앙마이로 들어왔다.
그래도 이틀 동안 먼저 머문 곳이라고 고향 같기도 하고, 비가 많이 와서 문을 닫은 곳이 많았던 타패 지역과는 달리 지대가 높기 때문에 영업하는 곳이 많을 거라 생각했는데, 역시 올드타운 대부분의 가게가 영업 중이었다.
커피를 마신 후엔 타패에 있는 숙소 체크아웃을 하고 빠이에 가야할 일정이라,
멀리 가지는 못하고 타패게이트 바로 앞에 위치한 올드타운의 싱글오리진스토어를 찾았다.
타이에서 상을 받은 농장의 원두라니 얼마나 맛있을까 기대되었고,
구글 리뷰를 읽어 보니 타이에스프레소가 맛있다고 했다.
그러나 이번에도 평범하다 느껴졌던 맛...
밀크초코라떼 맛인데, 이름이 왜 '타이 에스프레소'였을까?
(심지어 함께 받은 노트를 보니,
타이+라오스+브라질+콜롬비아가 블렌딩 된 원두라
싱글오리진도 아니었다 !)
�65 Mun Mueang Rd, Tambon Si Phum, Mueang Chiang Mai District, Chiang Mai 50200 태국
마지막은 캄빌리지 라는 전시 공간 내 위치한 카페.
원두가 꽤 신선하고 맛있었지만 일부러 커피만 마시러 가기 보다는 시간을 여유로이 두고 전시회도 구경하고, 소품샵도 구경하면서 캄 빌리지를 들러보길 추천한다.
�14 Phra Pok Klao Rd Soi 4, Phra Sing, Mueang Chiang Mai District, Chiang Mai 50200 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