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에 대한 망상과 오해

피부는 인생이다. (by 몬티라이먼)

사람의 상태나 외모를 판단한때 우리의 눈을 첫번째로 사로잡는 것은 그 사람의 피부이다. '나이 들어 보이는 눈가의 잔주름', '피곤해 보이는 까칠 까칠한 피부', '구릿빛의 건강한 피부', '핏기없는 하얀 피부, '윤기있고 탱글한 피부', '여드름 많은 사춘기 피부' 등의 표현을 써가며 첫 인상을 가늠해 본다.

그런 의미에서 사람들은 피부에 참 많은 신경을 쓴다.

백화점에 가서 비싼 화장품을 고르기도 하고, 주름개선 효과가 있는 마스크 팩을 하기도 하며, 콜라겐 듬뿍 담긴 음식을 먹고, 햇볕이 강한 여름 외출 시 선크림을 바르기도 한다. 어떤 사람들을 건강해 보이는 인상을 가지고자 태양 아래 피부를 실컷 태우기도 한다.

시대가 이러하니 화장품 업계도 바쁘게 움직인다.

안티에이징, 동안 얼굴, 주름의 절대 강자, 백옥 피부, 탄력 넘치는 피부 등등... 현란하고 매혹적인 문구로 소비자를 사로 잡기위해 애쓴다. 과대 광고인줄 알고 있지만 '이거 바르기만 하면 주름 없어져!!' 라는 달콤한 사탕발림을 참기란 너무나 어렵다. 

하지만 터무니 없는 광고에 속아 과소비 하기 전에 한가지 생각할 사항이 있다.

피부는 보이는 부분 말고도 엄청나게 중요한 역할을 한다. 우리가 가방 속을 보지도 않고 뒤적거려 핸드폰을 찾을 수 있는 것도 피부의 촉각 기능 때문이며, 심장과 소화기관과 근육이 밖으로 튀어나오지 않게 잘 감싸고 있는 것도 피부이다. 또한 햇볕을 받아 비타민 D를 생성시켜 생명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도 피부의 주요 역할 중 하나이다.

우리는 자기 자신의 안과 밖을 나누는 이 중요한 신체기관인 피부에 대해서 얼마나 잘 알고 있을까?

피부에 대한 욕망이 꼭 지금 시대에서만 그러한것 같지는 않다.

저자에 따르면,

악어 배설물로 채운 욕조에서 목욕한 고대 로마인, 당나귀 700마리를 기르면서 매일 당나귀 젖으로 목욕을 한 클레오파트라, 고래왁스와 아몬드유, 장미수를 섞어서 만든 크림으로도 모자라 생송아지 고기와 으깬 딸기를 섞어서 만든 가죽 마스크를 얼굴에 올린 채로 잠자리에 든 19세기 오스트리아의 엘리자베스 여제까지... 실로 놀랍고 끔찍하기 까지 하다.

하지만 그 어떤 특효약도 지금까지는 존재하지 않는다. 머 하나 바르면 피부가 깨끗해지고 젊어 보인다는 생각은 헛된 망상일 뿐이다.

과일과 채소는 충분히 많이 먹어야 할 만한 좋은 식품이지만 특정한 '슈퍼푸드' 한 가지는 그럴 만한 가치가 없다. (p96)

현 시점에서는 젊음의 묘약이라고 정당하게 주장할 수 있는 콜라겐 음료나 항산화제는 없다. (p104)

피부에 자리를 잡는 자국을 줄이려면 먼저 환경요소, 즉 햇빛,흡연,식생활, 수면 등 '외인성'요소에 대처하는 것이 현명하다. (p171)

태양과 피부의 상관관계에 대한 오해도 이 책을 읽고 풀었다. 난 어렷을적부터 하얀 피부 컴플렉스가 있어 태양에 어슬프게 그을렸다가 누런색 피부와 주름을 얻었다.

'가무잡잡한 피부가 건강하다'는 생각이 틀렸다는 것부터 알아야 한다. 피부가 햇볕에 타서 손상되면 살짝 그을린 정도라도 그로 인한 손상이 시간이 갈수록 누적된다.는 사실이 엄청나게 많은 근거로 뒷받침되고 있다. (p134)

행복감, 휴식과 운동을 위해서는 매일 밖에 나가서 어느 정도 시간을 보내야 하지만 체내 비타민 D 수준을 '최고조로'끌어올리기 위해 적극적으로 태양을 찾아다닐 필요는 없다. (p154)

『피부는 인생이다』는 피부의 모든 것을 소개한다. 단순 미용과 외모를 판단하는 기준을 넘어 이제껏 당연한 듯 지나쳤던 피부의 기능과 생명에 대한 역할까지 광범위하고 다양하면서도 깊이가 있다. 좀더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우리의 뇌와 장과 피부가 어떻게 연결되어 상호작용을 하고, 피부는 어떻게 노화가 일어나는지, 마음과 피부와의 관계, 어떤 대상과의 '접촉'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등 '전지적 피부 시점'에서 신체적, 심리적, 사회적 측면으로 아주 흥미롭게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기생충과 미생물 진드기를 소개하는 chapter2는 너무 생생해서 재빠르게 skip 했다) 

인체의 가장 바깥에 자리하면서 우리를 외부 세계로부터 보호하고 동시에 바깥 세상과 연결하는 이 놀라운 신체 기간이 궁금하다면 이 책을 읽어보자. '이 제품을 바르면 피부가 팽팽하게 펴져서 젊은 뱀파이어 얼굴이 될 수 있다' 라는 망상과 지금껏 가졌던 피부에 대한 오해를 풀고 피부가 기뻐하고 원하는 방향으로 가꾸어 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