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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조흐 Oct 06. 2019

즉흥여행, 우연한 발견이 주는 놀라운 기쁨

'이곳'에서만 들을 수 있는 놀라운 ASMR


여행 가기 전 계획 짤 때의 성향을 보면 사람마다 각기 다른 스타일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계획을 하나부터 열까지 매우 꼼꼼하게 짜는 스타일, '계획이 뭐냐? 개나 줘라!'라는 마인드로 '계획'이라는 것에 대해 전혀 관심이 없는 스타일, 그리고 그 둘의 중간자의 입장인 중재자 스타일. 당신은 이 중 어떤 스타일을 선호하는가?


동생과 이와 관련된 이야기를 했는데 자신은 그 둘의 중간자 입장인 중재자 스타일이라고 했다. 친구 1명은 꼼꼼하게 계획을 스타일이고, 다른 친구 1명은 여행 계획 짜는 것이 귀찮다면서 전혀 무관심하다고 했다. 여행 가는 당일에 귀찮다면서 집을 나가기 싫을 정도였다고 하니 뭐.. 말 다했다. 


그래서 중간자의 입장으로 친구와 함께 여행을 가다 보니 오히려 혼자 여행할 때가 더 편하다고 했다. 그래서 혼자 여행하는 것을 더 선호한다고 하고. 사람마다 여행하는 스타일이 모두 다르겠지만, 여행을 이렇게도 가보고 저렇게도 가보다 보면 자신이 선호하는 여행 스타일을 어느새 깨닫게 되는 것 같다. 


나도 언젠가 친구 3명과 해외여행을 갔는데 목적지를 찾아서 가야 하는 길에 전부 딴짓만 하면서 목적지로 가는 길에는 전혀 관심 없는 것을 보고 조금 화가 난 적이 있었다. 괜히 나 혼자서만 길을 찾으려고 구글맵을 이리저리 살펴보고 지나가는 사람한테 길을 물어보고 하는 것 같아서 말이다. 


꽤 오래된 일이지만 지금은 오히려 즉흥적인 여행 스타일을 선호하게 되었다. 그냥 발길 닿는 대로, 흘러가는 대로 앞으로 나아가며 길이 틀리다면 그건 그것대로 재미있는 추억이 될 거라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오늘은 가족끼리 거제도에 여행을 와서 1박을 한 뒤에 다음 숙소로 가기 전 빈 시간이 생겨서 여기저기 구경을 하기로 했다. 


그런데 막상 검색을 해봐도 크게 가고 싶은 곳이 나오지 않았다. 그래서 그냥 해안길을 따라서 바다 구경을 하며 앞으로 나아갔다. 그러다가 우연히 도착한 곳이 있었는데 '학동 몽돌해수욕장'이라는 곳이었다. 보통의 경우 해변가의 바닥은 모두 흙으로 덮여있는 경우가 많은데, 여기는 해변가가 모두 '몽돌'이라는 돌로 덮여있었다. 


며칠 전 태풍이 오기도 해서 파도가 매우 거셌다. 태풍이 지나간 흔적이 남아서 그런지 물이 그리 맑지 않아서 별로라고 생각했는데, 몽돌해수욕장에 도착하니 오히려 태풍이 온 것이 행운이라고 생각했다. 며칠 전 태풍이 왔기 때문에 그 영향으로 바닷물이 많아지고 파도도 거센 상태가 되었다. 그러다 보니 해수욕장으로 파도가 친 뒤 물이 빠질 때 나는 몽돌들의 아름다운 마찰 소리를 더 크게 들을 수 있었다.


살면서 여러 바다와 해수욕장을 가봤지만 이렇게 아름다운 소리는 처음 들어봤다. 평소 바다에서 듣던 소리와는 전혀 다른 소리였다. 해변가가 모두 몽돌로 덮여 있었기에 걷기는 조금 불편했지만 파도가 들어온 뒤에 물이 빠지면서 나는 몽돌들의 마찰 소리 덕분에 오늘 하루가 즐거워졌다. 


해변가의 ASMR이라고 불릴 정도로 마찰음의 소리는 여러 사람들의 귀를 간질거렸다. 예전에도 거제도의 몽돌해수욕장을 가봤지만 이런 소리는 듣지 못했다. 아마 파도가 상대적으로 센 날이었기 때문에 들을 수 있는 독특한 소리였던 것 같다. 또는 '학동 몽돌해수욕장'에서만 들을 수 있는 소리거나.


평소에 유튜브를 통해서 파도 소리, 비 오는 소리, 폭포 소리 등의 ASMR을 자주 듣고는 하는데 동영상으로 보는 것과는 달리 직접 두 눈으로 보고, 두 귀로 듣는 자연의 소리는 차원이 달랐다. 역시 뭐든 직접 경험해보고 느껴봐야 제대로 아나보다. 즉흥여행을 하며 우연이 주는 놀라운 기쁨을 통해서 오늘 하루가 행복해졌다. 몽돌해수욕장의 소중한 영상은 두고두고 볼 것 같다. 오늘 밤 그 소리가 스르르 꿈에 찾아왔으면 좋겠다.


Q. 즉흥여행을 하다가 우연히 발견한 자신만의 아름다운 장소 또는 추억이 있으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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