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여행의 첫 번째 날 아침. 렌터카 예약을 깜빡 잊어버려서 급하게 당일에 렌터카가 가능한 곳을 찾기 시작했다. 출발 며칠 전에 미리 렌터카를 예약해두려고 몇 번 검색을 했지만 가격이 더 괜찮은 곳이 있을 거라는 생각에 미루다가 결국 여행 당일날이 되어버린 것이다. 원래라면 인터넷을 통해 검색을 한 뒤에 미리 예약을 하려 했는데 이것저것 하다 보니 정신이 없어서 깜빡해버렸다.
"월요일인데 사람이 많이 없겠지"라는 안일한 생각도 이번 사태에 한몫했다. 사람들은 가끔 자신이 생각하는 것이 무조건 맞다고 생각할 때가 있다. 사실은 그게 아닐지라도 자신의 경험과 생각을 근거로 답을 정해버린다. 예를 들면 '답정녀', '답정남'과 같이 답은 이미 정해놓고 질문을 하는 경우를 들 수 있다. 나도 이번에는 답을 미리 정해버렸다. 월요일에는 당연히 사람이 많이 없겠다는 생각에 렌터카도 당일에 하면 충분하겠다는 생각이 무의식 속에 자리 잡아 미리 예약을 하지 못했다.
여러 가지로 정신없는 일이 있기는 했지만 렌터카를 예약하는 것이 가장 우선이 되어야 했다. 이것은 '급하지만 중요한 일'이었지만 그 사실을 간과해버렸다. 어찌 됐든 렌터카를 구해야 하는 여행 당일에는 어떻게든 렌터카를 구해내는 것이 우선적인 일이었다. 사실 여행 당일날 새벽 1시 정도에 이 사실을 알아채서 2군데 정도에 렌터카 문의를 해두었다. 네이버에 '제주도 렌터카'를 검색하니 상위 목록에 여러 렌터카 업체들이 눈에 띄어서 들어가서 둘러봤다.
몇몇 업체를 확인해보니 예약 가능한 차량이 11인승의 승합차, 버스, 대형차량 밖에 없었다. 이것이 무슨 일인지, 이게 현실인가?라는 생각을 하면서 몇 군데 더 둘러봐도 상황은 비슷했다. 실시간으로 확인이 가능한 업체에서는 예약 가능한 소형차, 전기차, 경차, 중형차 등의 차량이 없어서 네이버 톡톡으로 렌터카 예약 상담을 보내는 곳으로 2군데 정도 문의를 넣어두고 일단은 자기로 했다.
보통 렌터카 업체들이 오전 9시에 문을 열었기에 그때 예약 신청에 대한 답을 받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오전 9시가 조금 넘어 답변이 왔는데 내 예상과는 다른 답변이었다.
안녕하세요 구매자님. 오늘 차량은 마감이십니다 감사합니다.
예상치 못한 답변에 당황했지만 일단은 렌터카를 예약하는 것이 급선무였기에 다른 렌터카 업체를 계속 찾아보기로 했다. 비행기는 오전 10시 30분 비행기였고, 렌터카는 12시 정도에 빌려서 차를 타고 지인을 데리러 가는 일정이었다. 그러려면 비행기가 출발하기 전에 최대한 렌터카 예약을 성공시켜야 했다.
우선 네이버에 '네이버 렌터카'라는 검색을 통해서 수많은 업체에 문의했지만 차량들이 전부 예약이 된 상태라고 했다. 겨우 차량 재고가 있다고 할지라도 11인승 승합 차거나 제네시스 EQ90 등이 고급 승용차만 있을 뿐이었다. 그 정도급의 차는 필요 없었기에 계속해서 오늘 바로 예약이 가능한 차를 찾아 나섰다. 그러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제주도 렌터카를 예약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나처럼 네이버에 검색을 해서 상위에 나오는 렌터카 업체들에 먼저 문의를 할 것이다. 그래서 이미 그런 렌터카 업체들은 예약이 모두 마감되었을 것이다.
그런 생각에 미치자 네이버 검색으로는 오늘 당장 예약 가능한 렌터카 업체를 찾기 어려울 것 같았다. 그래서 생각을 전환했다. 네이버 지도를 통해 '제주시 렌터카'라는 키워드를 검색했다. 그랬더니 네이버 검색을 통해 보던 것과는 다른 종류의 렌터카 업체들이 나왔다. 옳다구나! 이거다 싶어서 바로 전화를 걸었다. 그렇게 3~4군데에 전화하니 드디어 재고가 있는 곳을 찾을 수 있었다. 원래라면 전기차를 예약하려고 했지만 당시의 상황에서는 어떤 차든 고맙게 예약해야 할 처지였다. 그래서 간신히 '레이'를 예약하고 비행기를 탈 수 있었다. 비행기 탑승 시간 15분 전에 기적같이 해낸 일이었다.
렌터카를 예약하지 못했다면 지인과의 이번 여행을 망칠 수도 있었기에 정말 심장이 쫄깃했다. 미리 예약하지 못한 것에 미안하기도 했고. 마침 비행기도 탑승이 20분 지연되어서 이 같은 기적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오늘의 경험을 통해서 2가지 깨달음을 얻었는데, 첫 번째는 '우리가 너무 인터넷 검색에 의존하며 사는 것은 아닌가?'였다.
요즘 시대의 우리는 밥을 먹으러 갈 때도 인터넷으로 미리 검색을 해서 가고, 제주도에 여행을 갈 때도 검색을 통해서 렌터카도 예약하고 비행기도, 숙소도 예약한다. 우리는 검색어를 입력한 뒤 검색 결과를 보고 선택을 하기만 하면 된다. 이러한 과정이 너무 편해졌기 때문에 거기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하지만 인터넷에 등록이 되지 않은 숨겨진 맛집이 있을 수도 있으며, 현지인에게 직접 물어봐야만 갈 수 있는 그런 맛집도 존재한다.
내가 당일 예약 가능한 렌터카 업체 찾기를 네이버 검색에만 의존했다면 지금처럼 이렇게 편하게 차를 타고 다닐 수 없었을 수도 있다. 그러나 곤란한 상황이 닥쳐오자 다른 방법을 생각해냈고 결국에는 몇 십분 만에 렌터카를 예약할 수 있었다. 이처럼 너무 특정 부분에만, 검색에만 의존하지 말고 또 다른 다양한 방법이 있다는 것을 알고 활용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2번째 깨달음은 뭐든지 미리미리 하자는 것이다. 나는 예전부터 지금까지 뭐든 미루는 습관이 있다. 오늘의 글을 쓰는 것도 자정이 다되어서야 쓰고 있으니 말이다. 물론 여행 중이기는 하지만. 여행을 갈 때도, 글을 쓸 때도 미리미리 해두면 걱정할 필요가 없다. 심장이 쫄깃쫄깃 긴장할 필요도 없다는 것이다. 경험을 통해서 얻는 깨달음은 다른 것보다 크게 다가온다. 앞으로 두 가지 깨달음을 잘 실천하도록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