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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조흐 Oct 10. 2019

버스를 반대편에서 타버렸다

방향 상실이 주는 교훈


이제 조금만 더 가면 목적지에 도착한다. 가는 길에 버스를 한 번 환승해야 되어서 환승지에 내려서 다른 버스를 타기로 했다. 그런데 지도를 보니 방금 내린 곳 맞은편에서 버스를 타라고 했다. 그래서 거기서 버스를 탔는데 알고 보니 공항버스였다. 일반버스라면 비용이 1,200원이었겠지만 공항버스는 그 4배인 4,500원이었다. 아뿔싸! 5분만 더 가면 될 거리를 조금 편하게 가려고 무려 3,300원의 거금을 더 사용해버렸다. "이럴 거면 택시를 타고 갈걸"이라고 생각하며 네이버 지도를 켜봤다. 그런데... 엎친데 덮친 격이라고. 버스는 목적지가 아닌 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래서 바로 내리기 위해서 벨을 눌렀지만 공항버스의 특성상 일반버스보다 많은 정류장을 거쳐서야 내릴 수 있었다. 


많이 당황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환승하면 된다는 생각에 반대편에서 다시 600번 공항버스를 타고 목적지로 향하기로 했다. 잠시 후 버스가 도착하고 탑승하려고 하니 버스기사님께서 "어디로 가세요?"라고 물어봤다. 그래서 하얏트 호텔로 간다고 하니 '더 쇼어 호텔'로 이름이 바뀌었다고 하셨다. 버스 요금은 1,500원. 환승이 되는지 알았는데 알고 보니 공항버스는 1회성 비용이었던 것이다. 아뿔싸. 오늘은 2번의 아뿔싸가 나를 찾아왔다. 그만 좀 찾아왔으면 좋으련만! 


5분을 더 빠르고 편하게 가려고 30분의 시간과 4,800원의 돈을 날렸다. 이것은 처음부터 방향을 잘못 잡았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네이버 지도를 보고 음식점의 위치를 통해서 버스 정류장의 위치를 알아냈다. 그러나 간판 이름을 제대로 보지 않고 단순히 '갈치'를 파는 것이 같다는 이유로 반대편의 음식점을 지도에서 본 그 음식점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본 음식점은 바로 뒤에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신호등을 건너 반대로 넘어가버린 것이다. 당연히 이 방향이 맞다고 생각하면서.



네이버 지도

내가 직접 겪은 경험처럼 처음부터 방향을 제대로 잡지 못하면 무엇을 원하든 간에 예측하지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게 된다. 만약 내가 탄 버스가 무조건 맞다는 생각에 네이버 지도로 실시간으로 위치를 확인하지 않았다면 지금쯤 목적지와 너무 많이 멀어져서 다시 1시간을 넘게 되돌아갔을지 모른다. 


이처럼 방향성의 상실이 주는 교훈은 항공기의 비행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항공기는 비행 후에 방향을 1도라도 잘못 잡으면 목적지가 크게 달라진다. LA행 비행 편이지만 실수로 각도를 조금 잘못 잡으면 LA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목적지에 도착하게 된다. 가령 밴쿠버에 도착할 수도 있고, 멕시코 라파스가 도착지가 될 수 있다.


우리의 인생도 마찬가지다. 처음부터 방향을 제대로 잡지 않으면 자신이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없다. 잘못된 방향이 주는 영향력은 처음에는 미미할 수 있지만 시간이 갈수록 그 영향력은 배가 된다. 버스를 맞은편에서 잘못 타면 많은 것을 잃는 것처럼 인생에서 잘못된 선택으로 인해 방향을 제대로 못 잡게 된다면 그보다 더 많은 것을 잃게 될 것이다. 




부모가 자신의 욕망을 위해 아이가 원치 않는 교육을 계속 시킨다고 가정해보자. 아이는 패션 디자이너가 되고 싶은 꿈이 있지만 부모는 그 길이 안정적이지 않다면서 안정적인 공무원이 되라고 계속 강요한다. 그러면서 공무원 관련 학원에 등록해서 강제로 다니게 하기도 하고. 이런 경우라면 부모는 아이가 말을 듣지 않아 불행하고, 아이는 자신의 꿈과는 반대로 살아야 하기 때문에 불행해진다. 아이는 방향성을 잃고 방황하게 될 확률이 크다.


공무원이 된다 하더라도 자신과는 맞지 않은 일 때문에 인생이 더욱 불행해질 것이다. 물론 일을 해보니까 적성에 맞을 수도 있다. 일을 하고 남는 시간에 패션에 대해 공부를 해서 나중에 패션 디자이너로 다시 활동할 수도 있다. 처음부터 방향을 패션 디자이너로 잘 잡았다면 20대에 패션 디자이너가 될 수도 있었겠지만, 40~50대가 되어서 원래 일에서 은퇴한 뒤 패션 디자이너가 된다면 어떻겠는가? 방향성을 잃었기 때문에 인생의 20~30년을 돌아서 결국엔 다시 자신만의 방향성을 찾게 되는 것이다.


버스를 타는 것에서부터 글을 쓰는 것, 인생의 다양한 부분에서 처음부터 방향성을 잘 잡는다면 원하는 바를 더욱 잘 이룰 수 있을 것이다. 지금 현재의 자신이 방향을 제대로 잡고 살아가고 있는지 한 번쯤 고민해보는 것은 어떨까? 방향성 있는 인생을 산다면 그 과정이 비록 힘들지라도 보다 행복한 삶을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당신의 인생을 응원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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