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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ghyun Kim Aug 26. 2019

사람과 뜻 사이에서


말과 글이 서로 다르다.

의미는 그래서 불완전하다. 

말이 더 중요하다 여기는 사람들이 있다.

글이 더 중요하다 여기는 사람들이 있다.


의미는 늘 자리를 옮겨 다닌다. 

의미가 어디에 더 충실하게 실려있느냐에 대해

누군가는 글이라고, 누군가는 말이라고 한다. 


무엇으로 의미를 전달할것인지는

인간에게 늘 어려운 숙제와 같다.


사람에겐 뜻이 있다. 

하지만 사람과 뜻이 오래도록 일치하기는 쉽지않다.


사람은 좋지만 그의 뜻은 따르기 어려울 때가 있다.

사람은 별로여도 그의 뜻을 부정하기 어려울 때가 있다.


평소 조조같은 인물을 흠모하던 진궁은

죽기 직전의 조조를 구해주어 대의를 함께 도모하기로 했다.


하지만 오해와 의심으로 여사백 일가를 몰살하는

조조의 모습을 보면서 진궁은 자신이 사람을 잘못 봤음을 인지한다.


진궁은 조조를 미련없이 떠난다.

조조라는 사람보다 뜻이 더 중요했던 것이다.


조조는 흉년과 기근이 심한 어느해 군사들에게 명령한다.

누구든지 논밭의 곡식을 상하게 하는 자는 참수할 것이라고.


그러다 보리밭을 지나던 조조의 말이 갑자기 놀라 날뛰는 바람에

조조는 논두렁으로 심하게 떨어지며 많은 곡식이 상하게 되었다.


스스로 했던 말을 부정할 수 없었던 조조는 

칼을 빼들고 스스로 자결하려 한다.

이에 부관들이 황급히 조조를 만류한다. 

자결하려는 조조의 행동엔 분명 진심이 있었다. 


사람에겐 뜻이 있다.

하지만 사람과 뜻이 오래도록 일치하기는 쉽지않다.


냉전과 전쟁. 이데올로기로 갈라진 진영은

사람보다 뜻을 중요하게 생각한 결과다.


부모자식이 적이 되고 형제가 총칼을 겨누었다.

이념을 얻고 예술을 잃었다고 누군가는 선언했다.

뜻은 때로 칼보다 잔인하다.


누군가는 자신이 선택한 사람을 맹목적으로 지키려 한다.

처음 그들을 맺어준 뜻보다 뜻으로 결계된 사람이 더 중요해진 것이다.

뜻보다 사람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 결과다.


순욱은 초심에서 멀어진 조조를 끝까지 곁에서 보필했다.

하지만 결국 조조로부터 빈 찬합을 받고 스스로 목숨을 끊어야 했다. 

뜻을 버린 사람은 결국 사람도 버릴것이다.


사람을 버리고 뜻을 얻거나

뜻을 버리고 사람을 지킬때

선택은 늘 역사적인 것이된다. 


“역사는 반복된다. 한번은 비극으로, 한번은 희극으로”

- 칼 마르크스


“정당하게도 프랑스 정부는 돈이 많은 귀족이나 잘곳이 없는 가난한 자들 모두에게

퐁네프 다리 아래에서 노숙하는 것을 금지했다”

-빅토르 위고


“유년기에 내가 얼마나 많이 거짓된 것을 참된 것으로 간주했는지, 또 이것 위에 세워진 것이 모두 얼마나 의심스러운 것인지, 그래서 학문에 있어 확고하고 불변한 것을 세우려 한다면, 일생에 한번은 이 모든것을 철저하게 전복시켜 최초의 토대에서부터 다시 새로 시작해야 한다는 것을 이미 몇 해 전에 깨달은 바가 있다. 그런데 이것은 보통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이 일을 적절하게 실행할 수 있는 성숙한 나이가 되기를 기다렸다. 이 일을 오랫동안 연기해 왔으므로 내 남은 삶을 다른 것에 소비한다면 죄를 짓는 꼴이 될 것이다. 그러나 다행히 오늘 내 정신은 모든 근심에서 벗어나 있고, 은은한 적막속에서 평온한 휴식을 취하고 있으므로, 내가 지금까지 갖고 있던 모든 의견을 진지하고 자유롭게 전복시켜 볼 참이다.” 

-르네 데카르트 


“자신의 믿음이 확고하면 확고할수록 그 믿음을 깨뜨렸을때, 우리는 더욱 더 분명한 신념을 갖게 될 것이다.” 

-지그문트 프로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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