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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하다 Oct 31. 2023

생추어리 시작해야 할 때

저마다 사정은 다르겠지만 살다 보면 극복하지 못할 벽이 느껴질 때가 있다. 부정적인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고, 과거의 잘못된 선택들과 현재의 부족한 나는 도무지 인정할 수 없고, 행복한 미래를 꿈꾸는 일은 엄두조차 내지 못한다. 이렇게 무기력과 불안, 우울의 늪에 빠져서 괴로움을 느낄 때가 바로 생추어리를 시작해야 할 때이다. 


마음이 무너진 상태에서 무엇이든 해본 적 없는 일을 시작하기 어렵다는 걸 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단 당신이 오랫동안 열어보지 않았던 서랍 한 칸에서부터 생추어리를 시작해 보자. 일단 서랍 한 칸을 통째로 꺼내어 한번에 비워라. 물건의 처분은 나중에 생각하면 된다.


생추어리는 물건의 개수를 줄여야 한다는 부담감을 전혀 가질 필요가 없다. 같은 용도로 분류할 수 있는 물건끼리 집합시키거나 쓰레기통에 버리거나 부수입을 위하여 중고 판매를 하는 세부적인 작업은 나중에 해도 상관없으니까. 일단 하나의 생추어리를 만들고 그 안을 들여다보면 된다.


막 생추어리가 된 공간은 대개 쾨쾨한 냄새가 나기 마련이다. 먼지가 켜켜이 쌓여있고, 정확히 무엇이 들었는지 파악되지 않은 애매한 공간을 열어보기를 우리가 본능적으로 피해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 그곳은 텅 비어 있다. 텅 빈 공간은 당신에게 전에 느끼지 못했던 기쁨과 위로를 전할 것이다. 


그러니 딱 하나의 생추어리부터 시작해 보자. 한 번 텅 빈 공간이 주는 자유와 기쁨을 온몸으로 느끼고 나면 다음의 생추어리 찾기는 도미노처럼 이어지기 마련이다. 이후로는 생추어리의 개수가 저절로 늘어나서 마치 이 모든 과정이 마법처럼 느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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