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소하다 Nov 16. 2023

소망과 생추어리

신학자 라인홀트 니버(Karl Paul Reinhold Niebuhr)가 쓴 평온을 비는 기도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주여, 우리에게 우리가 바꿀 수 없는 것을 평온하게 받아들이는 은혜와 바꿔야 할 것을 바꿀 수 있는 용기, 그리고 이 둘을 분별하는 지혜를 허락하소서.>


니버의 기도문을 따라 외우다 보면 소망이라는 단어가 떠오른다. 소망은 지금 내게 없는 것을 굳이 바라지 않는 겸허함과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려는 단단한 마음이다. 또한 소망은 매일 아침 큰 소리로 외치는 긍정 확언문과 달리 입밖으로 소리내지 않아도 내 안에 그대로 있는 진실한 목소리이다.


하지만 어떤 물건을 소비하고 싶다는 욕망은 너무 뻔히 드러나는 반면에 소망은 내면의 진실한 목소리에 집중하지 않으면 알아차리기 힘들다. 이럴 때는 생추어리로 몸과 마음을 이동하여 보자. 텅 빈 공간인 생추어리에서 당신은 당신 다운 것을 소망할 수 있게 된다.


생추어리에서 남과의 비교는 터무니없을 정도로 무의미하고 허무하다는 것을 깨닫는다. , 소망은 가장 좋은 것이 아닌 가장 나다운 것을 기대하는 것이다. 


당신 존재 자체에 집중할 때 당신은 당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소망하는 사람이 된다. 작가가 되고 싶은 당신은 오늘 당신이 쓸 수 있는 글 한 편을 쓰기를 소망하고, 따뜻한 사회를 원하는 당신은 오늘 당신이 할 수 있는 친절을 다른 사람에게 베풀기를 소망한다.


실천은 소망하는 사람의 몫이고, 소망 없는 실천은 꾸준히 이어질 수 없다. 아무것도 없는 텅 빈 생추어리로 가자. 그리고 소망을 소망하여 보자.


작가의 이전글 데스 클리닝과 생추어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