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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니 Mar 11. 2024

서머타임이 앗아간 1시간

알람이 울리고 바로 일어나야 늦지 않게 출근하는 직장인에게 아침 ‘1시간’은 무척 소중하다. 점심 ‘1시간’ 역시 사막의 오아시스 같은 시간이다. 날이 새면 멀리 떠날 연인과 함께 보내는 밤의 1시간은 얼마나 아쉬운 시간일까. 빌게이츠는 한때 초당 150달러를 벌었다 하니 ‘1시간’에 54만 달러를 벌었던 셈이다.

1시간은 정말 많은 것을 할 수 있는 시간이다.

그런데 그 1시간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면?     



하루 24시간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지는 줄 알았으나 아니었다.  

이곳 미국에 사는 사람들에겐 3월 두 번째 일요일인 오늘 하루가 23시간밖에 되지 않는다. 시간이 흔적 없이 사라지는 마술 같은 일을 직접 목격했다.



코스타(COSTA) 커피 때문이다. 이탈리아 정신으로 만들어져 영국에서 성장했다는 카페브랜드 코스타커피. 제대로 만든 진한 커피라 그런가 덕분에 밤을 꼴딱 새웠다. 잠을 설치면 다음날 출근이 무척 힘들어져 직장 다닐 땐 거의 커피를 마시지 않았다. 기상시간에 대한 우려가 없어진 퇴직 이후  따뜻한 커피의 향과 맛을 즐기기 시작했다.

오늘 레바논식당에서 점심을 먹은 후 텁텁한 입안을 달래려 커피 한잔을 마셨는데 그게 그만 불면으로 이어질 줄이야.      



이리 뒤척 저리 뒤척 하면서 폰을 보고 있는 도중 핸드폰 디지털시계가 새벽 1시 59분에서  3시로 바뀌는 것 아닌가. 아날로그시계는 누구나 조금씩 늦거나 빨라서 서로 정확히 일치하는 시간을 맞추기가 쉽지 않지만 디지털시계가 우리의 일상에 들어온 이후 누구나 같은 시각을 살고 있다고 생각했다.    

  

인간이 정한 시간과 지구의 자전주기 차이를 보정하기 위해 윤초라는 걸 시행해 왔다. 1년에 1초를 더하거나 빼는 방식으로 시간을 조절해 온 것이다. 일반인은 체감하지 못하지만 통신등 분야에서 오류를 일으킬 수 있다고 IT업계에서 폐지를 주장해 왔다. 결국 받아들여져 2035년에는 윤초제도를 국제적으로 폐지하기로 했는데 서머타임으로 1시간이 사라지며 생길 수 있는 혼란은 문제도 아닌 것일까.


     

우리나라에도 서머타임이 있었다.  1949년부터 12년간 실시하다가 폐지했고 1987년 5월에 다시 부활했다. 서울올림픽 때 골든타임을 확보해서 미국 방송사로부터 중계권료를 더 받으려는 목적으로 2년간 시행하다 89년에 폐지되었다.

미국과 유럽 등 전 세계 70여 개국이 서머타임제를 시행하지만 미국 내에서도 애리조나주와 하와이에서는 시행하지 않고 있고 애리조나주에도 북부 일부 지방은 또 서머타임을 하고 있단다. 복잡하다.



미국에서는 일광절약시간제(Daylight Saving Time)라 부르고 영국에서는 서머타임(Summer Time)이라고 말하는 이 기간 동안 노년층의 심혈관질환환자가 늘어나고 수면 패턴의 교란 때문에 교통사고도 더 발생하며 변경된 시간에 대한 적응 어려움 등과 같은 문제를 안고 있는 것에 비해 에너지 절약이 미미하거나 무시될 정도로 작다는 주장이 끊이지 않지만 없애기는커녕 기간이 더 늘어났다.



2005년까지 지금보다 서머타임기간이 짧았다. 4월 첫 번째 일요일부터 6개월간이었지만 스포츠협회와 운동기구 제조사들이 서머타임일 때 더 많이 운동하고 소비한다는 것을 알게 된 후 미 의회에 서머타임을 연장해 달라고 촉구했다. (출처- 나무위키)모든 정책의 뒷면에는 경제적 논리가 숨어있다.


이후 더 연장해서 3월 둘째 주 일요일부터 11월 첫 번째 일요일까지 서머타임을 실시한다고.

무려 8개월 동안 서머타임이고 아닌 달은 4개월밖에 되지 않으니 서머타임이 원래 시간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다.     

 

뉴욕증시 개장시간도 1시간 빨라지고 우리나라와의 시차도 애틀랜타기준 14시간에서 13시간으로 줄어든다. 오늘 잃어버린 1시간은 11월 첫 번째 일요일 25시간으로 보상받겠지만 나처럼 11월에 미국에 없을 사람은 그냥 1시간을 뺏긴 셈이 버렸다.      


시행하지 않는 나라의 국민으로서는 굳이 이럴 필요가 있을까 싶지만 해가 길어지는 계절에 시계를 앞으로 조정하고, 햇빛이 줄어들면서 시계를 다시 뒤로 조정하는 서머타임이 시작되면 마치 새해나 새학기처럼 마음의 각오를 다질 수 있을 것 같다. 이제부터 운동이든 직장생활이든 뭐든 더 열심히 해보자 다짐하는 마음말이다.

단점만 있었으면 벌써 사라졌겠지.     


 

저녁 8시가 되어도 여전히 햇살은 반짝거려 마치 시간의 마법사가 긴 하루를 선사한 듯한 느낌을 받는다. 캄캄해지면 집밖으로 나가기 무서운 동네지만 밝은 햇살 덕에 저녁산책도 가능해졌다. 일상에서 벗어나 자연과 어울릴 수 있는 소중한 순간들이 늘어나고 삶에 추가적인 여유도 불어넣어 준다. 이 시간의 변주는 우리가 잊고 있었던 소소한 행복을 발견하게 해주는 장점이 있어서 오래도록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 것일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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