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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eemondo Oct 15. 2024

하늘이 거부한 타패행 ep.1

100년 만의 홍수 재난


이번 여행의 진짜 목적지는 치앙마이 북부지역에 위치한 메홍손의 빠이였다.

배낭여행자들의 무덤, 혹은 빠토피아(빠이+유토피아)로 불리는 이 도시는 대체 어떤 곳일까?

한국에서 비행기 표 예매도 하지 않고 무작정 빠이에서 가고 싶은 호텔과 버스부터 예매했을 만큼, 빠이에 대한 기대가 굉장히 컸다.


그래서 빠이에 가기 전날은 빠이 행 미니밴을 타는 버스터미널 2 아케이드와 조금이라도 가까운 곳으로 숙소를 옮기고자, 타패로 향했다.



타패는 올드타운의 동쪽 문을 넘어선 지역으로,

라이브 연주와 함께 즐거운 야시장이 매일 열리는 나이트바자와 여러 술집, 그리고 와로롯시장 등 치앙마이의 옛 모습과 관광지가 적절히 섞인 동네이다.



올드타운에서 머문 깔끔한 현대식의 호텔과 달리,

이번 타패에서는 태국 전통 방식의 고즈넉한 숙소를 경험해 보고자 선택한 롬포 부티크 호텔.


타패게이트와 나이트 바자, 와로롯 시장의 중간 지점에 위치하기 때문에, 타패 부근을 걸어서 10-15분 거리로 여행하기도 좋았다.



온통 나무로 지어진 내부, 그리고 마치 치앙마이의 역사가 엿보이는 방.


오래된 에어컨에서 나는 소음과 세월이 묵은 듯한 습기가 나를 조용히 누르는 곳. 그러나 3만 원이 채 되지 않는 가격의 방이라기엔 손님에 대한 사랑이 너무나도 느껴지던, 사랑스러운 롬포 부티크 호텔.



웰컴 푸드라며 수줍게 건네는 사과는 무척이나 달았다.


올드타운 서쪽에서 타패까지 짐을 들고 이동했더니 허리와 다리가 욱신해, 한 시간 정도 누워 쉬다가 향한 와로롯시장.



새벽 길거리에 옷자루가 가득한 동대문 같은 느낌.

천이나 액세서리를 저렴하게 판매하는 가게들이 이어져서, 왠지 모르게 친숙한 마음이 들었다.



와로롯시장은 치앙마이의 가장 큰 전통시장이다.


생각보다는 문을 연 점포가 많이 없어서 아쉬웠지만,

바로 맞은편에 있는 똔얌라이 시장에 활기가 돌았다.



망고스틴 1kg에 한화 1,400원이라는 말도 안 되는 과일 가격에 수제 공예 작품들,

그리고 태국의 유명한 요리들을 밀키트로 만들어서 판매하고 있어서

마지막 날 기념품 사러 오기에 좋을 듯한 곳.



내가 이 시장을 찾았던 건 바로 '사이 우아'라는 태국 북부 지역의 전통 소시지 때문이었는데,

다진 돼지고기에 커리 소스를 기반으로 다양하고 매콤한 향신료를 넣어

밥반찬으로 먹기에도 훌륭하고, 숙소에서 술 한 잔 할 때 먹을 안주로도 최고이다.


새로운 경험을 하는 것이 여행이라면, 내가 어느 곳에머물든 걸어보지 못한 새로운 길을 걷고, 새로운 맛을 알고, 새로운 친구를 사귀는 등 온갖 새로운 것들을 하는 것이 바로 '여행'의 삶이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하며 나이트바자(Night Bazaar)로 발걸음을 돌렸다. 돌아선 눈에 비친 건물은 종로 세운상가를 닮아 있었다.


한국에서의 나는 지칠 대로 지쳤었고, 회사도 그만둔 마당에 허리 때문에 정기적인 일은 못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으로 마음이 많이 불안하고 복잡했다. 곧 전세 대출을 연장해야 하는데, 이대로 서울에서 지낼 수 있을까. 욕심으로 내 몸을 더 해치는 건 아닐까. 하지만 고향으로 내려간다면 내 미래는 어떻게 되는 거지?라는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 떠나온 여행.


하지만 눈에 보이는 곳들이 서울로 보이는 걸 보면, 아직 서울에 대한 미련이 가득한 건 어쩔 수 없는 듯하다.



나이트바자에 도착할 때 즈음, 폭우가 내렸다.



포장마차 분위기의 노점상들, 내리는 빗소리, 울려 퍼지는 가수의 라이브 공연, 설레는 마음을 더욱 반짝여주는 전구, 그리고 저렴하고 맛있는 음식들과 술까지.


내가 사랑하는 모든 것들이 합쳐져서 만들어내는 분위기에 압도당하여, 애초 계획이었던 맥주 한 병이 어느새 두 병으로 늘어나있었다.


안돼, 강 아래쪽에 있는 클렁매카를 가봐야지. 가까스로 마음을 다잡고 자리에서 일어났는데, 단 두 시간 만에 나이트바자 거리가 강으로 변해있었다.



눈을 의심했다.

집에 어떻게 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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